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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성북구 정릉시장 내 위치한 청년밥상문간/사진=고선영 청년기자
서울시 성북구 정릉시장 내 위치한 청년밥상문간/사진=고선영 청년기자

서울시 성북구에 있는 ‘청년밥상문간’은 여느 가게와는 다르다. 메뉴는 단 하나, 김치찌개 뿐이다. 청년들에게 단돈 ‘3000원’에 김치찌개와 반찬, 무한리필 되는 밥까지 제공한다.

서울의 어느 고시원에서 생활고와 굶주림으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한 청년의 소식이 지금의 문간을 열게 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청년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하자는 것이 이 가게의 취지다.

가게에 들어서면 죽 늘어선 쌀가마니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전국 이곳저곳에서 후원해준 쌀이다. 쌀가마니 계단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한쪽 벽에 셀 수 없이 붙여진 포스트잇들을 발견할 수 있다. 청년문간에서 한 끼를 해결한 청년들이 감사의 메시지를 남긴 것이다.

2017년에 문을 연 청년밥상문간은 청년들에게 언제나 열려있다. 청년을 대상으로 연 가게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다녀갈 수 있다. 문간은 식당 뿐만 아니라 ‘세대공감잇다’나 ‘달빛영화제’ 같은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현재 5명의 신부와 1명의 사무국장으로 구성된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로 운영 중이다. 방송 '유 퀴즈 온 더 블록' 출연 이후 지난달에는 이화여대 인근에 2호점도 열었다. ‘청년밥상문간’의 사장, 이문수 가브리엘 신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이문수 신부와의 일문일답

청년밥상문간의 이문수 신부/사진=고선영 청년기자
청년밥상문간의 이문수 신부/사진=고선영 청년기자

Q. 식당을 운영하며 청년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사례 혹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오는 청년들이 ‘맛있게 잘 먹었다’ 또 ‘이런 식당이 너무 좋다’라고 말하는 거다. 밖에 포스트잇에 쓰여 있는 내용이 실사례가 아닐까 싶다. 식사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식당이 도움 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존재 이유니까 ‘잘 먹고 갑니다’라는 얘기가 큰 힘이 된다.

그래서 포스트잇을 한 번 쭉 다시 읽어 본다. 본 거지만 또 보고 새로 추가되는 것들도 있고. 처음에는 포스트잇 같은 게 없었다. 가게를 열고 1년 넘은 시점쯤 붙기 시작했다. 어느 날, 누군가 잘 먹고 간다고 벽에 쪽지를 붙이더라. 그래서 아예 거기다가 포스트잇이랑 펜을 갖다 놓았다. 정신없이 지내다 문득, ‘이런 식당이 있어서 너무 좋다’라는 말을 봤을 때 감동적이다.

가게 외벽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사진=고선영 청년기자
가게 외벽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사진=고선영 청년기자

Q. 메뉴가 ‘김치찌개’인 이유는?

메뉴 고민을 많이 했는데, 처음에는 주방장과 나 두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을 구상했다. 그래서 단품 메뉴를 생각했고,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가 뭘까 고민했다. 그때, 아는 후배가 김치찌개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줬다. 괜찮은 것 같더라.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 무난하게 즐기는 음식이니까. 진짜 메뉴가 김치찌개 하나밖에 없는 식당이 있더라. 사리도 우동과 어묵 사리 딱 두 개다. 그대로 벤치마킹했다. 다만, 우리는 청년이 대상이니까 우동 사리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라면 사리로 결정했다.

가게를 연 지 얼마 안 돼서, 자주 오던 학생이 어느 날 부대찌개도 메뉴에 넣어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부대찌개는 도저히 3000원이 안 되더라. 그래서 기분이라도 낼 겸 햄 사리를 추가했다.

Q. 다른 메뉴에 도전할 생각은?

당분간은 없다. ‘김치찌개 전문점’ 이미지로 가려고 한다. 소문도 좀 났다. 혹시 나중에 필요하면 바뀔 수도 있다. 청년들이 마음 편하게 식사하기를 바라는 게 우리의 바람이니까.

