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서울 종로의 골목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소종섭 편집위원]‘줄리 벽화’가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 한 건물벽에 등장한 가로 15m, 세로 2m짜리 벽화는 ‘줄리 소문’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 벽화에는 한 여성의 그림과 함께 ‘줄리의 남자들’ ‘2000 아무개 의사·2005 조 회장·2006 아무개 평검사·2006 양검사·2007 BM 대표·2008 김 아나운서·2009 윤서방 검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윤석열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와 관련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가지고 비꼰 것이다. 김씨와 윤 전 총장은 이와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줄리 벽화’와 관련해 “배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인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공개 장소에 게시해 특정인을 일방적으로 조롱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누굴 지지하냐 마냐를 떠나, 이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비판했다. 이낙연 전 대표는 언론인터뷰에서 “민망하고 말씀드리기 거북하다”고 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저 짓을 하는 이들, 그 짓에 환호하는 이들의 인성에 기입된 정치적 폭력성이 나를 두렵게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뛰고 있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것은 저질 비방이자 정치폭력이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이다.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이와 같은 인신공격을 일삼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정치의 품격을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다”라고 비판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친문' 지지자들이 벌이는 막가파식 인격살인이다. ‘과거 있는 여자는 영부인 하면 안 된다’ 이런 몰상식한 주장을 민주당의 이름으로 하고 싶은 건가”라고 했다. “여성가족부는 왜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가”라는 말도 나왔다.

‘줄리 벽화’는 폭력이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대중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나타내는 것은 말은 안했지만 강하게 자신의 주장을 표현한 것이다. 내용도 언급하기 민망한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과거사와 관련한 소문만으로 한 인간을 짓밟는 행위다. 제작 당사자가 스스로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줄리 벽화’는 민주당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찬반 여부’ ‘호남불가론 공방’ 등을 놓고 퇴행적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김건희씨의 과거사와 관련한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모 변호사의 모친을 비윤리적으로 취재했다는 지적도 나오던 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줄리 벽화’는 정치권의 퇴행이 사회적 퇴행으로 이어진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민주당이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면 중도층의 마음이 민주당으로부터 멀어지는 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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