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최근 충북 청주에서 임신 29주 산모의 태아가 사망했다. 응급 분만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지역 내 의료기관 그 어디도 산모를 수용하지 못했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필수의료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비극이다.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수년간 방치된 고위험 분만 및 신생아 중환자 의료 체계의 총체적 붕괴가 불러온 예견된 참사다.
충북 지역의 현실은 더욱 참혹하다. 2024년부터 신생아중환자실(NICU) 운영 기관은 사실상 단 한 곳뿐이었다. 그마저도 야간과 휴일에는 응급 대응이 불가능한 구조적 결함을 안고 있었다. 현장 의료진은 오래전부터 지원을 호소해 왔다. 하지만 당국은 이를 외면했다. 그 방치가 결국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장을 떠나게 만드는 세 가지 구조적 암초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번 비극의 원인으로 세 가지 구조적 결함을 지목했다. 첫째는 현장 의료진에게만 지우는 가혹한 법적 책임이다. 시스템 부재로 발생한 사고조차 개인이 감당해야 한다. 이것은 사명감으로 현장을 지키던 의료인들마저 떠나게 했다.
둘째는 미래 세대에게 비전이 없는 환경이다. 분만과 중증 신생아를 치료할 신규 전문 인력이 급감하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의 의료 공백은 이제 회생 불가능한 수준이다.
셋째는 중증 환자를 받을수록 병원이 손해를 보는 기형적 수가 구조다. 소신 진료가 경영 위기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어떤 병원이 선뜻 응급 환자를 위해 문을 열 수 있겠는가.
형형색색의 대책 대신 '실질적 안전망' 구축해야
정부는 그동안 저출산 대응에 막대한 재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정작 태어난 아이를 살리는 인프라와 인력 지원에는 인색했다. 권역모자의료센터라는 간판이 이번 사건을 막지 못했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지금까지의 정책이 현장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제 국가가 직접 나서야 한다. 의료진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무과실 보상 기금'과 실효성 있는 법적 안전망을 국고로 조성해야 한다. 백화점식 인프라 확충보다는 실제 분만 규모를 반영한 '광역 거점 중심'의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
젊은 의사들이 희망을 품고 현장에 머물 수 있게 해야 한다. 전문의 확충과 교육 환경 개선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라. 수많은 경고를 무시한 대가는 항상 참혹했다. 이번 사건을 마지막 경고로 삼아야 한다. 아이와 산모의 생명을 온전하게 지킬 수 있는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의료 안전망 구축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