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립,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展…전시 준비 중 작가 타계, 죽음 예감했나?
부산시립,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展…전시 준비 중 작가 타계, 죽음 예감했나?
  • 이은영ㆍ안소현 기자
  • 승인 2021.10.27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4 ’제목, 볼탕스키가 정해, 죽음 의미도 담은 숫자 4에 천착
내년 3월 27일까지, 볼탕스키 전 생애 작품 만날 수 있어

[서울문화투데이 이은영ㆍ안소현 기자]볼탕스키는 자기 죽음을 예감한 것이었을까?

평소 ‘죽음’에 대해 말해왔던 볼탕스키는 작품처럼 전시 준비 도중 돌연 타계했다. 전 세계 팬들은 그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15일부터 열리고 있는 부산시립미술관의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는 그의 마지막 전시이자, 유고전이 됐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展의 안내판.(사진=서울문화투데이)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展의 안내판.(사진=서울문화투데이)

전시는 내년 3월 27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3층, 이우환 공간 1층에서 ‘이우환과 그 친구들’ 세 번째 시리즈의 일환으로 개최된다. 볼탕스키가 타계하기 전, 작품 선정·공간 구성·전시 디자인까지 완성한 전시로 그의 예술적 행로를 확인할 수 있는 초기작에서부터 최근작까지 총 43점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직접 한글로 디자인한 ‘출발’, ‘도착’, 그리고 ‘Après(그 이후)’가 등장한다. 해당 사진은 전시의 출발을 알리는 작품 '출발'을 보여준다. 전시제목 4.4의 '생로병사' 중 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볼랑스키가 직접 디자인한 작품으로 전시장 입구 벽면에 설치돼 있다. 인생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이후의 의미를 담고 있는 텍스트로 볼탕스키의 철학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키워드다. 이러한 키워드는 섹션을 구분하는 단어라기보다는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것이며, 작가가 생전에 관객에게 던졌던 질문인 “삶과 죽음”에 대한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직접 한글로 디자인한 ‘출발’, ‘도착’, 그리고 ‘Après(그 이후)’가 등장한다. 해당 사진은 전시의 출발을 알리는 작품 '출발'을 보여준다. 전시제목 4.4의 '생로병사' 중 생을 의미하기도 한다. 볼랑스키가 직접 디자인한 작품으로 전시장 입구 벽면에 설치돼 있다. 인생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 이후의 의미를 담고 있는 텍스트로 볼탕스키의 철학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키워드다. 이러한 키워드는 섹션을 구분하는 단어라기보다는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것이며, 작가가 생전에 관객에게 던졌던 질문인 “삶과 죽음”에 대한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문화투데이)

이번 전시에는 볼탕스키가 직접 한글로 디자인한 작품 ‘출발(Départ)’, ‘도착(Arrivée)’, 그리고 ‘Après(그 후)’가 출품됐다. 섹션을 구분하기보다는 전시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로 그가 전 생애에 걸쳐 관객에게 던졌던 질문인 “삶과 죽음”에 대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 작가는 관객으로 하여금 작품 내면의 함축적인 메시지인 존재와 부재, 삶과 죽음, 기억과 망각을 환기하게 한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전은 199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최된 개인전 이후 진행되는 작가의 국내 최대 회고전이자 첫 유고전이다. 전시 제목 “4.4”는 그가 태어난 해인 1944년을 의미한다. 4라는 숫자 다음에 표기된 마침표는 그의 인생의 마지막을 상징하는 기표이기도 하다. 인생을 4단계(생로병사, 生老病死)로 나눌 때, 볼탕스키가 해당 제목을 선택했던 시점은 ‘생의 마지막 단계’이기도 하다. 전시 준비 기간 중 어렴풋이 자기 삶의 여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작가는 한국에서 숫자 4가 “死(죽을 사)”와 발음이 같아 죽음을 상징하는 숫자로 인식된다는 점을 흥미로워했다고 한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심장(Cœur)', 2005, 검은 거울, 사운드, 전구, 가변크기, 작가 소장 (사진=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심장은 모든 문화권에서 생명의 상징이다. 작가 자신의 심장 소리가 사운드로 구현돼 있고, 한 개의 전구는 심장 박동 소리를 더욱 더 증폭시킨다. 관객은 작가의 심장 소리와 벽면에 무작위로 걸린 검은 거울들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된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심장(Cœur)', 2005, 검은 거울, 사운드, 전구, 가변크기, 작가 소장 (사진=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심장은 모든 문화권에서 생명의 상징이다. 작가 자신의 심장 소리가 사운드로 구현돼 있고, 한 개의 전구는 심장 박동 소리를 더욱 더 증폭시킨다. 관객은 작가의 심장 소리와 벽면에 무작위로 걸린 검은 거울들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게 된다.

