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있는 영국 해군의 미사일 구축함 디펜더. (출처: 우크라이나 주재 영국 대사관 트위터 캡처)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있는 영국 해군의 미사일 구축함 디펜더. (출처: 우크라이나 주재 영국 대사관 트위터 캡처)

[천지일보=이솜 기자] 영국 해군 군함이 23일(현지시간) 크림반도 앞바다에서 러시아군과 대치했다.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흑해 함대가 국경수비대와 함께 크림반도 앞바다에서 영국 해군 함정의 국경 침범을 차단했다”며 “흑해함대 소속 함정이 경고사격을 하는 한편, 수호이(SU)-24M 전폭기가 차단 폭격에 나섰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흑해 북서쪽에서 작전 중이던 영국 해군의 미사일 구축한 ‘디펜더’가 이날 정오쯤 러시아 연방의 국경을 넘어 세바스토폴 인근 해역으로 3㎞ 이동했다고 주장했지만 영국 국방부는 디펜더가 합법적으로 항해하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의 주장을 부인했다.

한 나라의 영해는 해안선으로부터 22.2㎞ 떨어져 있어 이 거리를 넘을 때에는 해당 국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한 국경수비대의 경비함정이 경고사격을 한 후에 Su-24M 전폭기가 디펜더의 진로를 따라 OFAB-250 폭탄 4발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약 30분이 지난 후 디펜더가 러시아 영해를 떠났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평상시처럼 러시아 함정이 지나가는 길을 따라갔으며 더 넓은 지역에서의 훈련도 알고 있었다”며 러시아 국방부의 주장과는 달리 디펜더를 향한 경고사격이 없었다고 말했다. 영국 측은 러시아가 흑해에서 ‘포격 훈련’을 하고 있었다며 적대감에 대한 어떤 개념도 부인했다.

그러나 어떤 대립도 부인한 영국 국방부의 입장과 해당 선박에 있던 영국 기자의 설명은 상충했다.

이 당시 디펜더에 탑승해있던 영국 BBC방송의 기자 조나단 빌은 러시아군의 경고를 들었다고 보도했다. 갑판에 있던 빌은 머리 위로 20여대의 항공기와 100m 떨어진 곳에 러시아 해안 경비정 2척을 봤다고 밝혔다. 빌은 “항로를 바꾸지 않으면 발포하겠다”는 내용의 경고를 포함해 점점 강도 높은 경고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멀리서 총성이 들렸으나 사거리 밖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디펜더는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에서 조지아로 항해하고 있었다. 이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로부터 합병한 크림반도 남쪽으로, 국제적으로 러시아 소유로 인정받지 못한 항로다. 러시아 당국은 반도와 그 해역이 러시아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영국은 디펜더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수송로로 우크라이나 해역을 통과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 주재 영국대사관에 있는 영국국방부대를 소환했으며 “영국 측에 향후 유사 사건 예방을 위해 디펜더 선원들의 행동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군사 개입으로 합병한 후 흑해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과 종종 긴장감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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