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지저분한 이야기] 남한과 북한의 똥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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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지저분한 이야기] 남한과 북한의 똥값
  • 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 승인 2020.10.31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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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거름전투를 벌이고 있는 혜산 주민들. 사진=시사주간 DB
새해를 맞아 거름전투를 벌이고 있는 혜산 주민들.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양승진 북한 전문기자] 남한과 북한 모두 인분()은 돈이다.

남한의 경우 단독주택은 1년에 한 번 정화조를 말끔히 비워야 하는 게 의무다. 1년 내내 모인 인분 찌꺼기가 켜켜이 쌓여 청소를 해주지 않으면 그대로 하수도로 넘어가기 때문에 특정한 날을 잡아 용역회사에서 수거해 간다.

소위 강과 하천을 보호한다는 명분이어서 꼭 필요한 일이다. 공동주택인 경우 관리사무소에서 알아서 해주지만 단독주택은 정화조 청소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어야한다. 보통 1주택 당(4인가족 기준) 연간 35000원 정도가 똥값이다.

마치 해외에 나가면 화장실에 들어갈 때 돈을 내고 볼일을 보는 것과 거의 비슷하다.

퇴비와 인분을 이용해 거름을 만들고 있는 북한 온성군 남양노동자구의 모습. 사진=시사주간 DB
퇴비와 인분을 이용해 거름을 만들고 있는 북한 온성군 남양노동자구의 모습. 사진=시사주간 DB

북한에서도 인분이 돈인 건 마찬가지다.

매년 연초가 되면 거름전투의 시작을 알린다. 화학비료가 모자라 하루에 1001월 한 달간 3톤을 바쳐야 한다.

주민들은 1년 내내 비료생산과제를 수행해 새해가 시작되는 1월에 거름 과제로 바쳐야 하는데 인분 100이면 퇴비는 300으로 단위가 늘어난다.

인민반, 학교, 직장 등에서도 인분을 거둬 인분이 필요한 곳은 많은데 그 많은 인분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1월에는 인분을 훔치는 사람도 제법 많다. 결국은 남이 모아놓은 것을 슬쩍하는 것이다.

일부 직장단위들에서는 거름운반 차량의 기름 구입비와 부족한 거름을 다른 곳에서 구입한다며 현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미용실이나 식당, 이발소, 공장기업소 등 여성노동자들이 많은 곳은 대부분 돈으로 지불한다.

그렇다면 북한의 똥값은 얼마나 할까.

보통 인분 값은 100당 중국 인민폐 10~20위안(1700~3400) 이상으로 지역별, 기관별로 차이가 나지만 거의 쌀 3~4를 살 수 있는 돈이 똥값으로 나간다. 과제는 3톤이어도 20위안 선에서 끝나게 된다. 새해 벽두부터 명목은 거름전투지만 과 전투를 치르는 셈이다.

한 사찰에서 정화조를 청소하고 있는 차량. 사진=시사주간 DB
한 사찰에서 정화조를 청소하고 있는 차량. 사진=시사주간 DB

요즘엔 재미있는 보도도 나온다.

하우스에서 남새(채소)를 재배해 돈벌이를 하는 개별 농사꾼들이 도시 아파트마다 돌아다니며 인분을 사 모으느라 분주한데 아파트 망울(하수망·오수처리시설)에 차있는 인분은 해당 아파트의 주민세대를 책임진 인민반장(20~30세대)만이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게 권한이 주어졌다.

인분은 개인 농사꾼이 끌고 온 소달구지 위에 설치된 500밀폐된 통으로 판매되고 있는데, 그 값은 인분 500당 개인 농사꾼에게 김장배추 50정도를 받는다.

인민반장은 인분을 국영농장보다 개인 농사꾼에게 판매하는 게 더 짭짤하다. 같은 인분 500에 대해 옥수수로는 개인 농사꾼에게 50정도를 받지만 국영농장에 팔 경우 옥수수로 20~30밖에 못 받기 때문이다.

한편 아파트에서 버려지는 구멍탄(연탄)재도 인민반장의 허가에 따라 판매되고 있다. 이유는 구멍탄재에다 인분을 섞어 퇴비로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남한은 인분을 버리는데 돈을 쓰고, 북한에서는 인분을 사는데 돈을 써 남과 북이 다르다. SW

ysj@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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