Q. 코로나19 영향이 있었나. 어려웠던 점은?

작년 이용률이 1/3 토막이 났다. 지금은 다들 식당도 잘 가지만, 작년엔 두려움 때문에 식당도 잘 안 갔던 것 같다. 직장인도 단골도 배달하거나 도시락을 사 먹더라. 적자가 커졌지만, 후원자들이 멈추지 않고 계속 후원해줘서 다행히 여기 하나 운영하는 거는 괜찮았다.

청년밥상문간의 3000원 김치찌개/사진=고선영 청년기자
청년밥상문간의 3000원 김치찌개/사진=고선영 청년기자

Q. 배달 서비스 계획이 있는지.

배달하면 배달비로 2000~3000원씩 붙는다. 몇 인분씩 시키면 상쇄되겠지만 ‘1, 2인분 시키면서 배달료 또 3000원 내는 것은 적절하지가 않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 적절한 방안은 아니다.

대신 그릇을 가져오면 담아준다. 포장해가면 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고 하더라. 1인분 싸가도 두 끼로 나눠 먹을 수도 있고, 두 사람이 먹을 수도 있고. 그래서 포장을 하면 청년들한테 좀 도움이 되겠구나 싶어서 포장 용기를 알아봤는데 생각보다 비싸다. 1인분짜리는 한 100원 미만인데, 그 이상은 몇백 원이 든다.

Q. “유 퀴즈 온 더 블록” 방영 후 유재석 씨의 5000만원 기부가 큰 화제가 됐었다. 방송 이후 큰 차이나 달라진 점이 있는지.

엄청난 차이다. 인기 많은 프로그램이라고 알고 있었다. 방송에 나간 후 거의 한 달 동안 일시 후원과 정기 후원이 많이 늘었다. 처음에 정기 후원자가 70~80명 정도였는데, 이제 1000명이 넘었다. 청년밥상문간 2호점을 여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Q. 많은 기업 형태가 있는데, ‘협동조합’을 선택한 이유는?

사실은 협동조합에 대해서 잘 몰랐다. 처음에는 개인 사업자로 시작했는데, 구청에서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개인 사업자니까. 그래서 실무 담당 주무관이 비영리인 '사회적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자체에서 이익이 나더라도 조합원들이 나눠 갖지 못한다. 조합 활동에 재투자하게 돼 있다. 좀 더 사회적 경제를 지향하는 조직인 거다.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건 처음 들어봤다. 그때부터 알아보고 공부했다. 다른 신부들과의 논의 끝에 해보자고 결정했다. 우리들 하는 일 자체가 그런 거니까. 돈 벌려고 식당 하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공공성, 투명성을 띤 조직이니까 신뢰를 줄 수 있다.

Q. 2호점은 이화여대에서 운영 중으로 알고 있다. 가게 위치를 선정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는지.

그곳에 ‘성 안나 재단’이라는 곳이 있는데, 재단 소유의 건물이 있다. 그분들이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을 가지고 장학 사업을 한다. 이대 상권이 침체한 상태에서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고, 건물에 입주한 많은 업체가 떠났다. 건물 3층이 원래 파스타 가게였는데, 테이블이나 주방 설비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재단 이사장이 "설비는 그대로 다 있으니까 바로 손님 받아서 찌개 끓여서 팔면 안 되겠냐"고 하더라. 그 장소를 우리한테 임대료도 안 받고 보증금도 없이 무상으로 제공했다. 굉장히 조건이 좋았다. 처음 가게를 열었을 때 보증금 2000만원, 인테리어 비용이 4000만원정도 들었다. 월세도 내야 했다. 그런 걸 다 절약할 수 있는 거다.

Q. 앞으로 계획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빠르면 올해 3호점을 낼 수도 있겠다. 여건이 되면 청년밥상문간을 늘려가고 싶다. 150개 정도.

하반기에는 ‘청년 희망 로드’를 하려고 한다. 2년 전, 청년 8명을 선발해 스페인 카미노로 순례길을 떠난 프로그램을, 올해는 국내에서 10월쯤에 해보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내년에는 청년들과 요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보고 싶다. 처음부터 배우는 거다. 면허도 따야 하고, 전문가가 동승해서 처음에는 가까운 섬에 가는 거다. 그래서 '챌린지'다. 나는 수영도 못하는 사람인데. 청년들하고 그런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걸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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