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훼손·철새 보호 대책 등
국립공원 이유로 추진 ‘하세월’
같은 섬 울릉공항 2020년 착공
부처간 협의 늦어져 더 애태워

 

소형 흑산공항 조감도. /전남도 제공

국립공원심의위원회가 신안 흑산공항 예정 부지에 대한 국립공원구역 해제 등을 의결하며 흑산공항 건설 사업이 추진 13년 만에 본격화될 예정이다. 흑산공항 건설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그동안 대체 교통수단 확보를 줄기차게 외쳤던 신안 섬 지역 주민들의 숙원 해소가 기대되고 있다. 다만, 지역사회에선 국립공원이라는 틀에 갇혀 좀처럼 사업이 진척을 보이지 못했던 지난 세월에 대한 아쉬움도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13년간 왜 섬 주민들의 숙원이 외면됐는지, 흑산공항 사업 추진 경과를 살펴봤다.

◇흑산공항 건립 사업은?

31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에 포함된 흑산공항 건설 사업은 신안군 흑산면 예리 일대에 50인 탑승 소형 항공기 이착륙이 가능한 소형 공항을 짓는 것으로, 국비 1천833억원을 들여 연장 1.2㎞짜리 활주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예상 공사 기간은 3년으로 2026년 개항이 목표다.

흑산공항이 건설되면 김포공항에서 흑산도까지 당초 육로와 뱃길을 통해 8시간 이상 걸리던 이동시간이 1시간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전남 서부권을 연결하는 항공교통망 활성화로 이어져 지역경제에 막대한 파급효과를 끼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더욱이 잦은 풍랑주의보 등으로 인한 선박 결항으로 육지와 단절되는 경험이 많았던 흑산도 주민들의 기대감은 남다르다.

신안군 흑산도 한 주민은 “악천후에 배편이 끊기면 일상이 멈춰서버리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 고통을 알 수 없다”며 “늦었지만 흑산공항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흑산도를 찾아 흑산공항 건립 예정부지를 둘러보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국민의힘 전남도당 제공

◇“국립공원이란 이유로”

섬 주민들의 이동권 확보를 위한 소규모 공항건설이 절실하다는 지역사회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흑산공항은 국립공원 가치훼손 등의 문제로 번번이 제동에 걸렸다.

국립공원 가치훼손과 철새보호 대책, 안전성 등 우려로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울릉공항의 경우 국립공원이 아닌 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는 이유로 건설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지난 2020년 11월 착공됐다.

앞서 울릉공항은 2013년 국가정책기관(KDI)의 예비타당성조사 당시 ‘B/C=1.19’로 흑산공항 ‘B/C=4.38’에 비해 경제성이 낮다고 평가받았다. 울릉공항은 건설 사업비도 흑산공항 1천833억원의 3배가 넘는 6천904억원 상당이지만 국립공원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비교적 순조롭게 추진되는 등 지역민들의 허탈감을 키웠다.

◇與 약속에도…지지부진

지난 2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유세차를 끌고 흑산도를 직접 방문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당시 흑산공항과 울릉공항을 직접 비교하며 흑산공항 건립을 공언했다.

이 전 대표는 당시 “울릉공항은 지역 정치인들이 꾸준히 노력해서 이뤄냈다. 군의회부터 도의회, 국회의원, 전남도지사, 대통령까지 다 몰아줬지만 결론적으로 흑산공항은 아직까지 첫 삽을 뜨지 못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대표의 이같은 공언에 지역사회는 흑산공항이 올해 안 첫삽을 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으나, 결론적으로 흑산공항 건립은 또 한번 해를 넘겼다.

이에 대해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당시 “흑산공항은 그간 99를 준비해 왔으며, 마지막 1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이 전 대표의 흑산도 방문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반면, 전국 국립공원에 대한 조정 절차를 관장하는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위원회는 공원위 개최전 해양수산부와 문화재청, 산림청의 의견을 전달받아 심의를 진행하는데 이 절차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립공원위의 흑산공항 심의도 계속해서 미뤄졌다. 사실상 행정 절차에 계속 손발이 묶인 사이 지역민들은 애만 태워야했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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