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선 후보 아내 김건희 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벽화 중 ‘쥴리의 꿈!’ 등 일부 문구가 삭제됐습니다. 

30일 오전 9시 15분경 서울 종로구 소재 중고서점 직원이 직접 흰 페인트로 논란의 문구들을 지웠습니다. 

앞서 서점 주인이자 건물주인 여모 씨는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마음껏 낙서할 수 있도록 ‘통곡의 벽’ 현수막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모든 시민이 표현할 자유를 누릴 공간으로 내세워 그래피티를 이용한 ‘민중 예술의 장’을 열겠단 의도였는데요.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벽화를 통해 ‘개인의 자유가 진정한 헌법적 가치’임을 모토로 표현의 장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벽화는 ‘정치적 해석’이 곁들어진 상황. 자유로운 표현 속 화합과 소통의 장소가 될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하루 밤새 적나라한 보수·진보 지지자들 간 갈등이 드러나는 장소가 돼버렸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9일 오후 11시쯤까지 집계된 벽화 관련 신고 건수는 총 41건입니다. 

신고 내역은 ▲불법 주정차 및 교통불편 15건, ▲소음 8건, ▲미신고 집회 6건, ▲행패·소란 5건 등입니다. 이 밖에도 1인 시위자 및 유튜버에 폭행 신고 2건이 접수되기도 했습니다. 

문구는 사라졌지만 충돌은 계속됐습니다. 30일 오전 11시 30분쯤 한 시민이 ‘종로를 시끄럽게 하는 극우 유튜브’, ‘정말 시끄럽다’ 등 문구가 적힌 종이를 벽화에 붙이려 하자 이를 제지하던 보수 유튜버와 실랑이가 벌어졌습니다. 

오후 3시쯤엔 흰 페인트로 덮인 자리 위에 다시 논란의 문구를 적어놓아 소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가족 비방 벽화는 벽화 자체의 논란 이후에도 뮤직비디오 등 2차 가공도 이뤄져 ‘2차 가해’의 문제로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29일 유튜브 채널 백자 TV에 ‘나이스 쥴리’란 제목으로 뮤직비디오가 공개됐습니다. 가수 백자의 풍자곡인데요. 해당 노래 가사에는 김건희 씨를 연상시키는 내용들이 난무했습니다. 

건물주 여모 씨는 표현의 자유와 소통을 강조했지만, 현실은 ‘통곡의 벽’이 아닌 ‘분쟁 성지’로 시민들의 기억에 남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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