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 예구마을 공곶이 강명식(90) · 지상악(86) 부부

EBS 한국기행

[문화뉴스 MHN 김나래 기자] 사계절 따뜻한 거제도에서도 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예구마을의 공곶이. 바다로 툭 튀어나온 지형 때문에 거룻배 ‘공’자와 바다로 뻗은 땅이란 뜻인 ‘곶’자를 써서 ‘공곶이’라 불리는 땅이다. 그 푸른 바다와 맞닿은 곳에 강명식(90) · 지상악(86) 부부가 일 년 내내 꽃이 지지 않는 정원을 가꾸며 산다.

겨울이 막 지난 이맘때 가장 바쁘다는 노부부. 찬바람 맞고 피기 시작한 수선화 꽃밭에 찾아든 불청객을 막기 위해서라는데. 하루라도 김매기를 게을리하면 잡초가 금세 수선화를 덮는 통에 오늘도 노부부는 호미 하나 들고 봄이 만개한 수선화 꽃밭으로 향한다.

한가진 봄날의 오후는 부부가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때. 여든여섯의 아내는 늘 그랬듯 바다로 낚시를 하러 간다. 아내에게 바다는 살림 불려주던 곳간이자 휴식처. 이 바다에서 아내가 꽁꽁 얼었던 마음 풀어놓는 사이 집에 남은 남편은 아내가 널어놓고 나간 김을 걷고 모종을 손질하며 다시 찾아온 봄을 준비한다.

전국을 떠돌던 부부는 결혼 12년 만에 아내의 고향으로 돌아왔다. 수풀 우거졌던 야산을 개간한 지 50년. 손으로 땅을 일구며 나온 돌무더기는 멋들어진 돌계단이 되었고 그 돌 틈 사이에 가지를 꺾어 심은 동백은 아름다운 숲을 이뤘다. 돌이켜보니 그저 꿈같은 세월. 함께이기에 이룰 수 있던 인생의 봄날, 생애 최고의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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