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아이에게 먹이는 약은 성인용 의약품보다 더욱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같은 증상을 치료하는 의약품이라도 성분과 함량, 제형에 따라 복용할 수 있는 연령과 용법·용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복용 경험이나 제품 포장에 적힌 문구만 믿고 약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소아 대상 임상시험 가이드라인'도 소아를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라 연령에 따라 고유한 특징을 지닌 집단으로 규정한다. 신생아와 영아, 어린이, 청소년은 약물의 흡수와 대사, 배설 능력이 서로 다르다. 소아 환자에게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물요법을 제공하려면 다양한 연령대에 맞는 사용정보와 제형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 식약처의 기본 입장이다.
연령별 사용기준은 이미 제품 허가사항에 반영돼 있다. 문제는 해당 기준이 변경됐을 때 보호자가 최신 정보를 제때 확인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의료기관과 약국은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나 공문을 통해 변경 내용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일반 소비자는 집에 보관한 약의 포장과 설명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디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성분 지사제의 허가사항 변경은 이런 정보 전달의 빈틈을 보여준다. 이 성분 제제는 7월 6일부터 '24개월 이상 소아의 급성 설사' 효능·효과가 삭제됐다. DUR에도 연령금기 정보가 반영돼 현재 만 19세 미만 소아·청소년에 대한 처방은 사실상 제한된다.
대한약사회가 회원약국에 안내한 공지에 따르면 허가사항 변경 이전에 유통된 재고는 회수·폐기나 판매중단 대상이 아니다. 기존 제품을 계속 판매할 수는 있지만 포장에 종전 소아 적응증이 기재돼 있더라도 만 19세 미만에게 판매해서는 안 되며, 변경된 허가사항에 따라 복약지도를 해야 한다.
행정적으로는 최신 안전정보가 반영됐지만 시중과 가정에 남아 있는 제품 포장에는 과거 정보가 그대로 적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약사는 DUR과 공문을 통해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보호자는 사정이 다르다. 아이가 갑자기 설사를 할 때 예전에 사용했던 상비약을 꺼내 포장 문구만 보고 다시 먹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보 전달 시점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식약처는 허가사항 변경이 시행된 7월 6일 의약단체에 관련 내용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소아 사용 여부가 달라지는 중요한 변경이라면 의료기관과 약국이 기존 처방과 재고를 점검하고 보호자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안내가 선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긴급한 안전성 우려가 확인돼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신속성이 우선돼야 한다. 그럴수록 소비자 안내는 더욱 적극적이어야 한다. 허가사항을 변경하고 전문기관에 공문을 보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어느 연령에서 어떤 사용이 제한됐고 가정에 남은 제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알려야 한다.
이번 변경 이후 의료계와 시장에서는 소아 급성 설사의 원인과 작용기전을 고려한 대체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 업체는 새로운 지사제의 생산과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호자가 언론 보도나 기업의 제품 홍보만 보고 어떤 약이 적절한지 판단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소아 급성 설사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관리가 무엇인지, 사용할 수 있는 보조치료제는 무엇인지, 각 약의 허가 연령과 제형은 어떻게 다른지 정부가 객관적으로 정리해 제공해야 한다. 특정 제품이 기존 약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도 허가사항과 임상 근거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공적 안내가 비어 있는 자리를 상업적 정보가 채워서는 곤란하다.
제품 표시 개선도 검토해야 한다. 복용 가능 연령과 연령금기처럼 안전성과 직결되는 정보는 포장 전면이나 눈에 잘 띄는 위치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허가사항 변경 이후에도 기존 포장 제품이 계속 유통된다면 약국에서 안내 스티커를 붙이거나 별도의 경고문을 제공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정보체계도 소비자 관점에서 재설계해야 한다. 보호자가 제품명이나 성분명을 검색하면 현재 복용 가능한 최저 연령과 체중별 용량, 주요 금기사항, 최근 변경 내용을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용어로 작성된 허가문서를 직접 찾아 읽도록 맡기는 방식으로는 안전한 자가복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제약사 역시 허가사항이 변경되면 자사 홈페이지와 제품 안내 페이지, 소비자 상담창구에 변경 내용을 즉시 반영해야 한다. 기존 포장 제품이 남아 있다면 유통업체와 약국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가정에 보관된 제품의 사용 여부도 명확하게 안내해야 한다.
소아용 의약품의 연령별 안전기준은 이미 존재한다. 부족한 것은 기준 자체가 아니라 보호자가 최신 정보를 쉽고 빠르게 확인하도록 돕는 전달체계다. 안전정보는 전산망이나 규정집에 입력됐다는 사실만으로 제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 보호자가 아이에게 약을 먹이려는 순간 정확하게 작동해야 한다.
정부와 제약업계, 약사회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소아용 의약품의 허가사항이 변경될 때 적용할 소비자 안내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사전 고지와 포장 표시, 약국 복약지도, 온라인 정보 갱신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 아이에게 먹일 수 있는 약인지 누구나 한눈에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약품 안전관리의 기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