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독주로 끝날 것 같던 국민의힘 경선판이 요동치고 있다. 8월을 기점으로 홍준표 의원의 지지율이 눈에 띌 만큼 가파른 기세로 오르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지율도 역전되는 양상이다. 특히 윤 전 총장의 당 해체발언으로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당원들의 표심도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쫓기고 있다는 말과 함께 윤석열 굳히기에서 홍준표 의원의 뒤집기가 성공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2’인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판을 흔들기 위해 합종연횡을 시도할 것이란 말이 정치권 안팎에서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2차 컷오프 결과를 발표했다. 8명 예비후보 중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가나다 순) 예비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에 진출했다. 2021.10.08. 뉴시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가 2차 컷오프 결과를 발표했다. 8명 예비후보 중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가나다 순) 예비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본경선에 진출했다. 2021.10.08. 뉴시스

- 결선투표 없는 윤.홍 누구와 손잡을까 골몰
홍준표-유승민, 윤석열-원희룡 짝짓기 시도

국민의힘 본경선에 돌입하면서 주자들 간 합종연횡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4명의 후보는 서로에게 러브콜을 보내며 연합 전선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로에게 보내는 사랑의 작대기향방을 보면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국민의힘 경선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구도도 명확하다. ‘윤석열·원희룡’ VS ‘홍준표·유승민이다. 향후 지지율의 큰 변동 없이 시간이 흐르면, 최후 수단으로 후보 단일화 카드가 나올 여지도 있다. ‘윤석열-원희룡 단일화’, ‘홍준표-유승민 단일화가 그것이다.

홍준표-유승민, 윤석열-원희룡 러브콜보내나

이런 단일화 구도가 거론되는 배경은 지난 13일 열린 제주도 TV토론회 때문이다. 홍 의원,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과 설전을 벌인 반면 윤 전 총장은 원 전 지사를 옹호하는 모습이 연출되었기 때문이다.

실제 홍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도덕성 떨어지는 대선 후보로 이재명 다음이 윤석열이라고 공격했고 윤 전 총장은 이 정부에서 저를 탈탈 털었지만 나온 게 없다고 맞섰다.

이어 홍 의원은 제주 2공항공약을 물으며 현 제주공항을 확장하는 안은 어떠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아서 예전 토론 때 원 전 지사에게 일본 간사이 공항처럼 철판을 깔아서 기존 공항을 확장할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어렵다고 하시더라고 답했다. 이에 홍 의원은 천공 스승은 확장안이 좋다고 했다며 윤 전 총장과 역술인 천공 스승(정법)의 관계를 부각시켰다.

윤 전 총장도 홍 의원의 제주 지역 카지노 프리 공약을 두고 날을 세웠다. 윤 전 총장은 안그래도 제주가 난개발 때문에 환경이 죽을 판인데 환경 파괴나 식수 문제에 대해선 어떤 복안이 있느냐고 물었고, 홍 의원은 그런 식이면 도로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유승민 전 의원도 윤 전 총장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유 전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 때 검찰총장을 하신 분으로서, 문 대통령의 대장동에 대해서 철저하게 수사하라는 말뜻이 진짜 철저하게 수사하라는 것인가, 이재명 후보가 됐으니까 대충 덮어주라는 것인가라며 저는 해석이 안 돼서라고 물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제가 그것을 해석을 잘했으면 쫓겨났겠냐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고 순진하게 제가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저보고도 (문 대통령이) 왜 청와대도, 여권도 수사하라고 했나, 제가 임명장을 받을 때. 저는 그냥 그대로 받아들였는데라고 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홍 의원을 공격했다. 원 전 지사는 홍 의원의 국민소득 5만불 공약은 15년은 걸려 현실성이 없다홍 의원의 공약대로 잠재성장률 3%5만불 되려면 얼마나 걸리는지 알고는 있느냐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목표 설정도 못하냐. 그렇게 계획대로 잘해서 제주지사 시절 지지율이 낮았던 것이냐고 반박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원 전 지사를 칭찬했다. 원 전 지사에게 제주지사 시절 도정 운영 경험과 대장동 1타 강사 유튜브 등을 높게 평가했던 것이다. 심지어 윤 전 총장은 지사로 근무하실 때 난개발도 잘 막고 부패 척결을 하시고 업적을 많이 남겼다며 제주특별법, 제주 물관리 등에 대한 원 전 지사의 의견을 구했다. 반대로 유 전 의원은 해당 유튜브를 언급하며 김만배가 윤 후보의 아버지 집인 줄 알고 갔다는 말인가, 우연히 갔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러브콜 보내는 윤석열, 잃을 것 없는 원희룡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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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전 총장과 원 전 지사의 단일화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는 윤 전 총장으로선 홍 의원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원 전 지사와의 동맹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빅4 중에 원 전 지사의 지지율은 미미한 상태다. 윤 전 총장, 홍 의원, 유 전 의원은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원 전 지사는 한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지지율로 인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차원에서 윤 전 총장은 원 전 지사의 대장동 게이트유튜브에 대해 참 쉽고 재치있게 설명해주셔서 좋았다며 칭찬을 쏟아냈다. 원 전 지사의 의중과는 무관하게 후보 단일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관계자는 원 전 지사는 이번 4강 대열에 합류한 것만으로도 얻을 것은 다 얻었다. 단일화를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다. 원 전 지사는 스스로 몸값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당내 정치적 지분도 일정부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제주도지사를 하면서 당내에 영향력이 없었으나 이번 대선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원 전 지사에게 우호적인 세력, 이른바 원희룡파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원희룡파를 형성한 원 전 지사로서는 손해볼 것이 없다. 몸값을 키운 원 전 지사의 향후 종로 출마설+당권 도전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만큼, 정치적 지분만 확보된다면 얼마든지 윤 전 총장과 단일화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윤 전 총장으로서는 원 전 지사와의 단일화가 절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승민, 원희룡 단일화, 가능성에 부정적

