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삼우(歲寒三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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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삼우(歲寒三友)
  • 장상현 전 인문학 교수
  • 승인 2023.06.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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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전 인문학 교수
장상현 전 인문학 교수

제 23편: 일생동안 푸르름을 잃지 않는 세한삼우(歲寒三友)와 우리의 처지

세한삼우(歲寒三友)란 추운 겨울철의 세 친구라는 뜻으로, 추위에 잘 견디는 소나무(松/송)와 대나무(竹/죽), 매화나무(梅/매)를 묶어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는 높은 지조(志操)와 절개(節槪)를 상징(象徵)하며, 예로부터 시(詩)나 그림의 소재로 많이 쓰였다.

소나무는 척박한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산다. 오직 씨앗으로만 크며, 자른 소나무에서는 싹이 올라오지 않는다. 베면 그냥 죽을 뿐이다. 모든 나무 중에 소나무만 그렇다. 소나무는 이른 봄부터 여름이 오기 전까지 한 마디만 성장하고 생장을 멈춘다. 그래서 마디만 세면 나이를 알 수 있다. 1년에 한 마디만 생장하고 속을 채운다. 속을 단단하게 하여 풍파를 이기고, 경쟁을 피하여 사느라 바위가 있는 곳도 마다하지 않는다. 솔 향(香)도 있고, 솔잎도 방부(防腐)성분이 있어 스스로를 지킨다. 느리지만 자기만의 속도가 있고, 힘을 기르고 위치를 지킨다.

소나무는 바람과 추위의 온갖 풍상(風霜)을 견디며 살아가는 장생불사(長生不死)로 깊은 산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사는 은자(隱者)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에 공자(孔子)는 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也(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松栢)가 늦게 시들음을 안다)라고 論語 子罕篇(논어 자한편)에 그 절개의 품격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대나무는 늘 푸르고 단단하다. 대나무는 겨울에는 비교적 온난하며, 봄철 냉해 피해가 없는 곳에서 산다. 왕대는 장마 기간 1개월에 10m나 큰다. 싹이 돋아난 그해 평생 살아갈 몸을 만든다. 대나무는 마디마다 생장점이 있어 한꺼번에 늘어나 빠른 속도로 자란다. 속은 비어 나이테도 없다. 그래서 풀과 같다. 수명이 다할 때까지 줄기와 잎은 살아 있으니 나무와 같다. 꽃은 일생 한 번만 핀다. 집단으로 개화하고 집단으로 고사한다. 땅속줄기가 뻗어나가면 거칠 것이 없다. 대나무는 생리적으로는 풀이요, 형태적으론 나무다. 사계절(四季節) 색이 변하지 않으니 군자(君子)의 품격(品格)과 절개(節槪)로 여긴다.

매화(梅花)는 겨울이 끝나고 봄의 문턱에서 봄이 오는 것을 알리는 꽃나무다.

꽃을 중히 여기면 매화나무요, 열매를 중히 여기면 매실나무다. 매화는 한겨울을 이기고 불굴(不屈)의 정신으로 피어나 군자의 지조와 절개에 비유하였다. 은은함은 매화를 대표한 이미지로 선비의 품격을 나타낸다. 양화소록(養花小錄)을 지은 강희안(姜希顔)은 매화를 칭송하기를, 청빈(淸貧)하고 아름다우며 청아(淸雅)하다고 하였다.

특히 매화는 매서운 추위를 겪어야 맑은 향기를 낸다고 한다. 집안에서 소중히 키우던 매화가 꽃을 피우면 선비들은 벗을 불러 술을 마시며 시(詩)를 짓는 모임인 매화음(梅花飮)을 가졌다. 매화에 기대어 품격(品格)을 높이고자 하였던 것이다.

조선 중기 문장가 상촌 신흠(1566~1628)의 詩(시)에 梅 一生寒不賣香(매 일생한불매향/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자기 향기를 팔지 않는다)라 하였다.

