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칼럼] 코로나19 인사법, 수어로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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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칼럼] 코로나19 인사법, 수어로 해보세요.
  • 김철환 활동가
  • 승인 2020.02.2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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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김철환 활동가] '오랜만에 만난 상대에게 악수를 건넨다. 상대가 어정쩡한 모습으로 악수를 받는다. 그제야 손을 건넨 이가 머쓱한 표정을 짓는다.'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악수가 습관이 된 이들이 겪는 풍경들이다. 손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손 씻기가 일상화되었고, 손 접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악수를 대신해 인사를 할 수 있는 묘안들도 나온다. 주먹을 부딪치거나 팔뚝이나 어깨를 부딪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신체 접촉은 피할 수 없다.

⓵ 오른 손바닥으로 주먹을 쥔 왼 팔을 쓸어내린다.⓶ 두 주먹을 쥐고 바닥이 아래로 향하게 한 다음 가슴 앞에서 아래로 내린다.이미지 출처=국립국어원
⓵ 오른 손바닥으로 주먹을 쥔 왼팔을 쓸어내린다.
⓶ 두 주먹을 쥐고 바닥이 아래로 향하게 한 다음 가슴 앞에서 아래로 내린다.
이미지 출처=국립국어원

신체를 접촉하지 않으면서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인사가 있다. ‘수어’로 하는 인사다. 위 이미지는 “안녕하세요?”의 뜻이 있다. “잘”의 의미가 있는 ⓵과 “계시다(있다)”의 의미가 있는 ⓶가 결합된 단어이다. 예를 갖출 필요가 있으면 ⓵과 ⓶를 같이 쓰는 것이 좋다. 친한 사이라면 ⓶의 단어만으로도 가능하다. “안녕”, “잘 있었니?” 등의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은 물론 유명인들이 군중을 향하여 수어 동작을 취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다. 주로 하는 수어가 “I LOVE YOU” 정도이지만, 그런 동작들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고 있어서 그럴 수 있다. 이러한 유명인의 모습만이 아니다. 공식행사에서 수어통역이나 수어공연도 자연스럽게 연출되기도 한다. 

지난 2월 2일 미국 플로리다 주의 마이애미 하드록 스타디움에서는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슈퍼볼’ 경기가 열렸다. 개막행사에 앞서 미국의 팝가수 데미 로바토(Demi Lovato)와 욜란다 아담스(Yolanda Adams)가 미국 국가(國歌)를 불렀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동양인(한국계) 청각장애인 예술가 크리스틴 선 킴(Christine Sun KIM)이 수어로 미국 국가를 불렀다. 

미국인의 이목이 집중된, 1억명 이상의 시청자가 보는 중계방송에 수어노래를 한 것 자체가 신선하다. 그것도 노래를 한 이가 동양인이며 청각장애인인 것도 말이다. 중간에 수어노래를 방영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모습은 우리에게 놀라운 광경임에는 틀림이 없다. 대규모 행사에 수어공연이 들어가고, 메인 무대에서 청각장애인이 자국의 국가를 수어로 표현하는 것들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모습들이다.

얼마 전 SNS(페이스북)를 중심으로 농인(聾人)과 수어통역사들이 릴레이를 진행한바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악수를 할 수 없으니 대신에 수어 인사법을 사용하자고 말이다. 하지만 이 운동은 널리 퍼지지 못했다. 언론은 물론 시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복지도 이제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럼에도 복지사각지대의 문제가 언론에 끊이지 않는다. 복지시스템이나 예산이 미비한 탓도 있지만 복지를 바라보는 잘못된 시각도 한몫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주는 것을 복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진정한 복지는 주고받는 관계에만 있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진정한 복지는 상대의 눈높이에 나를 맞추고, 함께하는 것임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수어 인사를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한다. 코로나19로부터 자신을 지키면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방법으로, 이웃과 함께하는 복지를 실천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인식의 지평을 넓히고 성숙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SW

k6469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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