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코리아=남빛하늘 기자] 교보생명 오너가(家) 3세들이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두 아들이 각각 교보생명과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에서 데이터 및 디지털 분야의 중책을 맡으며 경영 수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창재 회장의 장남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데이터전략팀장이 임원 후보로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차남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디지털팀장도 직책이 디지털전략실장으로 변경되는 등 그룹 내에서 존재감을 키워나가는 모습이다.
미래 성장동력 ‘디지털’ 주도
교보생명은 지난 4월 1일자로 신중하 팀장을 그룹경영전략담당 그룹데이터 태스크포스(TF)장에 발탁하며 임원 후보로 선발했다. 2022년 그룹데이터전략팀장으로 오른 지 약 2년 만이다. 회사 관계자는 “임원 후보는 임원 교육 과정에 들어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신 TF장은 1981년생으로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외국계 투자은행(IB) 크레디스위스 서울지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 교보생명 자회사 KCA손해사정에 입사하면서 그룹에 첫 발을 들였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컬럼비아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신 TF장은 교보DTS(옛 교보정보통신), 디플래닉스 등 관계사에서 경력을 쌓았다. 2022년 말에는 그룹데이터전략팀장으로 발탁되며 그룹 통합 데이터 전략 수립 및 실행을 주도해오고 있다. 그룹데이터전략팀은 신 회장 직속 지속경영기획실 산하에 편재된 조직이다.
신 회장의 차남인 신중현 실장은 교보라이프플래닛에서 근무 중이다. 1983년생인 신 실장은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이후 일본 SBI금융그룹 계열 SBI스미신넷뱅크, SBI손해보험을 거쳐 2020년 8월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혁신팀 매니저로 입사했다.
최근 단행된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조직개편·인사에서 신 실장의 입지는 더욱 확대됐다. 지난달 12일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기존 1실 2담당 조직 체제를 3담당 2실로 개편했다. 이번 조직개편을 통해 디지털전략실이 신설되고, 신 실장이 회사의 디지털 사업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게 된 것이다.
경영 능력 검증 본격화…어떤 성과 낼까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교보생명 오너가 3세들의 경영 능력 검증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교보생명은 한화생명 등 다른 보험사에 비해 승계 작업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경영승계를 앞둔 오너가 3세들은 대개 회사 지분을 사들이는 형태를 취하는데 비해, 신 회장의 두 아들은 교보생명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다. 특히 신 회장은 경영 능력을 중요시 여기는 만큼, 두 아들로서는 각자 맡은 영역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신 회장은 과거 한 해외 언론사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녀의 경영권 승계 관련 질문에 “시기가 된다면 내 자녀든 아니든 유능하고 준비된 사람이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신 회장이 아들들에게 맡긴 영역이 디지털 분야라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신 회장은 평소 ‘혁신’을 강조하며 디지털 혁신에 대한 의지를 내비쳐왔다. 올 초 신년사에서도 2024년 핵심 경영과제로 혁신을 꼽으며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환경에서는 ‘개방형 혁신’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 오너가 3세들은 아직 회사 지분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경영 승계를 논하기엔 이르다”며 “지금 맡고 있는 디지털 분야에서 성과를 내 대내외적으로 인정받는게 중요한 단계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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