그러나 단일화에 대해 유 전 의원, 원 전 지사 모두 부정적인 입장이다. 원 전 지사는 제주KBS에서 가진 경선 토론회 직후 출연한 유튜브 남자훈련소에서 윤 전 총장 측과의 단일화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제가 요새 등 뒤에 묘한 시선이 꽂히는 것 같아서 목이 간지럽고 닭살이 돋는다. 그 눈길이 어디서 오나 했더니 모 캠프에서 오는 것 같다스토커방지법으로 한 번 신고할까 한다. 어제 오늘까지는 이게 뭐지?’하면서 보고 있지만 하루 더 이어져 세 번이면 스토커라고 선을 그었다. 14일 대구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 토론회에서는 원희룡의 단일화는 언제든 열려 있지만 윤석열과의 단일화는 턱도 없다’”고 일축했다.

유 전 의원도 다른 후보는 어떠실지 모르겠는데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까지 그렇게 보일 수 있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2:2로 뭔가 후보들 사이에 그런 정서는 최소한 저는 없다토론을 통해 윤석열 후보에게 질문을 많이 한 건 사실인데 홍준표 후보한테도 충분히 질의할 것이고 원희룡 후보한테도 질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에 가서 지역공약 발표와 1:1 토론, 종합 토론이 남아서 다른 후보들한테도 충분히 질문하고 제 생각과 다르면 비판하고 할 기회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윤 전 총장을 향한 공세, 그리고 윤 전 총장의 위기론이 확산될 경우 단일화론은 계속 제기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 ‘윤석열-원희룡단일화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반대진영에서는 홍준표-유승민단일화도 거론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현실적으로 홍준표-유승민 간 단일화가 성사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윤석열-원희룡단일화가 성사되면 홍준표-유승민 단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에 입문한 지 얼마되지 않은 윤 전 총장 대신 보수 적통이라고 자부하는 두 사람이 판을 흔들기 위한 단일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컨벤션 효과 없는 이재명, 홍준표 반사이익 보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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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줄곧 과반을 유지해온 이재명 후보는 지난 103차 슈퍼위크에서 28.30%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이며 불안한 후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더구나 정권 재창출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 후보가 홍 의원과의 가상 대결에서 역전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야권 후보들을 줄곧 큰 격차로 앞섰지만 지지율이 급락했다. 대선 후보자로 최종 확정된 직후 발생하는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지지율이 급락하는 현상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 업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사가 지난 11~13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102주차 NBS에 따르면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양자 대결에서도 이 후보는 39%, 윤 전 총장은 35%를 기록했다.

또 이 후보와 홍 후보의 양자 대결에서는 이 후보 37%, 홍 후보 40%로 순위가 뒤바뀌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낙연 전 대표의 경선 승복에도 불구하고 내홍을 겪으면서 대선 후보 교체론이 물밑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이 후보는 호남3차 슈퍼위크에서 이 전 대표에게 패배하면서 호남수도권민심이 우호적이지 않다. 일각에서는 호남 반발이 거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야권 후보이지만 호남에서 의미있는 여론조사를 기록하고 있는 홍 의원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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