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수)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관/단체

피로도 극심한 코로나 의료·현장팀, 누가 이들 돌보나?

10중 7명 이상 코로나19 업무 강도 높게 체감
근무시간 조정 67.3% “없었다”고 답해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 역학조사관, 보건소 공무원 등 의료진과 현장대응팀의 육체적·정신적 피로도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매번 전문가들이 강조해왔던 의료진 피로도 누적 문제가 현실화된 것이다.

 

경기도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은 지난 721일부터 29일까지 의료·현장대응팀 621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대한 2차 위험인식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지난 61차 조사결과 발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조사영역은 스트레스 신체·정신건강 업무의지와 책임감 업무환경 등이다.

 

먼저 코로나19 업무로 인한 울분 경험을 묻는 질문에 69.7%가 울분을 경험했고, 역학조사관 등 현장대응직에서 89.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울분의 이유를 살펴보면 낮은 연차 중심으로 근무 투입 등 불공정한 업무 분배(25.4%) 감정적, 억지 민원(19.6%) 비민주적인(독단적인) 의사결정(16.2%) 부당한 취급과 (차별)대우(12.7%) 불충분, 불공정한 보상(7.7%) 등이 주를 이뤘다.

 

10명 중 7명 이상의 치료·방역 인력이 코로나19 업무 강도를 높게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관련 업무 강도가 얼마 정도인지 묻는 질문에 아주 약함(0)~매우 강함(10) 중에서 택하도록 한 결과 평균 6.61점이었다. 응답 중 6~10점까지를 선별해 백분율로 환산했을 때 전체의 73.9%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코로나19 업무강도 인식 정도가 높을수록 직무 스트레스, 번아웃도 같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역시 치료진보다 현장대응팀에서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차 조사 때보다 의료·현장대응팀의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코로나19 대응의지가 조금 꺾였다는 것도 드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과반 이상이 굳건한 의지를 보였다.

 

나는 코로나19 사태가 계속되는 한 내게 주어진 일을 계속할 것이다라는 질문에서 긍정적 의지(매우 그렇다, 그렇다) 답변 비율은 76.8%1차 조사(83.4%) 때보다 낮아졌다. ‘코로나19 상황이 아무리 심각해도 내가 맡은 업무를 할 것이다에서도 1차 조사(77.0%) 대비 2% 소폭 하락했다.



피로누적 인지한 정부, 현실은?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정부도 의료·현장대응팀의 피로누적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지난달 1일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현장에서 검사와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진들의 피로도 누적이 가장 큰 문제라며 중장기적으로 의료인력을 정기적으로 교체할 수 있도록 관련 의료인력 명단을 확보하고 적절한 교체주기를 감안해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거의 한 달 가까이 지나 결과적으로 봤을 때 조치가 잘 이뤄지고 있는가에 대해선 의문이다. 자원의 분배나 처우 개선, 근무시간 조정 등이 기대와 달리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자원의 분배나 일의 절차 등 처우가 얼마나 공정했는가를 물었을 때 63.0%가 불공정하다고 답했는데, 1차 조사(54.1%)때 보다 높아졌다. 반면 공정하다는 응답은 145.9%에서 2차 조사 37.0%로 하락했다.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근무시간 조정이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67.3%가 없었다고 답해 1차 조사 69.6% 대비 조금 낮아졌지만 여전히 부정적 응답이 많았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대응책으로 자신들의 성과와 기여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 강화와 감염병 전담·전문 인력 양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대응방안별로 필요하다(필요함+매우 필요함)’고 응답한 비율을 살펴보면 중앙지자체 정부의 사후책무성 강화(78.3%) 감염병 대응 전담인력 양성(77.6%) 사전대비가 중요한 감염병 등의 질병관리에 정부의 투자 확대(77.5%) 순이었다. 가장 낮게 나타난 대응방안은 전국의 공공의료시설 증가(66.5%)였으나 이 부분도 과반수 이상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한편, 이번 2차 조사는 한국리서치가 지난 51차 조사에 참여한 경기도 내 코로나19 의료·현장대응 인력 1112명에게 연구진이 개발한 설문이 담긴 웹 링크를 배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총 621명이 응답해 재참여율은 55.8%였다.

 

대안 미루거나 늦출 상황 아냐

 

전문가들은 이대로 지금 같은 상황을 방치한다면 다가올 2차 대유행에 대비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는 현장 대응직의 경우 임시직이 많고 상황이 특수하다는 이유로 초과근무 등이 당연하게 여겨지는데, 이 과정에서 업무강도가 계속 높아진다자료 분석을 통해 고강도 업무 지속이 번아웃, 스트레스 등 건강 악영향으로 이어지는 걸 알 수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대안을 미루거나 늦출 상황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공정성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인력들의 업무 의지와 이직 의도, 울분 경험을 낮추기 위한 투명하고 공정한 업무 분배와 처우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희영 경기도공공보건의료단장은 감염 발생 현황은 하루하루마다 달라서 치료·방역 대응 인력의 부담은 반년이 넘도록 줄어들지 못하고 있다만일 가을과 겨울 코로나19가 다시 급증하면 이들 인력은 제대로 된 휴식 없이 1년 이상을 과도한 업무에 놓인다고 꼬집었다.

 

이 단장은 중앙과 지자체는 치료·방역 대응팀에 대한 지원으로 물리적 보상에 대해서도 고민해야겠지만, 그 이상으로 정신적·심리적인 지원 방안을 다각도로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달 15일 대한병원협회가 개최한 결의대회에서 대한감염학회 백경란 이사장은 결국 장기전으로 가야하고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 상황이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데, 치료제는 금방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대비해야한다대구경북 코로나19 유행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되돌아보고 새로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임상자원 부족에 대비해 병상이나 인력, 의료장비가 얼마나 있는지 현황을 파악해야 하고, 유행역학과 발생 환자수 예측, 지자체 및 의료기관의 유행 규모별 대응 시나리오 마련이 필요하겠다고 제언했다.

 

서울대병원 김남중 교수도 지난달 10일 공공의료시스템의 역할과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에서 일반 의료진에 비해 코로나19 의료진의 우울감과 불안감이 훨씬 더 높다의료진의 피로도를 해소해야 하고, 메르스나 신종플루 때도 잘 참았지만 언제까지 개인의 인내심에 의존할 수 없어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바꿔야 하는데, 정부 차원에서만 추진하고 현장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꾸 정책이 추진되는 것 같다고 하고, 가천대 길병원 엄중식 교수도 지금 소진된 의료인력에 대한 충원이나 휴식을 위한 교체근무 같은 게 필요한데 거의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