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 배터리 소송 조기패소에 골머리 앓는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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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 배터리 소송 조기패소에 골머리 앓는 사연
  • 오아름 기자
  • 승인 2020.02.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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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SK이노 총괄사장 판단 착오가 빚어낸 결과
배터리 업고 고난의 행군…‘투자·소송’ 과제 산적
우위 점한 LG화학, 요구 사안 반영 정도가 관건
사진=시사주간DB
사진=시사주간 DB

[시사주간=오아름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특허 전쟁에서 조기패소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이면서, 김준 사장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이번 패소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김 사장의 무리한 맞소송이 화를 키운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김 사장의 책임론도 수면 위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2년간 해외 배터리 생산기지 건설을 위해 쏟아부은 투자금만 약 3조7000억원이다. 2018년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이 2조1176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1년 영업이익을 훌쩍 뛰어넘는 돈을 배터리 사업에 투자한 셈이다. 이렇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막대한 돈이 들어간 만큼 배터리 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김 총괄사장의 부담감도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헝가리 코마롬 제1공장에 약 8400억원, 제2공장에 9400억원, 중국 창저우 공장에 약 8200억원, 미국 조지아 공장에 약 1조1000억원을 투자했으며, 미국과 중국에 제2공장을 짓기 위한 투자금까지 포함하면 총 투자금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사업은 올해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사업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시점을 2021년으로 예측했지만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김 사장이 미국 추가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배터리 사업이 예상보다 1년 뒤인 2022년에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은 지난해부터 분기별 영업손실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은 869억원이었지만 2분기 671억원, 3분기 427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ITC 캐머런 엘리엇 행정판사(ALJ)는 지난 14일 배터리 특허와 관련된 LG화학의 조기패소 요청을 용인하는 예비판결을 내렸다. 자동차 배터리 특허를 둘러싼 국내 기업 간의 소송에서 LG화학의 손을 들어 줬다. 

이번 판결의 구체적인 근거는 추후 공개되며, 최종 판결은 올해 10월 5일 전에 내려질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접기에는 잃을 게 너무 많은 만큼, 최종 패소 판결을 피하고자 LG화학과 화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LG화학과의 분쟁이 일었던 당시 합의가 아닌 맞소송이라는 강공을 택했다. 지난 2017년부터 LG화학 직원 100여명을 빼내는 방식으로 영업비밀을 탈취하고, 핵심 소재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에 오히려 명예 훼손이라며 주장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번 맞소송은 초반부터 SK이노베이션의 무리한 전략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소송과 관련한 3만여개의 자료를 삭제하는 등 SK이노베이션의 조직적인 증거 인멸 정황까지 나오며 조기패소 추측에 무게가 실렸다.

이후 양사는 국내외에서 총 9건의 소송전을 벌였고, 이런 상황에서 ITC가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아울러, 이번 판결은 변동 없이 최종 패소 판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ITC 통계 자료에 따르면 특허 소송의 경우 예비 판결이 최종 판결로 유지되는 비율은 90%, 영업 비밀 소송은 100%다. 특히 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행정판사가 침해를 인정한 예비 결정이 최종 결정에서 뒤집힌 사례는 지난 1996년부터 25년 동안 한 번도 없었다. 따라서 SK이노베이션이 재심을 청구하고 기다리기에는 리스크가 큰 것이다. 

패소가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셀과 모듈 등의 수출길이 막히며 사실상 미국내 사업을 접어야한다. 이는 미국에서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완전 중단을 뜻한다. 2조원을 투입한 미국 조지아 공장과 올해 착공 예정인 제2공장의 건립마저 무산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이 현재까지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투자했거나 검토 중인 금액은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을 유지하려면 LG화학과 합의하는 것 말고는 사실상 대안이 없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16일 입장문을 통해 “LG화학을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없을 것”이라며 협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협상결렬에 대비해 미 행정부 설득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은 ITC 최종판결 이후 60일 이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 공장에 1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 만큼 공익성을 통해 미국 행정부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배터리 소송전에서 SK이노베이션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서명문을 ITC에 보냈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고위 행정부 관계자 역시 SK 측에 관대한 결론이 나오길 원한다고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ITC는 지난 2013년 삼성과 애플의 '3G 이동통신 특허침해 소송'에서도 애플의 특허침해를 인정해 '미국 내 수입금지'를 명령, 삼성의 손을 들어줬지만 미국 무역대표부가 거부권을 행사해 이를 인정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아직 조기패소 단계이고, 확정난 게 아니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조심스럽다”며 “처음부터 지금까지 LG화학과 화합해 잘 풀어나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W

oar@economic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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