또한 세한삼우는 염량세태(炎凉世態)*를 비판하는 의미로도 읽을 수 있다.

권세를 잡은 사람에게 벌떼처럼 모여들어 아첨하다가 권세를 잃으면 하루아침에 외면하는 것이 세상의 인심이지만, 그러나 변치 않는 지조를 보여주는 사람도 있다.

한여름에는 모든 나무가 무성하다. 그러나 가을이 깊어 가면 어떤 나무는 이미 잎이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나, 소나무와 잣나무는 의연하게 그 푸르름을 그대로 간직한다. 요컨대 날이 추워야만 소나무, 잣나무와 다른 나무들의 본질적인 차이가 드러난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평상시 안온(安穩)할 때는 모든 사람이 다 훌륭해 보일 뿐, 각자의 인품(人品)과 지조(志操)가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할 때는 당사자들의 인품과 양심이 드러나고, 험난한 비상시국에는 각자의 지조가 여실하게 드러난다. 어떤 사람의 진면목(眞面目)을 알기 위해서는 이해관계에 대처하는 모습이나 난국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아야 한다.

새삼스럽게 여름이 되어가는 이 계절에 세한(歲寒)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나라가 처해있는 처지가 따뜻하게 살고 있는 조건이 아니고 춥고 어두운 겨울 환경과 비슷해서 매서운 추운 겨울을 지나고 있는 듯해서이다.

흔히들 하는 이야기로 우리가 직면한 현재 대한민국의 수준은 거의 선진국(先進國)수준이다. 단, 정치 분야만 후진국(後進國)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 최소한 국민들의 눈에 비치는 이른바 정치 지도자라는 분들이 권력(權力)과 돈, 명예(名譽) 등을 목적으로 쉴 틈 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여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교만(驕慢), 조급(躁急), 부정부패(不正腐敗), 등을 아무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무조건적인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옳고 상대방은 그르다)에 빠져서 그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제목에서 언급된 세한삼우의 교훈이, 편안할 때와 어려울 때도 변치 않는 松, 竹, 梅처럼 국가를 관리하는 사람들, 국민의 평안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 늦게까지 시들지 않는 변함없는 사명을 다 했으면 한다.

선조들은 인재등용(人才登用)을 대단히 중요시했다.

두말이 필요 없다. 중국에서는 이를 ‘용인(用人)’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을 기용하느냐는 크게 보면 한 나라의 흥망성쇠(興亡盛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이와 관련해 “나라가 흥(興)하려면 상서(祥瑞)로운 조짐이 있기 마련이니 군자는 기용되고 소인은 쫓겨난다. 나라가 망(亡)하려면 어진 이는 숨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난신(亂臣)은 귀하신 몸이 된다. ‘나라의 안위(安危)는 정치에 달려 있고, 존망(存亡)은 용인(用人)에 달려 있다.

십팔사략(十八史略)에 전국시대 위(魏)나라 이극(李克)의 인재를 선발하는 관찰법이다.

첫째, 평소에 어떤 사람과 친한가를 보십시오(거시기소친/ 居視其所親).

둘째, 부유할 때 어떤 사람과 왕래하는가를 보십시오(부시기소여/ 富視其所與).

셋째, 잘 나갈 때 어떤 사람을 추천하는가를 보십시오(달시기소거/ 達視其所擧).

넷째, 역경에 처했을 때 어떤 일을 하는가를 보십시오(궁시기소불위/ 窮視其所不爲).

다섯째, 가난할 때 무엇을 하지 않는가를 보십시오(빈시기소부취 /貧視其所不取).

이 다섯 가지 방면을 잘 살피시면 재능과 인품을 갖춘 인재를 얼마든지 찾으실 수 있습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이다.

작금(昨今)의 혼란한 시기, 이를 극복할 꼭 필요한 정치 지도자를 국민들은 잘 선별해서 뽑아야 할 것이다.

 

*염량세태: 권세가 있을 때는 아첨하여 좇고 권세가 없어지면 푸대접하는 세상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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