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발매된 비디오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이하 라오어)’는 영국 영화잡지 ‘엠파이어’로부터 “시민케인에 비견될 만하다”고 호평 받은 게임사의 걸작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를 증명하듯 라오어는 AIAS(인터렉티브 어치브먼트 어워드), BAFTA(영국 영화 텔레비전 예술 아카데미), GDC(게임 개발자 회의), GOTY(게임 어워드 올해의 게임) 등 유수의 관련 협회로부터 2010년대 최고의 비디오 게임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라오어가 7년 만에 2탄으로 돌아왔왔다. 이를테면 서태지의 복귀, 마이클잭슨의 후속작과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세계의 많은 게이머들이 이를 기다려왔다.

라오어2는 지금 명예의 전당은 커녕 게이머와 업계인들로부터 “과거의 영광을 오욕으로 썼다”는 참혹한 혹평을 받고 있다. 더욱이 그 혹평은 트레일러 사기 논란, 평론가 평점 조작 의혹에 디렉터 닐 드럭만의 망언까지 겹쳐져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출처 : 플레이스테이션 홈페이지 (라스트오브어스2는 수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현재 덤핑사태가 일어났다.)
출처 : 플레이스테이션 홈페이지 (라스트오브어스2는 수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현재 덤핑사태가 일어났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온라인으로 드러나는 게이머 여론은 이제는 단순 분노를 넘어 ‘지갑 닫기’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말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9일 라오어2는 약 6만5000원대의 정가로 국내 발매를 시작한 이래, 단 3일 만에 반값으로 중고 상품 온라인 카페에 올라오는 등, 순식간에 중고매물로 전락했으며 지금도 중고 카페에서도 반값(또는 그 이하)에 처분하려는 게시글이 지속적으로 업로드 되고 있다.

이른바 ‘라오어2 쇼크’가 약 3주 정도 지난 지금, 명작의 귀환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던 라오어2가 단 3주 만에 회복이 불가할 정도로 추락해버렸다. 해당 사태에 대해서 많은 게이머들이 의견을 내고 있으며 그 중 고통된 부분이 있다. “게임성은 좋지만 스토리가 워스트(WORST)”. 작금의 라오어2 쇼크를 함축한 말이 비평가가 아닌 리뷰어, 소비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소니측의 직영점과 개인 운영의 게임샵들은 모두 6월을 기다렸다. 라오어2는 예약 판매부터 단시간 매진을 기록한 타이틀이었기에 2차, 3차의 재입고로 확실한 수익창출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
하지만 업계, 전문가가 아닌 실제 유저, 소비자의 평가로 인해 덤핑이 되어 버렸고 여름을 맞이하면서 이렇다 할 대작의 출시도 현재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작이란 기대를 믿고 대량 예약 구매한 물량들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는 충격과 악성재고행이란 우려가 겹친 것이다.

FPS 게임 개발자이자 게임 그래픽 업계의 ‘구루’로 추앙받는 존 카멕은 1992년 “게임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 같다. 있으면 좋지만, 중요하진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오어는 이를 뒤집고 스토리가 게임을 재미에서 예술까지 추구할 수 있다는 놀라운 가능성을 보였다. 이를 반영하듯 라오어1은 발매 5년째 되던 해 판매량 1700만장 돌파로 증명했다.

작금의 라오어2 쇼크는 출시 3일 만에 판매량 400만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개발사 너티독만이 SNS로 이를 자축할 뿐, 그 3일치 이후 판매량이 늘어났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또한 이 400만장 역시 온전하게 플레이되고 있거나 보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 다수의 유튜버, SNS계정에서 타이틀을 파괴하는 컨텐츠를 업로드하고 있기도 하다.
전작의 명성으로 기대를 받고 출시 수개월 전 물량을 대량 사들인 판매사들의 한숨과 소비자들이 느낀 배신감, 닫혀버린 지갑 외에는 라오어2가 남긴 것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일개 게임 타이틀 하나로 난리 피운다’라고 할 지도 모르겠지만 현 시대의 게임은 과도기적 성향을 담고 있다. 사진과 영화가 그러했듯 점차 문화의 한 주축으로 역할 범위가 넓어지고 있으며 조만간 예술의 영역에 들어서게 될지도 모른다. 또한 마치 시장경제에서의 대기업, 대형 프렌차이즈가 보여주는 그것과 마찬가지인 듯한 초대형 기대작의 소비자 농락은 사뭇 우리가 실제 느끼는 일상에서의 배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서 대형 개발업체, 나아가 시장에서의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대형 기업들은 더 이상 소비자를 기만하고 배신하는 행위를 멈추었으면 한다. 소비자는 ‘호구’가 아닌 현명한 판단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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