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지방선거 판세 보도 '함정'

'50~60대 남성 중심' 

'특정당(더불어민주당) 중심' 

'재선·3선 도전 현역 위주 프레임' 

'그 나물에 그 밥...전북 기초단체장 후보들 중 여성 1명 뿐' 

내년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들을 분석한 추석 특집 기사들을 지역 일간지들이 약속이나 한 것처럼 17일 일제히 내보냈다.

전북도지사를 비롯한 시장·군수 외에 전북도교육감 출마 예상자들을 자천타천 거론한 지면들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공통점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됐다. 

지방선거 후보자 대부분 50-60대 남성·현역 중심...공정성 시비 우려 

전라일보 9월 17일 자 1면 기사.
전라일보 9월 17일 자 1면 기사.

첫째는 출마 예상자들이 거의 대부분 50~60대 남성과 특정당(더불어민주당) 중심이어서 여성과 30-40대 젊은 층, 군소 정당의 출마 예상자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둘째는 현역 도지사와 시장·군수들이 3선 연임 제한까지 계속 출마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지역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이번 선거가 세 번째 도전인 송하진 도지사를 비롯해 정헌율 익산시장, 박성일 완주군수, 심민 임실군수는 '3선 후보'로 자연스럽게 부각됐다. 피로감이나 식상함을 호소하는 여론은 안중에도 없었다. 

셋째는 3선 연임 제한에 걸려 출마하지 못하게 되는 전북도교육감과 남원시장, 순창군수, 그리고 3선 불출마를 선언한 전주시장 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시장·군수 자리는 모두 현역 단체장의 '재선 도전' 구도로 판세 보도가 이뤄졌다. 

마지막으로 지역 일간지들은 지방선거 특집 기사에서 현역 중심, 민주당 중심 외에 유명 인사들 위주로 출마 후보군을 저울질함으로써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정치 신인들과 군소 정당 후보들이 모두 배제됐다. 

그러다 보니 재선 또는 3선에 도전하는 단체장들의 얼굴과 프로필, 업적 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비판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신인 예비 후보들은 공정성과 균형성 있는 보도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도지사 선거 '송 지사 3선' 지나치게 강조, 현역 국회의원들 도전 속 3~5파전 예상 

전북일보 9월 17일 자 3면 기사.
전북일보 9월 17일 자 3면 기사.

먼저 전북도지사 선거 판세 보도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특징을 신문별로 살펴본다. 전북일보는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 결과가 전북 정치권 지형도를 바꿔 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중앙과는 무관하게 전북의 경우 대선으로 민주당 쏠림 현상이 더욱 강해질 수 있어 결과적으로 내년 지방선거는 본선보다 민주당 경선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문은 17일 자 3면의 도지사 선거 관련 기사 제목을 ‘전북 첫 3선 도지사 타이틀전...재선 국회의원 도전장’으로 뽑았다. 송하진 도지사의 3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기사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지역 국회의원인 김성주 의원(전주병), 김윤덕 의원(전주갑), 안호영 의원(완주진안무주장소)의 도전이 유력하다”며 4파전을 예상했다.  

                           전북도민일보 9월 17일 자 2면 기사.
                           전북도민일보 9월 17일 자 2면 기사.

기사는 특히 '송 지사가 전북 최초의 3선 도지사에 성공할지'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기사는 “3선 피로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며 “지역 정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치인 출신 도지사 필요성도 송 지사의 결단에 부담을 주는 요인”이라고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전북도민일보는 ‘민주당 공천경쟁 3자 대결’의 기사에서 송 지사와 김윤덕·안호영 의원의 3파전 구도로 판세를 예측했다. 전북일보에서 거론된 김성주 의원이 제외된 점이 다르다. 기사는 ‘송하진 지사의 3선 연임 가도’와 ‘두 현역 의원의 도전장’ 국면으로 분석했다. 

전라일보는 앞선 두 신문보다 도지사 출마 예상자들을 더욱 확대해 분석·예측했다. 신문은 관련 기사에서 자천타천 후보군으로 송 지사와 김윤덕·김성주·안호영 의원 외에 김현미 전 국토부장관을 포함해 5파전으로 판세를 분석했다. 

전라일보 9월 17일 자 3면 기사.
전라일보 9월 17일 자 3면 기사.

기사는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이 될 가능성이 높아 당내 경선을 앞두고 후보자 간의 치열한 혈투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내년 도지사 경쟁은 송하진 현 지사의 3선 도전과 현역 재선급 의원들의 도전, 그리고 전직 장관의 출마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신문은 기사에서 대선 후보를 돕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선택과 결정은 '대선 결과에 따라 영향을 미칠 것'임을 암시했다. 전민일보는 ‘사상 첫 3선 도지사냐, 국회의원 출신 도지사냐’란 제목과 함께 “송 지사의 3선 여부가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부각시켰다. 기사는 송 지사의 3선 출마에 민주당 소속 김윤덕·안호영 의원의 도전에 초점을 맞추어 관전평을 썼다. 

기사는 특히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며 캠프에 합류한 김윤덕 의원은 이재명 지사의 대선 승리가 현실화 된다면 3개월 뒤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순풍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송하진 지사와 김윤덕 의원 간 각축전이 예상된다'는 암시가 읽히는 대목이다. 

새전북신문도 송 지사의 3선 도전과 민주당 김윤덕·안호영 의원의 3파전을 예상했다. 전북중앙신문은 ‘송하진 3선과 재선 의원들의 도전’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송 지사와 김윤덕·김성주·안호영 민주당 소속 의원들 외에 정운천 국민의힘 소속 의원을 포함시켜 눈길을 끌었다.

