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2[헬스코리아뉴스] 혈우병 환아를 둔 부모의 시계는 늘 아이의 몸에 생길지 모를 '멍'과 '부기'에 맞춰져 있다. 아이가 친구들과 뛰어놀다 넘어지지는 않을지, 자는 동안 어디 부딪히지는 않았을지 밤잠을 설치는 것은 혈우병 가족들에게 숙명과도 같은 일상이다. 특히 뇌출혈로 이어질 수 있는 두개 내 출혈(ICH)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내려앉는 치명적인 위협이다.
최근 국제 학술지 '헤모필리아(Haemophilia)'에 게재된 JW중외제약 '헴리브라(Hemlibra, 성분명: 에미시주맙·emicizumab)'의 소아 환자 대상 메타분석 결과는 그래서 더욱 각별하다. 720명의 소아 환자를 분석한 결과, 연간 출혈 빈도(ABR)가 0.5회에 불과했고, 무엇보다 치명적인 두개 내 출혈 보고가 '0건'이었다는 사실은 의료계와 환자 단체 모두를 고무시키기에 충분하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그동안 혈우병 치료는 출혈이 발생한 뒤 응고인자를 보충하는 '사후 약방문' 식 치료에서, 정기적인 투여로 출혈을 미연에 방지하는 '예방 요법'으로 진화해 왔다. 하지만 잦은 정맥 주사는 어린 환아들에게 그 자체로 고통이었고, 정맥을 찾기 힘든 영유아기에는 치료 접근성 자체가 커다란 장벽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4주 1회 피하주사만으로 예방 효과가 지속되는 혁신 신약의 등장은 치료의 편의성을 넘어 '삶의 질' 자체를 바꾸어 놓았다. 이번 연구는 신생아 100명당 2.1건에 달했던 치명적 뇌출혈 발생률을 제로(0)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데이터로 입증했다. 이는 단순히 약효의 우수성을 넘어, 혈우병 아이들도 여느 아이들처럼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학교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평범한 미래'를 보장받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과제는 남아 있다. 혁신 신약이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임상 근거 축적과 더불어 치료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이 없도록 보건 당국의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병행되어야 한다. 다행히 헴리브라는 건강보험 급여 확대와 세계보건기구(WHO) 필수의약품 등재 등을 통해 그 문턱을 점차 낮춰가고 있다.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것은 의학의 본분이지만, 환자에게 평범한 일상을 되찾아주는 것은 의학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성취다. 소아 혈우병 환자들이 더 이상 '환자'라는 이름에 갇히지 않고, 출혈의 공포로부터 해방되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이번 연구 결과가 단순한 숫자 이상의 희망으로 다가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