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우 부산환경교육센터 이사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으로 정치권이 뜨겁다. 정부 여당은 ‘객관적, 과학적’이라는 이름으로 대체로 일본의 결정을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야당은 반일 정서에 기대어 고기가 물 만난 듯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정부 여당은 야당을 ‘괴담 유포로 국민을 선동말라’고 비난하고 야당은 ‘어느 나라 정부냐’며 정부 여당을 비난한다. 그러면서 둘 다 공히 ‘우리 어민 살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국민 생명을 담보로 일본의 결정을 수용하고 오염수 방류에 동의하는 듯 하는 정부 여당의 태도가 가장 문제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뭐 하다 오염수 방류가 코앞에 닥쳐서야 정치적 이슈로 대응하는지 거대 야당의 태도 또한 볼썽사납기는 매한가지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대처는 여야 공히 강조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어민, 수산업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건강과 먹거리, 우리 아이들과 그들이 생활할 자연과 환경의 보존과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로 단순히 손익계산에 따른 여야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무엇이 가장 큰 문제일까? 우선 용어의 규정에서부터 혼란이 일고 있다. 후쿠시마 방류수는 오염수인가 처리수인가? 주한규 한국원자력연구원장은 “방류수는 오염수가 아니다”고 말한다. 이유는 ALPS라는 다핵종 여과장치로 정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ALPS장치로 정화한 오염수를 이른바 ‘ALPS 처리수’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줄곧 일본이 주장해온 이 입장에 정부 여당도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의 시찰도 주로 ‘ALPS의 작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정상적으로 잘 작동하는지, 비상시에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이런 문제를 살펴본 것이다.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통한 방류체계 불시 점검을 수용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주장에는 두 가지 전제가 있다. 하나는 일본과 ALPS라는 여과장치에 대한 ‘믿음’과 이 장치를 통해 배출되는 배출수의 ‘무해함’이다. 즉, ALPS를 거쳐 나온 배출수는 방사능 오염원이 제거된 ‘인체와 자연에 무해한 방류수’라는 것이다. 또한 ALPS를 통해 배출되는 방류수의 방사선 수치는 자연상태에서의 방사능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은 양이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ALPS를 통해 거를 수 없는 삼중수소의 경우는 물로 희석해 농도를 낮춰 방류하면 역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방사선은 어디에나 있다. 땅에서도 올라오고, 하늘에서도 내려온다. 그런데 인류가 만든 인공방사능은 경우가 다르다. 인공방사성 물질은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지상에서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실험을 했는데, 거기서 나오는 핵폭탄의 재가 전 세계로 흩어진 것에서 기인한다. 그런데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부터 나오는 인공방사성 물질은 과거 핵폭탄 실험에서 온 인공방사성 물질의 양과는 차원이 다르다.

따라서 후쿠시마원전 오염수의 방사능과 자연 상태의 방사능의 양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인공방사능을 ALPS라는 다핵종설비시설로 모두 제거할 수 있을까? 또한 그렇게 주장하는 일본의 주장을 신뢰할 수 있을까?

오염수를 버리는 주체인 일본의 도쿄전력은 이미 신뢰를 잃은 적이 있는 회사이다. 도쿄전력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이 쓰나미로 크게 피해를 입었을 때 사고를 은폐하려 했던 적이 있었고, 오염수 처리에 과한 모든 과정을 낱낱이 밝히지도 않았다. 따라서 도쿄전력이 다핵종제거설비를 이용해 삼중수소를 뺀 나머지 인공방사성 핵종을 완벽하게 제거할 것이라고 하지만, 이미 사고를 은폐한 적이 있는 그들의 말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

더군다나 이 배출수에는 여전히 삼중수소 같은 인공방사성 물질이 들어있으며 삼중수소는 희석 여부와 상관없이 여전히 인체 유해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물질이기도 하다.

결국 방사능 오염수를 처리하는 ALPS의 성능에 대한 믿음과 운영주체 도쿄전력의 신뢰성 여부, 그리고 ALPS를 통해서도 걸러지지 않는 오염수 속의 인공방사성 물질의 유해성 문제 그 어느 하나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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