전북중앙신문 9월 17일 자 2면 기사.
전북중앙신문 9월 17일 자 2면 기사.

기사는 “전북 최초로 3선 도지사가 나오느냐, 아니면 재선 국회의원들의 꿈이 이뤄질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공천을 향한 힘겨루기가 조용히 전개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기사는 “송 지사가 처음으로 3선에 도전한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송 지사에 대한 우호적인 뉘앙스가 짙게 풍겼다. 

"전북교육감 후보 3파전 가능" 일제히 분석 

전북일보 9월 17일 인터넷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 9월 17일 인터넷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한편 전북교육의 수장인 교육감 선거가 열기를 점점 더해가는 상황에서 지역 일간지들은 올 초만 해도 10명 정도로 거론했던 후보군을 3~5파전으로 압축하는 모양새다. 

전북일보는 “내년 전북교육감 후보로 출마할 인사는 서거석 전 전북대총장, 이항근 전 전주교육장, 차상철 참교육희망포럼 대표, 천호성 전주교육대학교 교수, 황호진 전 전북교육청 부교육감 등 5명(가나다 순)"이라며 "이들은 모두 이미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히고 공식 행보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가운데 이항근 전 전주교육장과 차상철 참교육희망포럼 대표,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는 오는 11월말까지 후보 단일화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는 “이들은 모두 김승환 계보를 잇는 전교조 출신 진보성향으로 교육철학과 이념, 지지기반이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신문들은 전북교육감 후보군을 5명으로 소개하면서도 이 가운데 이항근-차상철-천호성 후보의 단일화를 계기로 사실상 전북교육감 선거 경쟁은 '서거석 대 황호진 대 단일화 후보 3파전'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차기 전북교육감 선거의 최대 관전 포인트를 언론들은 ‘진보교육감 단일화’에 초점을 모으고 있다. 

시·군 단체장 출마 예상 후보자들 중 여성은 단 1명뿐? 

전북도민일보도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출마의 뜻을 밝힌 후보군은 서거석 전 전북대총장, 이항근 전 전주교육장, 차상철 전 전북교육정보연구원장, 천호성 전주교육대학교 교수, 황호진 전 전북교육청 부교육감 등 5명”이라며 “이번 교육감 선거의 이슈는 ‘단일화’와 ‘인지도 확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각 후보의 전문성과 인지도를 도민들에게 알리는 다섯 후보의 불꽃 튀는 정책발표와 반박 성명·토론 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전라일보도 5파전을 예상하며 “출마 입지자들의 이력도 교사에서부터 교육장, 부교육감, 그리고 교수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며 “교육계에선 대입제도를 제외한 교육감의 철학에 따라 지역학교의 가르침과 학습법이 달라지기에 면면을 잘 살펴야 한다”고 기사에서 강조했다. 

           전북도민일보 9월 17일 자 3면 기사. 
           전북도민일보 9월 17일 자 3면 기사. 

이밖에 관심을 끄는 전주시장 출마 예상자로 전북일보는 백순기 전 전주시설관리공단 이사장(59), 서윤근 전주시의원(50), 엄윤상 변호사(55), 우범기 전 전북도 정무부지사(58), 유창희 전 전북도의회 부의장(61), 이중선 전 청와대 행정관(46), 임정엽 전 완주군수(62), 조지훈 전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53) 등 8명을 후보로 올렸다. 

전북도민일보는 전북일보가 출마 예상자로 올린 인물들 중 서윤근 시의원과 엄윤상 변호사를 제외한 6명의 후보만을 올렸다. 또 전라일보는 서윤근 시의원을 제외한 7명을 후보군에 올렸다. 그러나 전북중앙신문은 앞서 거론된 후보군 외에 허남주 전 도의원을 후보에 올려 시선을 끌었다. 유일하게 여성 인물을 전주시장 후보 예상자로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전북중앙신문 9월 17일 자 3면 기사
전북중앙신문 9월 17일 자 3면 기사

전주시장 외에도 나머지 시·군 출마 예상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3선 연임 제한 지역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현역 단체장이 재선 또는 3선에 도전 의지를 밝힌 가운데 언론들은 이들 현역 단체장들을 중심으로 판세를 분석하고 전망한 기사를 내보냈다.

기초단체장 출마 예상자들 중에는 여성 출마 예상자가 전주시를 제외하고 단 한군데도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방선거 출마 예상 지방의원들 중에는 여성 후보가 많지만 기초단체장에는 단 한명에 그쳐 여성의 지방자치단체장 진입 문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증명해 준 것으로 풀이된다. 

“대선 이슈·현역 프리미엄에 갇혀 지방선거 신인 예비 후보들 얼굴 알리기 어려워” 볼멘소리

전북도민일보 9월 17일 7면 기사
전북도민일보 9월 17일 자 7면 기사

더욱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가 이보다 3개월 앞서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 이슈에 밀릴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신인 도전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자치단체장 도전 준비를 하는 신인 예비 후보자들 사이에는 “대선 정국에 지방선거 이슈가 묻힌 데다 현역 단체장 중심의 언론보도 등으로 인해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볼멘소리가 높다. 

지방선거를 1년도 채 안 남긴 상황에서 초조한 신인 예비 주자들은 "언론이 최소한의 공정성과 균형성만이라도 지켜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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