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재검토해 내년 5천억 삭감 "가차 없이 구조조정"
'문 정부 5년간 보조금 2조 급증 감시 취약·방만 관리 부정·비리 만연'
포상금 지급 요건 완화·한도액 상향키로
법 개정해 외부 감사도 확대 방침

기자명 김성남 대기자 (vkm3000@naver.com)
대통령실 전경. [사진: 서울1TV]
대통령실 전경. [사진: 서울1TV]

[신한일보=김성남 대기자] 정부는 국무조정실이 총괄해 지난 1∼4월 일제 감사를 실시한 결과 국가보조금을 받은 1만2천여개 민간 단체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1조1천억원 규모 사업에서 1천865건의 부정·비리가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확인된 부정 사용액만 314억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 대상은 민간 단체 1만2천여개에 6조 8천억원 규모의 국고보조금이 지급된 사업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전체 민간 단체는 2만5천여개로 절반가량이 감사 대상에 포함된 셈이다.

보조금이 3천만원 이하로 소액이거나 기존에 감사나 수사가 이뤄진 경우 등을 제외하고 반복적으로 지급된 선심성 보조금 사업이 주요 감사 대상이었다.

대통령실이 비영리민간단체에 부정 지급되는 국가보조금 지원 정상화를 위해 칼을 빼들었다. 정부 감사 결과 최근 3년간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비리가 적발된 것이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5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감사결과 및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 수석에 따르면 정부는 올 1월부터 4개월간 국무조정실 총괄하에 29개 부처별로 민간단체 국고보조금 사업에 대한 일제감사를 실시했다.

감사는 최근 3년간 지급된 국고보조금 중 1만2000여 민간단체에 지급된 6조8000억원 규모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 수석은 "일제감사 결과 총 1초1000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비리를 적발했다"며 "현재 확인된 부정사용금액만 314억원에 이른다"고 했다.

횡령, 리베이트 수수, 허위수령, 사적사용, 서류조작, 내부거래 등 다양한 형태의 부정행위들이 적발됐고 정부는 이들 사업에 대해 보조금 환수, 형사고발, 수사의뢰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주요 적발사례에 따르면 통일운동을 한다는 A 단체는 '묻혀진 민족의 영웅들을 발굴한다'는 명목으로 6260만원을 받아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 등 정치적 강의를 설파했다.

또 '이산가족교류 촉진 사업'을 진행한다는 한 이산가족 관련 B 단체는 보조금을 받아 중국 내 개인 사무실 임차비, 휴대폰 구입비, 통신비 등에 2000여만원을 유용했다.

나아가 '20년 통일분야 가족단체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는 C 연합회 이사장 등 임직원은 245건 1800만원에 달하는 업무추진비를 △주류 구입 △보조금 사용 불가 업종(유흥업소 등)에 사용하거나 △주말·심야 시간대에 사용했다.

특히 문재인정부에서 '일자리지원사업'이 과도하게 확대되면서 일자리사업 수행 단체들이 대상자 모집이 어려워지자 이미 취업된 사람이나 창업자, 이미 다른 일자리지원금을 받고 있는 사람 등 무자격자를 선정하고 이를 실업자들에게 지급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이 가운데 D 협회는 사업수행 과정에서 자격미달 업체를 선정하거나 임의적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방식 등으로 4억3200만원의 보조금을 부정 집행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다만 사업비가 3000만원 이하인 사업은 제외됐다. 인력 등 한계로 규모가 큰 사업 위주로 실시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향후 이번 일제감사에 포착되지 않은 국고보조금 부정 사용 사례에 대해 추가 감사를 하는 한편 국고보조금 관리·감독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국고보조금 정산보고서 외부 검증대상을 현행 3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회계법인 감사대상은 기존 10억원 이상 사업 대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사업 결과에 대한 외부 검증도 대폭 강화한다.

또 보조금 부정 발생 시 사업 참여 배제기간을 5년으로 명시하고 그동안은 수기로 장부를 관리해온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시스템도 전자증빙 기반의 보조금관리시스템으로 새롭게 구축·관리할 방침이다.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국민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고 비영리 단체가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공익에 기여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렇게 부정 사용한 국고보조금은 전액 또는 일부 환수키로 했다.

우선 보조금 신청 과정에서 허위 사실과 같은 부정이 드러난 경우 해당 단체에 지급된 보조금 전액을 환수한다. 또 선정 절차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집행·사용 과정에서 부정·비리가 드러난 경우는 해당 금액을 돌려받기로 했다.

이어 비위 수위가 심각한 86건은 사법기관에 형사고발 또는 수사 의뢰하고 목적 외 사용이나 내부거래 등 300여건에 대해서는 감사원에 추가 감사를 의뢰키로 했다.

정부는 민간 단체 국고보조금 사용의 부정·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관리를 강화키로 했다. 이에 따라 보조금을 수령한 단체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위탁·재위탁을 받아 실제 예산을 집행한 하위 단체들도 국고보조금 관리시스템인 'e나라도움'에 전부 등록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회계서류, 정산보고서, 각종 증빙 등도 빠짐없이 올려 투명하게 공개되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보조금 관리에 대한 전용시스템 없이 종이 영수증으로 증빙을 받고 수기로 장부를 관리했지만 이를 전산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1월부터 광역단체에 우선 도입한 지방보조금관리시스템 '보탬e'를 올해 하반기부터 기초단체에도 확대 도입해 보조금 전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 시스템에서 보조금 사업자의 납세 이력을 포함한 금융·신용정보를 관계 기관에서 실시간 공유 받음으로써 선정 단계부터 부적격자를 걸러내고 중복수급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업 결과에 대한 외부 검증도 대폭 강화해 보조금 정산보고서 외부 검증 대상을 현행 3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회계법인 감사 대상을 기존 10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 사업으로 확대키로 했다.

또 기획재정부 총괄하에 44개 전 부처가 참여하는 '보조금 집행점검 추진단'을 통해 분기별로 집행 상황을 점검하고 보조금 부정 발생 시 사업 참여 배제 기간을 5년으로 명시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회계법인 감사 대상 확대는 관련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국회 계류 중인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국민 신고 활성화를 위해 신고 창구를 정부 서비스 민원과 정책 등을 제공하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정부24'까지 확대하고 포상금도 확대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감사 결과를 보고받고 "보조금이 워낙 방대해 국민이 직접 감시하지 않으면 잘못 사용될 소지가 있다"며 "포상금 제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포상금 지급 요건을 완화하고 한도액을 높이는 제도 개선안도 이른 시일 내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간단체 보조금 예산을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예정이다.

우선 내년도 보조금부터 올해보다 5천억 원 이상 감축하기로 하고 전체 보조금의 약 30%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전임 문재인 정부 임기 5년을 중심으로 보조금 규모가 2조 원 가까이 급증한 반면 취약한 감시 시스템과 방만한 관리로 부정과 비리가 만연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명목은 그럴듯하지만 효과 없는 사업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예산을 구조조정해 국민 세금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하겠다"며 "그런 부분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게 기본적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조금 구조조정은 1회성에 그치지 않고 향후 윤석열 정부 4년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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