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대출 제한이 일부 완화되자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잔액은 지난 4~5일 이틀 만에 3500억여원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신한은행이 지난 16일부터 '엘리트론' 등 우량 신용대출 상품 한도에 대해 기존보다 5000만원 줄였다. (사진=뉴시스)

[뉴시안= 임성원 기자]금융권의 신용대출 제한 조치가 연초부터 풀리자마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 수요가 폭증했다.

이에 금융당국이 각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주문에 나선 가운데, 신한은행이 선제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4일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135조528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33조6482억원보다 1조8804억원 정도 가파르게 증가한 결과이다.  

이러한 급격한 증가세 조짐에 따른 분위기가 감지되자 금융당국이 관련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까지 5영업일 동안 주요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이 약 2179억원 증가했다며 각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 주문을 한 바 있다.

지난 12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급증했던 고액 신용대출과 긴급생활, 사업자금 등으로 보기 어려운 자금 대출에 대해 은행권의 특별한 관리강화를 당부한다"면서 "앞으로 신용대출 자금의 특정 자산 시장으로의 쏠림 여부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은행권의 관리를 강화하는 등 신용대출 증가세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1일 금융감독원도 가계대출 관리 강화를 주문하기 위해 주요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금감원은 이 자리에서 시중은행별 월별 대출 목표치를 지키라고 재차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주문에 따라 월별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 한도 축소 등 조치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신한은행이 가장 먼저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지난 16일부터 '엘리트론' 등 우량 신용대출 상품 한도에 대해 기존보다 5000만원 줄였다. 이에 최대한도 1억5000만원~2억원에서 1억~1억5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민·우리·농협 등 다른 시중은행의 경우 아직까지 별다른 추가 조치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 따라 관리방안을 검토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연초 대출 수요가 폭증한 것은 지난해 연말 억눌렸던 대출 수요 외 빚투(빚내서 주식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등 열풍에 따라 주식 투자자금으로 흘러 들어간다고 보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마통 한도 축소와 관련해 최근 주식 시장 과열에 따라 가계대출이 급증하는 가운데, 선제적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를 위한 조치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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