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신진작가 대상 김동진 작가 인터뷰①] 수상작에 대한 뒷 이야기

코로나19 확산 피해는 전방위적이다. 언택트를 기반으로 한 분야는 오히려 수혜를 본 곳도 있지만, 이는 제한적이고, 대부분 각 개인들은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을 공유해야 했다. 피해를 가장 크게 입은 분야 중 하나가 예술 분야다. 특히 이제 막 싹을 띄워야 하는 신진 작가들의 경우 막막한 현실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뉴스프리존에서는 '안국약품 갤러리AG 신진작가 공모전' 1회(2018년) 대상 수상자인 김동진 작가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신진작가로서의 어려움, 기업 신진작가 공모전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 주변사람들이 없는 넓은 공간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진행됐다. [편집자 주]

①"사회비판 작업에서 자기고백에 이르기까지“
- 수상작에 대한 뒷 이야기

②"안국약품 공모전 대상, 작가로 걸어갈 힘 됐다“
- 신진작가들의 현실과 공모전

[서울=뉴스프리존]이동근 기자=갤러리AG가 안국문화재단 출범을 계기로 시작한 'AG신진작가상'은 뚜렷한 신진작가 지원 정책을 바탕으로 재단에서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작가 풀 형성을 위한 공모제다. 기본적인 시상제도와 지원책 즉 대상 수상작가나 우수상 수상작가들을 위한 초대전을 진행하며, 장려상 작가들을 위한 작가가 요청하는 미술계 인사와의 1:1 컨설팅 프로그램, 그리고 매년 정기적인 기획전의 참여작가로 구성원이 되어 계속 전시에 참여할수 있도록 지원하며, 매 전시 때 마다 작품 매입 등의 추가 지원이 있는 행사다.

 

나 답게 풀어내고 싶어 쓰레기 더미 그리기 시작

김동진 작가와의 첫 질문은 2018년 1회 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용기없는 자의 변명'(사진)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됐다.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내가 느끼는 현실, 현재 그런 부담과 같은 부담과 억압 같은 것을 적절히 섞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이 접하고 이는 현실과 작품의 관계에 대해 덤덤하게 풀어놓았다.

용기없는 자의 변명 193.9 x 390.9㎝ oil on canvas 2019. /ⓒ김동진
용기없는 자의 변명 193.9 x 390.9㎝ oil on canvas 2019. /ⓒ김동진

"원래 사회에 비판적인 작업을 많이 했는데, 인터넷이나 미디어에 노출된 폭력적인 장면들을 캡처해서 다시 화면에 상황 연출을 하는 식의 작업을 하다가, 2016년을 기점으로 쓰레기 폐기물 처리장인 쓰레기 더미를 그리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사업장 폐기물 처리업소를 한다. 이 공간이 부모님이 거주하고, 일터가 되는, 부모님이 계시는 가장 편해야 하는 공간인데, 가면 부모님이 연세가 있음에도 항상 어렵게 일을 하는 것이 속상했다. 가장 편한 공간이지만 가장 불편한 공간이었다. 사회비판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간접적으로 관찰한 이야기 말고, 직접 내가 내 안에서 나에게 영향을 주고, 이게 사회에 구조적으로 어떻게 속해 있는지, 그것을 나 답게 풀어내고 싶다고 생각해서 그때부터 폐기물 더미, 쓰레기 더미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작품이 나왔다.

작가라는 직업이 가능성은 많지만 현실을 바꾸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 사회적으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서 나에게 주어지는 역할에 비해 충족을 못시켜 줄 때 압박감이나 불안들이 많이 있는데, 어쨋든 이 길을 택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여기까지 왔으니 뒤돌아갈 생각을 하는, 그런데 그 압박을 이겨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어떤 불안이나 현상들을 내가 보는 것처럼, 내가 느끼는 긴장, 그리고 내가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표현해야겠다고 생각을 해서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한 것이다.