전시된 작품 중 <기념비 Monument, M002TER>(1986)는 볼탕스키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일반적으로 쇼아(Shoah)로 희생된 어린이의 사진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 시리즈의 주제는 ‘어린 시절의 죽음’이다.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안의 어린이는 죽을 수밖에 없다. 수집된 사진을 재촬영해 탄생한 가공된 인물들은 작은 백열등과 주석 액자 틀에 담겨 새롭게 배열돼 있다. 종교적인 분위기마저 감도는 이 시리즈에서 작가가 가지고 있는 사진에 대한 철학이 드러난다. 해당 작품은 사진이 가지고 있는 실재와의 간극을 활용해 관객에게 더 많은 ‘상상력’을 부여한다. 볼탕스키는 자신의 작품에서 사진은 ‘레디메이드’라고 이야기한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저장소- 퓨림 축제(Réserve- La Fête du Pourim)', 1989 (사진=부산시립미술관 제공) 1939년 파리의 이디시 학생들을 찍은 사진을   작품 안에 넣었다. 부림절은 BC 5세기에 페르시아 통치자들로부터 유대인들이 목숨을 구한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다. 유대인들은 부림절에 선물을 교환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며 즐기는 전통을 갖고 있다. 볼탕스키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 유대인 어린이들의 불안정한 상황을 이 작품으로 대변하고 있다. 볼탕스키는 무고하게 죽은 이에게 성인의 지위를 부여하고 그들의 죽음을 추모한다. 의도적으로 확대돼 희미해진 초상 사진은 작품의 의미를 구성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저장소- 퓨림 축제(Réserve- La Fête du Pourim)', 1989 (사진=부산시립미술관 제공) 1939년 파리의 이디시 학생들을 찍은 사진을 작품 안에 넣었다. 부림절은 BC 5세기에 페르시아 통치자들로부터 유대인들이 목숨을 구한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다. 유대인들은 부림절에 선물을 교환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선을 베풀며 즐기는 전통을 갖고 있다. 볼탕스키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 유대인 어린이들의 불안정한 상황을 이 작품으로 대변하고 있다. 볼탕스키는 무고하게 죽은 이에게 성인의 지위를 부여하고 그들의 죽음을 추모한다. 의도적으로 확대돼 희미해진 초상 사진은 작품의 의미를 구성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황혼 Crépuscule>(2015)은 전시 기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165개의 전구로 매일 하나씩 꺼지게 설정돼 있다. 처음에는 아주 밝게 시작돼 마지막에는 완전히 암전되는 작품으로, 지나가는 시간과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 담겨있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그림자 연극(Théâtre d'Ombres)', 1986 (사진=부산시립미술관제공) 인형들의 그림자를 이용해 '죽음'을 상기시키는 '그림자' 시리즈 작품이다. 볼탕스키는 1984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벤스터화랑에서 '그림자 연극'을 처음 선보였다. 철사와 종이로 인간 형상이나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을 만들고, 환등기에 의해 투영되는 그림자를 벽면에 투사한 작품이다. 선풍기 바람을 이용해 움직임을 부여함으로써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그림자 연극(Théâtre d'Ombres)', 1986 (사진=부산시립미술관제공) 인형들의 그림자를 이용해 '죽음'을 상기시키는 '그림자' 시리즈 작품이다. 볼탕스키는 1984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있는 벤스터화랑에서 '그림자 연극'을 처음 선보였다. 철사와 종이로 인간 형상이나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을 만들고, 환등기에 의해 투영되는 그림자를 벽면에 투사한 작품이다. 선풍기 바람을 이용해 움직임을 부여함으로써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는 1944년 9월 6일, 나치에서 해방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파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유대인 혈통의 의사였고 어머니는 작가였다. 작가의 어린 시절은 전쟁의 상흔으로 가득했으며, 초등학교 시절 친구에게 따돌림을 받으면서 유대인에게 가해지는 냉혹한 현실을 경험했다. 이로 인해 11살에 초등학교를 중퇴하고 유대인 특유의 가내 교육을 받았다. 파리에 있는 아카데미 줄리앙(Acadé mieJulien)과 그랑드 쇼미에르(Grande Chaumière)에서 짧은 기간 제도교육을 받았을 뿐인 볼탕스키는 1958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아니미타스(Animitas Chill)', 2014 (사진=부산시립미술관 제공) 화면에 나타나는 풍경은 평균 해발 2,000m로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인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이다. 아타카마는 별자리가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수백 개의 방울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이 방울들은 볼탕스키가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별자리에 맞춰 배치됐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독재 하에 살해된 수천 명의 정치범이 이곳에 묻혔고, 많은 사람의 유해가 오늘까지 행방불명이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아니미타스(Animitas Chill)', 2014 (사진=부산시립미술관 제공) 화면에 나타나는 풍경은 평균 해발 2,000m로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인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이다. 아타카마는 별자리가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수백 개의 방울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이 방울들은 볼탕스키가 태어난 날을 기준으로 별자리에 맞춰 배치됐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독재 하에 살해된 수천 명의 정치범이 이곳에 묻혔고, 많은 사람의 유해가 오늘까지 행방불명이다.

