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중국 장시성 주장의 한 마을이 홍수로 침수된 가운데 한 부자(父子)가 뗏목을 타고 지나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지난달 18일 중국 장시성 주장의 한 마을이 홍수로 침수된 가운데 한 부자(父子)가 뗏목을 타고 지나가고 있다. (출처: 뉴시스)

中남부, 올해 모든 농사 망쳐

농작물 잃고 이동도 어려워

“작년比 1120만t 식량 잃을 듯”

이미 옥수수·콩 등 값 급등

[천지일보=이솜 기자]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바오 웬타오 가족은 벼를 수확할 준비에 분주했다.

그러나 올해는 폭우가 바오와 그의 아버지가 있는 포양호 근처 마을을 포함한 14만 5600㎡ 이상의 논까지 휩쓸어 벼를 수확할 수 없었다.

9일 바오는 CNN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작물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우리 가족은 이미 약 20만 위안(약 3400만원) 상당의 농산물을 잃었다”고 말했다. 바오는 “벼가 거의 익어 홍수가 나기 전 수확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이제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호소했다.

두 달째 중국에서 폭우가 멈추지 않으면서 상당한 면적의 농지가 침수되고, 농부들이 망연자실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식량 안보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중국에서 홍수로 인해 지난달 장시성에 있는 포양호의 둑이 붕괴됐고, 이에 ‘어류와 쌀의 땅’으로 알려진 수천㎡의 농지가 파괴됐다. 포양호를 포함해 동쪽의 상하이에서 서쪽의 티베트 국경까지 약 6276㎞ 이상 뻗어있는 양쯔강 유역은 중국의 쌀 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바오와 그의 아버지와 같은 농부들에게는 이로 인한 피해가 엄청난 것이었다. 홍수가 농작물을 망쳤을 뿐만 아니라, 홍수의 규모 때문에 올해 어떤 것도 옮길 수도 없었다.

바오는 “땅이 아직도 물에 잠겨있다”며 “그 말은 1년 내내 수확을 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바오의 농장과 526만 913㎡ 이상의 농경지를 덮친 이번 홍수는 중국이 몇 년 동안 겪은 것 중 최악의 홍수다. 중국 비상 관리부는 파괴된 농지, 도로, 기타 재산에 대한 직접적 피해 금액이 210억 달러(24조 9585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또한 이번 홍수로 농민을 포함해 5500여만명이 피해를 입었다.

CNN은 “이번 재앙은 이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는 세계 2위 경제대국에 악재”라고 평했다.

베이징은 지금껏 다른 나라로부터 막대한 양의 농산물을 수입하고 전략 비축물량에서 수천만톤을 방출해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이런 조치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CNN은 “중국과 서방의 많은 나라들 간의 긴장된 관계와 코로나19는 미래에 많은 식량을 수입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홍수는 끝나지 않았다. 이달 중 또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으며, 중국 관리들은 남쪽을 중심으로 내렸던 폭우가 밀과 옥수수 수확을 위협하면서 북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노무라 분석가들은 지난달 말 공지를 통해 “이번 홍수는 이미 1998년 이후 최악의 홍수 중 하나이며 앞으로 몇 주 내 악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는 아직 생산 현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노무라 분석가들에 따르면 8월말까지 홍수가 끝날 경우 3분기에는 농업 GDP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17억 달러(2조 204억원) 이상의 손실에 해당한다.

선완훙위안 증권 분석에 따르면 7월까지 중국 농경지 피해를 고려할 때 중국이 작년보다 1120만톤의 식량을 잃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중국이 생산하는 쌀의 5%에 해당한다.

하지만 피해는 더 클 수 있다. 노무라 증권의 분석은 지난 7월 중국 정부가 발표한 침수 농작물·밭 관련 자료를 토대로 한 것으로, 비상대책부에 따르면 이후 훼손된 농경지의 면적은 2배가량 증가했다. 분석가들의 발표에는 밀, 옥수수 또는 다른 농작물의 잠재적 손실도 포함돼 있지 않다.

이미 분석가들은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데이터 제공업체 SCI에 따르면 지난달 옥수수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20% 올랐는데, 이는 5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콩 값도 급등했다. 중국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두 가격은 작년 말보다 약 30% 급등했다.

상황이 심각해지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월 23일 지린성 북동부 농가를 방문해 식량안보를 경제 안전 보장의 최우선 현안으로 강조했다. 중국 북동부 지역은 중국 내 콩의 40% 이상과 옥수수 3분의 1을 생산하는데, 이는 식량 공급망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은 지금까지 큰 홍수를 면했지만 앞으로 몇 주 안에 상황이 악화할 수도 있다.

중국 정부는 농가에 비상이 걸리자 전략적으로 식량 비축량을 늘리는 등 식량 가격을 안정시키고 공급을 늘리며 대응에 나섰다. 곡물보호청과 국립곡물무역센터는 올해 들어 지금껏 6천만톤 이상의 쌀과 약 5천만톤의 옥수수, 76만톤 이상의 콩을 방출했다. 이는 이미 2019년 한 해 동안 방출된 양을 넘어선 수준이다.

또한 지난 1월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통해 한 약속대로 미국에서의 수입을 늘리고 있다. 최근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상반기 동안 약 6100만톤의 곡물을 수입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21% 증가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또한 수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을 위한 구제 비용도 마련했다. 재무부에 따르면 7월 중순 기준 약 18억 위안(약 3071억원)이 홍수 피해자들을 위해 쓰이고 있다며 장시성 지방정부도 2억 8천만 위안(477억원)을 수해 구호에 배정했다.

그러나 이것이 실제 얼마나 농부들에게 도움이 될 지는 불투명하다. 바오는 “보조금은 실제 큰 도움이 될 순 없다”고 말했다. 바오의 아버지는 다른 직업을 찾기 위해 집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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