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을 코로나19나 이태원 참사 같은 ‘사회 재난’으로 규정하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대응하기로 했다. ‘노사관계에서 법치주의 확립’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가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공권력으로 파업을 제압하려는 모양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8일 오전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사태에 따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마친 후 가진 브리핑에서 “재난안전기본법상 물류체계 마비는 사회재난에 해당한다”며 “국가핵심기반이 마비될 경우(를 대비해) 코로나19나 이태원 참사와 똑같이 사회적 재난으로 분류하고,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중대본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육상화물운송 분야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에 따라 육상화물운송 분야 위기경보 단계를 이날 9시부로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중대본 회의를 열었다. 정부가 노조 파업에 대응하기 위해 중대본을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대본 구성의 근거가 된 ‘육상화물운송 분야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34조의5와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등을 토대로 국토교통부가 만들었다. ‘육상화물운송 기능 마비 사태’에 대한 범정부적 위기관리 체계를 담은 것인데, 사실상 화물연대 파업 대응 매뉴얼이다. 매뉴얼은 위기상황을 ‘컨테이너화물차와 BCT(시멘트) 등 육상운송 분야 종사자의 집단운송거부에 따른 화물운송 마비’로 규정한다. 위기경보가 ‘경계’ 단계에서는 국토부 중앙수송대책본부(본부장 차관)를 설치하고 ‘엄정 대응방침’을 천명하지만, 심각 단계가 되면 국무조정실과 중대본이 업무를 맡아 ‘업무개시명령제’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업무개시명령을 위한 절차로 위기 단계가 격상된 것이다.

이상민 장관은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한 근거로 화물연대 파업으로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반입량이 평소 대비 28%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지난 6월10일 화물연대 1차 파업이 나흘째 되던 날 컨테이너 장치율은 70%를 넘어서며 현재(파업 5일째인 이날 전국 항만 컨테이너 장치율은 62.4%)보다 높았지만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까지 격상하지는 않았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기 위해 자의적인 기준으로 무리하게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안전운임제의 경우 충분히 협의가 가능한 사안인데 정부에서 강경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이 문제”라며 “대화와 협의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없다면 화물연대 파업이 6개월도 안 돼 재발했듯이 노정관계가 정면대결로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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