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서울에는 다양하고 독특한 명소, 그리고 장인(匠人)들이 있다. 일요서울은 드넓은 도심 이면에 숨겨진 곳곳의 공간들과 오랜 세월 역사를 간직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 마포구 경의선 숲길 내에 위치한 국내 최초의 책 테마거리 ‘경의선 책거리’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에 잘 어울리는 명소다. 

“책이 없는 집은 문이 없는 것과 같고 책이 없는 방은 영혼이 없는 육체와 같다.”

‘경의선 책거리’ 바닥에는 책거리를 소개하는 이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서울 지하철 홍대입구역 6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잔디밭 위 거대한 책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홍대입구역부터 와우교까지 이어지는 이 걷기 좋은 산책로는 독서를 테마로 한 출판문화예술 네트워크 공간이다. 

경의선 책거리는 2005년 지상으로 나 있던 철길이 지하로 내려가면서 기존에 있던 철길 부지에 공원을 조성해 경의선 숲길과 책거리로 조성된 곳이다. 공원 조성은 2009년부터 시작돼서 2016년 5월 전 구간이 완공됐고 지금의 책거리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안내 부스를 지나 ‘책거리 산책’이라 불리는 기차 칸 모양의 컨테이너 형태의 서점들은 공간 산책, 여행 산책, 예술 산책, 미래 산책 등 10가지의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종류의 책을 판매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전시, 축제, 저자 사인회 등 행사도 진행된다. 현재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문을 열지 않은 곳도 꽤 보였다. 

책 조형물들을 지나면 와우교 아래 ‘책거리 역’과 ‘텍스트의 숲’ 등도 보인다. 텍스트의 숲은 어른이 될 때까지 읽어야 할 100선의 책 텍스트를 숲 모양으로 형상화했다. 안내 푯말에는 “이파리 사이로 태양빛이 스며드는 숲을 모티브로 삼아 글자들이 이루는 숲과 그늘을 표현했다”며 “마포구 추천도서 100권의 본문에서 추출된 문장으로 숲을 이루고 숲은 그림자가 다시 산책로에 이야기를 드리운다”고 소개했다. 

또한 이 거리에서는 평화·통일을 주제로 한 사진 전시회도 열리고 있었다. 전시 관계자는 “지난 13일까지 열렸던 ‘평화와 통일을 담다’ 전시에 많은 관람객들이 관심을 가졌다”며 “이후에도 같은 공간에서 또 다른 새로운 전시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산책길을 조금 더 걷다 보면 긴 벤치들도 발견할 수 있는데 책도 읽고 공연도 마음껏 구경할 수 있어 보였다. 거리를 지나는 동안 상점과 벽 곳곳에는 베스트셀러와 추천 신간도서, 책거리 행사 등 경의선 책거리에 걸 맞는 홍보물 등이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경의선 책거리가 끝에 다다른 와우교 다리 밑에는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지상을 달리던 기차가 끊어진 기찻길역과 ‘오늘 당신과 함께 할 책은 무엇입니까?’라고 커다란 글자의 질문이 적혀 있는 와우교 게시판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이곳은 책거리 길을 지나면서 잠시나마 여유를 갖고 쉴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가을바람이 서늘한 ‘독서의 계절’, 책 향이 물씬 풍기는 이곳 경의선 책거리를 방문해 마음의 풍요를 얻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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