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재건축 갈등 악화일로...공사 중단 장기화 '도심 흉물' 되나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공사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국내 재건축 역사상 최대 사업으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에서는 타워크레인 해체 소식까지 들린다. 지난 24일 본지가 현장을 찾을 때도 둔촌주공 공사 현장은  적막했다. 공사에 참여한 업체들은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고 입주예정자들은 차일피일 연기되는 공기에 발을 동동구르고 있다. 공사 현장 지역민들은 IMF시절 건설사 줄도산으로 중단된 건물 잔해처럼 둔촌주공 현장이 흉물이 될까 걱정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중재에 나섰지만 이미 벌어진 앙금(?)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 분위기다. 뚜렷한 해법도 제시되지 못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둔촌주공은 시작일 뿐… 분양시장 호황의 그늘" 우려

둔촌주공 공사 중단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시행자인 재건축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이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대립하면서 공사는 중단됐다. 
본지는 지난 5월24일 오후 현장을 찾았다. 4월26일 현장을 찾은 지 29일만이다. 둔촌주공 공사현장은 4월15일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 공사 중단 수 일째, 중제 나선 정부 

이날도 공사장 인근에서는 '둔촌주공재건축, 유치권 행사 중! 무단출입·기물판손·게시물 훼손 시 관련법에 의거 처벌할 수 있습니다'라는 현수막 등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현장 출입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으며 출입자 관리를 위해 설치된 간이 막사도 닫혀 있었다. 현장 건너편 시장과 보행로에 사람이 많은 것과는 달리 이곳은 조용했다. 

지난 4월 현장을 찾았을때와 달라진 점은 설치됐던 타워크레인의 해체작업이 일부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시공단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대여가 이달 말 만료되는 만큼 6월부터 타워크레인을 철수하기로 건설사 간에 잠정 합의했다”면서 “일부 구역에서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지역 주민은 "4월 초까지만해도 매일같이 다니던 공사 작업 차량의 모습은 볼 수 없다"며 "지금은 모르지만 공사가 계속 중단되면 흉물로 남는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 규모 신축 아파트 '올림픽파크 포레온'을 짓는 사업이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이 심화하며 지난 4월 15일 공정률 52%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윈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지난 23일 정부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둔춘주공 문제와 관련해) "가급적 빨리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되고, 다른 지역의 정비사업까지 원활하게 돌아가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둔촌주공을) 예의주시하고 있는데 조합 집행부의 신뢰 문제와 법적인 분쟁까지 얽혀있다"며 "또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풀린다고 하니 가급적 늦게 분양하는 것이 조합의 이익 아니냐며 시간끌기 눈치싸움도 벌어지고 있기에 (이 문제를) 잘 다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또 "6월 초까지 (서울시와) 합동점검을 진행해 (현재의 공사중단이) 조합의 문제인지, 시공사 문제인지, 분양을 늦춰 이익을 확보하려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가릴 것"이라며 "시장에 잘못된 신호는 주지 않으면서 막혀있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의사결정을 나름대로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  커지는 '분양가 규제 개선' 목소리
 
문제는 제2의 둔촌주공 사태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며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건축자재값 급등으로 공사원가가 크게 늘었지만 분양가상한제로 정비사업 수입은 제한된 상황인데, 원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는 시공사와 이를 수용할 여력이 없는 조합 간 갈등 등으로 사업 속도가 더뎌지는 모양새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아파트 건설현장 마저 철근, 레미콘 등 부족으로 셧다운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께 LH에서 발주한 경기도의 한 공공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레미콘 수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면서 2주 가량 작업이 중단됐다. 일각에서는 알짜 정비사업지가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는가 하면 일부 대형건설사들은 어렵게 따낸 시공권마저 포기를 고민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원자재가 급등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건설업계의 어려움 뿐 아니라 분양가 인상, 주택 공급부족 등 주택시장 전반으로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정부도 부동산 정책 최우선 과제로 분양가상한제 개선에 속도를 낸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토지비용과 건축비 ▲가산비 산정의 현실화 ▲이주비 ▲명도소송비 등 정비사업의 특성을 반영한 분양가 규제 운영 합리화를 공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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