그는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쇼아(Shoah)라는 트라우마 속에서 어린 시절부터 “죽음”을 접하게 된다. 볼탕스키는 사진, 양철, 옷 등 생활에서 쉽게 발견 할 수 있는 소재를 작품에 차용하여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사진예술가, 설치작가, 비디오아티스트, 그리고 가장 위대한 프랑스 현대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인정받은 그는 이번 부산시립미술관 전시 디자인을 모두 마치고 7월 14일 수요일, 76세의 나이로 영면했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황혼', 2015 (2021년 재제작) (사진=부산시립미술관 제공) 165개의 전구는 매일 하나씩 꺼지게 설정돼 있다. 처음에는 아주 밝게 시작돼 마지막에는 완전히 암전이 되는 작품이다. 지나가는 시간과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 담겨있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황혼', 2015 (2021년 재제작) (사진=부산시립미술관 제공) 165개의 전구는 매일 하나씩 꺼지게 설정돼 있다. 처음에는 아주 밝게 시작돼 마지막에는 완전히 암전이 되는 작품이다. 지나가는 시간과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작가의 철학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양은진 학예사는 “코로나로 인해 화상 회의로 전시에 대해 논의하던 중 뜻밖의 부고에 망연자실했다” 라면서 “작가의 뜻을 잘 받들어 어떻게 전시를 잘 구현할까 하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저장소: 카나다(Reserve Canada)', 1988(2021) 재제작), 의류, 전구, 가변크기, 작가 소장. 볼탕스키는 유대인 학살과 관련된 작품 '카나다'를 1988년 토론토 이데싸 핸데레스 미술재단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다. ‘카나다’는 억류된 유대인의 개인 소지품을 남겨 둔 창고에 나치가 붙인 이름이다. 이 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옷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게 된다. 볼탕스키는 "사진과 옷의 공통점은 현존인 동시에 부재를 의미한다. 둘은 객체이자 주체에 대한 추억의 유품 또는 기억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옷은 이후 본격적인 재료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대형설치 작업으로 진화하게 된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저장소: 카나다(Reserve Canada)', 1988(2021) 재제작), 의류, 전구, 가변크기, 작가 소장. 볼탕스키는 유대인 학살과 관련된 작품 '카나다'를 1988년 토론토 이데싸 핸데레스 미술재단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게 된다. ‘카나다’는 억류된 유대인의 개인 소지품을 남겨 둔 창고에 나치가 붙인 이름이다. 이 시리즈를 통해 작가는 옷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게 된다. 볼탕스키는 "사진과 옷의 공통점은 현존인 동시에 부재를 의미한다. 둘은 객체이자 주체에 대한 추억의 유품 또는 기억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옷은 이후 본격적인 재료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대형설치 작업으로 진화하게 된다.