아버님이 일하는 사업장 풍경과 제 모습과 아버님. 어떻게 보면 상징적인 것이다. 제가 아버님에게 기대어 누워있는데, 이게 죽어있는지 살아있는 것인지 모르는 상태고, 어떤 익명의 대상이 천으로 변하고 있고, 원숭이는 그냥 나를 지켜보고 있고, 기차는 어떤 속도? 시스템? 그런 부분을 상징적으로.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해서 어떤 큰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풍경.“

 

내 그림을 봐 주는 사람과의 상호작용이 떠올라

이어 그는 이 작품에 대해 '자기고백적인 태도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라고 정의한 뒤 이 그림을 통해 사회와의 소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뭔가 위대한 생각을 한다' 이런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현실이 이렇고, 상태는 이런데 당신들은 어떠십니까'라는 것. 그런데 이런 것은 서로 주고받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작업을 하다 보니까 그림은 내가 그리지만, 그 그림을 통해 발전하는 것은 나와 내 그림을 봐 주는 사람과 같이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뭔가 사회의 어떤 가치를 형성하는 것이 작가의 사회적 책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것은 자기 고백적 이야기지만, 일정 부분은 타인이 공감할 수 있는 요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 같이 살아가는 시대고, 힘든 시기지만, 그 안에서 무언가 같이 이겨내려고 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극복하고 싶기도 하고.

이 폐기물 처리돼 있는 요소들이 완전히 가치가 없어진 것이 아니다. 그걸 부모님이 다시 뭔가 분류작업을 해서 재활용 되는 것들을 금전적인 가치로 치환을 한다던지, 정말 쓸모없는 것들은 소각장에 버리기도 하고. 시각에 따른 차이점이 있다. 다시 가치가 유보된 상태로 있는 대상들이 있다. 그렇게 유보된 대상들을 존재하게끔 만드는 과정들 나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김동진 작가 /ⓒ뉴스프리존
김동진 작가 /ⓒ뉴스프리존

배경 이야기를 들으며 어렵게만 보이던 추상화적 이미지가 점점 와 닿는 리얼리즘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작가 개인의 초상이자, 오늘 대부분 젊은이들의 이야기였다.

"또래 친구들을 보면 다 가정을 이루고, 사회적 위치가 올라가고, 그렇다고 쉬운 삶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저보다 많은 삶을 살고 있다. 그게 누구 잘못이 아니라, 이런 사회구조 안에서 작가라는 길을 선택한 나의 온전한 책임이기 때문에 이 안에서 그걸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결국 다시 그림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림으로 뭔가 가치를 인정받고, 사회적 역할을, 지위를 높이고, 금전적으로 뭔가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내 작업으로 인정 받아야지 하고 생각한다. 인생에 늦은 시기라는 것은 없지만, 내가 이만큼의 전력투구를 하면서 끌어온 시간이 있는데, 다른 요소에서 그만큼의 전력투구를 할 자신은 솔직히 없다."

이 같은 작가의 자기고백적 성찰은 그림 안에서 피 흘리며 누워 있는 작가의 투영체에서 오늘날 취업, 결혼 모두가 힘들다는 청춘들의 한 군상으로 보인다. 달려오는 열차, 작가를 겨누고 있는 총, 현실적 압박감이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난 모습이었다.

"예술이라는 것이 내가 갖고 있는 아이덴티티를, 음악이든 미술이든 공연이든 사람들한테 전달을 하고, 뭔가 되게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형성된 가치들이 실제 영향을 미치고. 기계가 아닌 사람이니까. 보이지 않는 영향력들이 이럴 때일수록 더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한다.

제가 느끼기에 사회는 조금 더 투명성을 원하지만, 점점 더 불신의 시대로 가고 있다. (사람들은) 시스템이 투명해지기를 바라는데 반대로 더 불투명해지고 있지 않나. 나도 인간이기 때문에 나쁜 마음 먹을 때도 있고, 좋은 마음 먹을 때도 있는데, 크게 봤을 때는 좋은 사람이고 싶고, 좋은 작가이고 싶은데 인간이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싫고, 좋고, 기쁘고, 나쁘고, 폭력적인 성향들이 있다. 그것들 작품 안에서 보여주려고 한다. 마냥 순수해 보이지 않게. (사람은) 하나로 정의 될 수 없는 거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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