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거저오지 않는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으로 오랜만에 훈훈한 소식이 그 여운을 남기고 있다. 5,000억 달러(약 640조)가 투입되는 미래 신도시 ‘네옴시티’건설 추진사업의 일환으로 사우디 정.관,사(기업)등과 26개 푸로젝트관련, 계약 또는 업무협약 된 총 사업규모가 300억 달러(약 4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기회의 문이 한국에 열리기 때문이다.

월남전 이후 우리나라가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도, 중동건설 특수를 타고 오일달러를 벌어들일 기회를 우리가 놓치지 않았던 덕이 크다. 그 당시 샌드스톰(모래바람)을 맞으며 낯 설은 열사의 땅, 중동지역에서 지사 필수요원으로 근무했던 필자로서는 이번 성과가 더더욱 남다른 감회로 다가온다.

중국 비즈니스만 ‘꽌시’(관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동지역에서도 신뢰관계가 모든 비지니스의 기본이다. 남들보다 한 발짝 앞선 정보수집과 남들보다 한 수 위를 볼 수 있는 안목, 그리고 그의 실천을 위한 치밀한 행동이 필수적이다. 7~8십년대에 우리가 중동에서 땀 흘리며 그들에게 보였던 신력과 신용도 한 몫을 한 것이 틀림없다. 한 예로 중동인들은 우리들을 ‘달나라에서 온 사람들’이라고까지 했다. 공기를 맞추기 위해서 횃불을 켜고 야간작업을 함에 따라 자고 일어나면 한 층씩 올라가는 건설 현장을 그들은 보았기 때문이다.

미스터 에브리씽(Mr. Everything)이라 별명이 붙을 정도로 막강한 실력(재력과 권력)을 가진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에 오기까지는 거저 된 것이 아니다. 하마터면 취소될 뻔했던 방한이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전에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적극적인 수주외교를 벌인 노력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또 그 밑의 수족 같은 참모진의 노력은 어떠했겠는가? 물위에 오리는 한가롭게 떠 있는 듯 보이지만 물밑의 오리발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좋은 관계는 쉽게 맺어지기도 어렵지만, 잘 형성된 관계속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도 계속된다. 필자가 중동에 근무할 당시 건설된 건축물과 설비의 관리에 아직도 우리 한국 엔지니어가 참여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제, 우리의 시각을 홍천군 내부로 돌려보자.

인구감소를 줄이고 지방소멸을 막기위해 전력을 다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지방행정의 공통된 과제다. 그러기에 다른 시.군보다 앞서는 정보와, 전체 판을 보는 안목, 그리고 발 빠른 행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경쟁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우리 군의 미래상만 그릴 것이 아니라, 인근 지역 타 시.군이나 우리나라 전체의 미래상도 함께 예측해야 우리에 특화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남이 잘하는 것 2등이 아니라, 내가 잘 할 수 있는 1등이 무엇인가 발굴해야 한다.

그래야 세월의 낭비와 헛발질을 막는다. 우물 안 개구리로서는 오픈 된 경쟁에서 절대로 승기를 잡을 수 없다. 한 예로 그동안 부진했던 좋은 기업을 홍천에 유치하여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을 출마자마다 내 걸었다. 그러나 그 일은 공약이나 간절함 만으로 이룩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일을 추진하는 요원이 기업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가? 기업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경험이 있는가? 수도권의 우수한 기업의 실태와 그 기업이 지방이전을 하도록 하는 확실한 동인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는가? 거기에 더해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처할 수밖에 없는 환경변화에 대해서 얼마나 내다보고 있는가? 그 분야에 특화되고 정통한 브레인이 얼마나 절실하게 고민하면서 목적달성을 위해 뛰고 있는가? 말처럼 쉬운 일은 이 세상에 없다.

회사에 입사하고자 하는 사람이 면접에서 합격하기 위해서는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니다. 지원하는 회사에서 나를 반드시 뽑아야만 하는 타당한 이유를 부각시켜야 한다. 회사는 근본적으로 자선단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룡터널건설 당시 중앙부처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은퇴하신 분의 에피소드를 들은 적이 있다. 어느 것 하나라도 소홀히 여길수 없는 변수인 것이다.

용문-홍천간 철도건설문제를 비롯하여, 지속가능한 농업기반을 구축하거나, 젊은이들이 거주하고 싶은 기회의 홍천을 만들기위해 그야말로 할 일이 너무 많다. 도토리 키 재기 식이나 내 작은 이익을 위해 상대편 배제를 위한 꼼수만으로는 택도 없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정부나 성공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숨은 이유가 있다. 실패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성공하는 기업에서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상대기업에 상주요원도 파견한다.

필요하면 합법적인 스파이도 마다하지 않는다. 내 사업에 긴요한 상대라면, 그의 가족 장례식에도 내 일처럼 참여한다.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도 내 사람 네 사람 따지지 말고 필요한 인재의 브레인스토밍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힘을모아 집중할 제도를 만들어야 할 때다.

필요하다면 외유성 출장이 아니라 정말로 필요한 지식과 정보습득을 위한 해외연수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타 지방 성공 실패사례도 꼼꼼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 그래서 낭비되는 역량을 모아 긴요한 기본 파이를 키우는 일에 집중해야 할 때다. 실기(失機) 하거나 소탐대실(小貪大失) 하지 않도록 책임 맡은 분들의 자성과 분발을 촉구한다. 그야말로 갈 길이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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