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방부가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격퇴했고 우크라이나군 250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국방부 발표 관련 영상의 캡쳐 사진. (출처: 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격퇴했고 우크라이나군 250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국방부 발표 관련 영상의 캡쳐 사진.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와 자포리자 지역에서 1500명 이상의 인명과 28대의 탱크를 잃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가 러 국방부를 인용해 5일(모스크바 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는 도네츠크 남부 지역에 화력을 집중, 공세를 이어갔지만 이 지역을 관할하는 러시아 보스토크 부대에 막혀 ‘영토 수복’이라는 임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군대의 공격 부대는 상당한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국방부가 주장한 남부 도네츠크지역 우크라이나군 총 손실은 1500명 이상의 군인, 28대의 탱크(그중 8대는 독일에서 만든 레오파드), 세 바퀴 달린 프랑스제 AMX-10 전차와 장갑차 109대 등이다.

전날에는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지역을 52차례 집중 포격했다고 러시아 매체 타스가 도네츠크 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시 러시아군 당국은 우크라이나군 병사 약 250명을 사살하고 탱크 16대, 보병 전투 차량 3대, 장갑 전투 차량 21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사실 입증을 위해 이날 러시아군은 대규모 공격을 시도하던 우크라이나군의 장비를 파괴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반면 이번 대규모 공격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와 이를 지원하는 미국 등 서방은 공식 발표를 내지 않고 있다.

[키이우=AP/뉴시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4일(현지시각)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손가락을 입에 대고 침묵을 강조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러시아 대반격에 대한 공식 발표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영상에는
[키이우=AP/뉴시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4일(현지시각)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곳에서 손가락을 입에 대고 침묵을 강조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러시아 대반격에 대한 공식 발표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영상에는 "작전엔 보안이 필요. 작전 개시 발표는 없을 것"이라는 자막이 나오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06.05.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군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자국민에게 대반격을 성공시키고자 작전상 정보에 대해 침묵을 지켜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러한 침묵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러시아 국방부가 대반격을 시작했으나 모두 격퇴돼 임무에 실패했다고 발표한 4일, 우크라이나 군 대변인은 “우리는 그러한 정보가 없다”며 “어떤 종류의 가짜에 대해서도 논평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전폭적인 무기 지원에 힘입어 러시아가 점령한 도네츠크·크름 반도뿐 아니라 러시아 본토인 벨고로드까지 맹공을 퍼붓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러한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고 주장한다. 이번 대규모 공격을 사실상 ‘대반격’의 개시로 간주하면서 이를 격퇴했다고 오히려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러 국방부 대변인은 4일 “적은 가장 취약한 전선에서 우리의 방어선을 돌파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임무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피력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밤 연설에서 반격 시점에 대한 결정이 내려졌다고 밝혔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소대로 총사령관과 작전지휘관들이 참모진에게 보고했다. 탄약 공급과 새로운 여단 훈련뿐 아니라 우리의 전술에 관해서다”라면서 “타이밍도 있다. 우리가 언제 전진할지에 대한 이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결정이 내려졌고 우리는 결국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이 제공한 사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도네츠크주를 방문해 병사들을 표창한 후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05.23. (출처: 뉴시스)
우크라이나 대통령 공보실이 제공한 사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운데)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도네츠크주를 방문해 병사들을 표창한 후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05.23. (출처: 뉴시스)

그 다음날인 30일 전군을 이끄는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은 밀리 미국 합참의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 “전선 상황과 우리 영토 수복을 위한 우크라이나군의 향후 (대반격) 계획, 적의 예상되는 행동 등에 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와 타스 통신 등이 3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탈환하기 위해 오랫동안 기다려 온 반격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가 성공할 것이라고 강력히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반격이) 얼마나 오래 걸릴지는 모르겠다”며 “솔직히 말해 완전히 다른, 다양한 방식으로 갈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게 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통수권자와 군 수장 등 지도부의 잇따른 발표는 우크라군이 그간 수차 예고했던 ‘대반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최근 미 정부 기밀문건 유출에 따른 우크라이나군의 전술 노출이 계획 차질을 불러왔다는 분석 속에서도 봄 ‘진흙철’이 지나는 계절적 상황이 맞물리면서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을 결국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러-우크라 전쟁의 격전지인 동부 돈바스 지역 바흐무트가 봄이 돼 언 땅이 녹으면서 지상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우크라군의 탱크가 얼음이 녹아 질퍽해진 땅을 통과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러-우크라 전쟁의 격전지인 동부 돈바스 지역 바흐무트가 봄이 돼 언 땅이 녹으면서 지상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우크라군의 탱크가 얼음이 녹아 질퍽해진 땅을 통과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