특히 작가의 타계로 ‘그림자 연극’은 관객과 만나지 못할 뻔했다고 한다. 이 작품만큼은 볼탕스키 자신이 반드시 직접 만들고 설치하기를 고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림자 연극’은 작가의 부재로 인해 설치되지 못할 뻔했지만, 다행히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던 것을 대여해 올 수 있었다. 볼탕스키 스튜디오 팀이 직접 내한해 작품을 설치했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잠재의식(Subliminal)', 2020, 영샹, 가변크기, 작가 소장 (사진=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십자모양으로 배열된 4개의 스크린에는 더없이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친다. 초원의 사슴, 일몰, 눈 덮인 숲, 새떼의 영상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20세기의 잔혹 행위에 대한 영상이 숨어 있다.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베트남 전쟁과 쇼아의 이미지와 평화로운 풍경이 오버랩 된다.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잠재의식(Subliminal)', 2020, 영샹, 가변크기, 작가 소장 (사진=부산시립미술관 제공) 십자모양으로 배열된 4개의 스크린에는 더없이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친다. 초원의 사슴, 일몰, 눈 덮인 숲, 새떼의 영상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20세기의 잔혹 행위에 대한 영상이 숨어 있다. 순간적으로 지나가는 베트남 전쟁과 쇼아의 이미지와 평화로운 풍경이 오버랩 된다.

또한 볼탕스키는 전시를 준비할 때 최대한 그 나라의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작업해 왔다고 한다. 특히 1988년 토론토 이데싸 핸데레스 미술재단(Ydessa Hendeles Art Foundation)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유대인 학살 관련 작품 '카나다'와 관련해 주목할만한 일화가 있다. ‘카나다’는 억류된 유대인의 개인 소지품을 남겨 둔 창고에 나치가 붙인 이름인데, 작가는 이 시리즈를 통해 ‘옷’이라는 새로운 요소를 작품에 도입하게 된다. 볼탕스키는 "사진과 옷의 공통점은 현존인 동시에 부재를 의미한다. 둘은 객체이자 주체에 대한 추억의 유품 또는 기억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옷은 이후 본격적인 재료로 활용되기 시작했고, 이후 대형설치 작업으로 진화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8년에 제작된 작품을 재제작 했다. 양 학예사는 작품을 위해 부산 시내의 최대 구제시장인 국제시장을 훑고 다녔다. 1톤이 넘는 옷을 구한다고 하니,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히 상가 회장의 도움으로 원하는 양을 조달할 수 있었다. 이렇듯 이번 전시에는 인상적인 일이 많았다. 

▲생로병사의 사를 의미하는 작품 '도착'. 인간은 비로소 죽음으로'생로병사의 완결을 짓는다는 동양적 의미를 부여했다. 그 이후의 세계는 또다른 영적인 세계로 펼쳐진다고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말하고자 했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또 다른 세계로 가기 위한 하나의 암시가 아닌가 해석해 본다.(사진=서울문화투데이)
▲생로병사의 사를 의미하는 작품 '도착'. 인간은 비로소 죽음으로'생로병사의 완결을 짓는다는 동양적 의미를 부여했다. 그 이후의 세계는 또다른 영적인 세계로 펼쳐진다고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말하고자 했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고, 또 다른 세계로 가기 위한 하나의 암시가 아닌가 해석해 본다.(사진=서울문화투데이)

부산시립미술관 기혜경 관장은 “볼탕스키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여러 나라에서 예정 중이던 작가의 전시 대부분이 취소되었지만,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던 작가의 회고전만큼은 어렵게 성사될 수 있었다”라며 “볼탕스키의 마지막 예술적 영혼이 들어간, 다시는 볼 수 없는 전시”라는 점을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작가가 평생에 걸쳐 이야기해온 현재화된 죽음의 의미와 기억의 의미를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살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설국(Pays de Neige)', 2021, 흰 천, 전구, 가변크기, 작가 소장. 하얀 천들이 겹겹이 뒤엉킨 채 바닥에 산처럼 쌓여 있다. 생체 신호를 상징하는 천장의 LED조명과 병상의 침대시트를 연상시키는 흰색 천 무덤은 코로나 상황을 암시한다. 팬데믹 이후 죽음은 더이상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와 있음을 보여주는 설치작품이다.
▲'설국(Pays de Neige)', 2021, 흰 천, 전구, 가변크기, 작가 소장. 하얀 천들이 겹겹이 뒤엉킨 채 바닥에 산처럼 쌓여 있다. 생체 신호를 상징하는 천장의 LED조명과 병상의 침대시트를 연상시키는 흰색 천 무덤은 코로나 상황을 암시한다. 팬데믹 이후 죽음은 더이상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와 있음을 보여주는 설치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