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감사원 직무감찰 근거 없어”
감사원 “자료제출 거부 상상 어려워”
감사거부에 與 “황당하기 짝이 없어”

(과천=연합뉴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31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3.5.31
(과천=연합뉴스)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31일 오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와 후속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2023.5.31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고위 간부의 ‘자녀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의 조사에 대해선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에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감사 거부 방침을 밝혔다.

앞서 감사원은 전날 “선관위를 대상으로 채용, 승진 등 인력관리 전반에 걸쳐 적법성과 특혜 여부 등을 정밀 점검할 것”이라며 직무감찰을 예고했다. 감사원 감사는 기관이 국가 예산을 제대로 썼는지 들여다보는 회계검사와 기관 사무·직무에 대한 직무감찰로 나뉜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감사원으로부터 회계검사는 정기적으로 받고 있으나, 독립성 침해 우려가 있어 직무감찰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국가공무원법 17조에 규정된 ‘선관위 소속 공무원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선관위 사무총장이 실시한다’는 내용을 감사원 감사를 받을 수 없다는 근거로 들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해 대선 사전투표에서 불거진 ‘소쿠리 투표’ 논란 때도 감사원 직무감찰을 거부한 바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부터 선관위를 상대로 정기감사를 벌였다.

감사원은 선관위를 상대로 정기감사 착수 당시 “3년마다 선관위에 대해 회계나 단순 행정에 대해 감사했다”며 “대선 선거관리 업무에 대한 직무 감찰도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선관위에 ‘소쿠리 투표’ 관련 자료 요청도 했다.

이에 선관위는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이기 때문에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문서를 감사원에 보내며 감사를 거부했다. 이로 인해 ‘소쿠리 투표’ 관련 감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감사원에 대한 것과 달리 선관위는 권익위의 조사엔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권익위는 “자녀 채용 비리 의혹 관련 전수조사를 오늘 시작했다”면서 “국민권익위법에 의거한 실태조사권에 따라서 단독으로 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강제 권한이 없는 권익위 조사는 (선관위 협조 없이) 한발짝도 못 나갈 수 있다”면서 “전수조사라면 전 직원과 퇴직자까지 살펴보는 것인데 이들의 개인정보를 그대로 권익위에 넘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 특혜 채용 의혹이 특정된 간부 관련 정보는 제공할 수 있어도, 전 직원의 인사기록을 권익위에 모두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관위는 권익위의 조사와 별개로 자체적인 전수조사는 계획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선관위는 오는 2일 위원 회의를 열어 감사원 감사 수용 여부와 사무총·차장 인사 등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위원 회의를 통해 감사원 수용 여부가 최종적으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감사원 감사 거부를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수원 보훈 재활센터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선관위의 감사 거부에 대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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