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론 불가 쐐기… 이낙연 리더십도 타격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띄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18일 부정적인 뜻을 밝혔다. 이로써 이 대표의 리더십에도 적잖은 흠집이 났다.

앞서 이 대표는 새벽 벽두부터 전임 대통령의 사면을 제안했다. 하지만 당 안팎의 반발에 직면하면서 민주당은 당사자의 반성과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이 사면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해 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엄청난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가적 피해가 막심하다”면서 “국민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 법원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엄하고 무거운 형벌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다만,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고민할 시기는 온다며 사면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 대통령은 “대전제는 국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국민 공감대가 형성이 안 되면 사면이 국민통합이 안 된다고 본다”며 “그것은 통합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해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고 짧게 말했다.

당초 이 대표가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를 위해 사면을 제안했지만, 문 대통령이 선 긋기에 나서면서 이 대표의 독자 행보로 마침표를 찍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사면을 두고 청와대와의 교감설이 흘러나왔지만, 이마저도 충분한 교감 없이 사면을 띄웠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 대표가 사면이란 승부사를 던진 배경에는 최근 지지율 하락과도 맞물려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10%대를 기록하는 등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도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이 대표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의 여론이 돌아섰다는 분석과 맞닿아 있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이날 광주를 방문해 호남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사면에 대한)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면서 “대통령 말씀으로 그 문제는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면 완전 철회를 요구하는 시민에게 둘러싸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이익공유제 등 민생 대책을 통해 지지율 반등을 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