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배달 하다보면 팔과 다리가 너무 가려워 땀띠가 생기고 그 자리에 딱지가 앉아요. 가려워서 연고를 바르면 안 바른 부분이 간지러워서 또 긁고 있어요. 폭염 때문에 피부가 가렵고 따가운 게 제일 참기 힘듭니다.”

“오토바이와 장비를 구비하고 처음 도로에 나오기 전까지 다른 분들이 긴팔과 긴바지를 입는 이유를 몰랐어요. 실제 나와 보니 긴팔과 긴바지를 입지 않았을 때 살이 타들어가는 느낌을 경험했어요. 특히 아스팔트위에서 팔과 다리가 노출됐을 때 열기가 일반 도보와 큰 차이가 있었어요.”

지난 28일 라이더유니온은 ‘온라인 라이더 증언대회’를 열고 배달노동자들이 폭염과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겪고 있는 고충과 배달 플랫폼의 고질적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증가하고 최근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땀띠와 현기증에 시달렸던 경험을 증언했다. 또 대형 배달플랫폼이 배달노동자들을 상대로 불공정한 프로모션 운영을 통해 과도한 노동을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배달노동자 A씨는 “요즘 하루 근무시간이 남들보다 적다. 낮에는 1시간 반에서 2시간정도 일하고 샤워하고 나오고 반복적으로 하는데도 불구하고 날씨가 너무 더워 아무 소용없다”며 “한낮에만 잠깐 더위를 피해도 힘들다”고 증언했다.  

배달노동자 B씨는 “배달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잘 몰라서 아침에 물통 한 두 개 정도 준비했는데 오후가 지나면서부터 머리가 어지럽고 카드결제를 할 때도 손이 너무 떨려 결제 입력을 하지 못하기도 했다”며 “온몸이 떨리는 경험을 한 이후로 물을 여러 개 갖고 다니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배달노동자들 스스로 장비를 전부 구비해 다녀야 하는 것은 플랫폼 노동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온이 오르면서 휴대폰 온도가 높아져 배달 완료시에도 카메라 앱 작동이 안 돼 촬영을 못하는 사례들도 있다”며 “다음 배달 주소를 받지 못해 무작정 기다려야 하고 충전도 잘 안 돼 콜 수락조차도 할 수 없다”고 폭염으로 인한 배달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날 쿠팡이나 배달의민족 등 배달플랫폼이 배달노동자들을 상대로 불공정한 운영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배달노동자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일부 라이더만을 대상으로 ‘배달참여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다. 배달이 몰리는 피크시간대에 배달비의 1.5배에서 최대 3배까지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피크시간대는 더위에 취약한 시간대인 오전 11시~오후 12시거나 배달이 한창 몰리는 오후 5시30분~8시30분이다. 

이들은 배달플랫폼 업체가 피크시간대에 프로모션으로 모집한 인원에게만 높은 단가의 배달비를 주면서 여기 해당하지 않는 배달노동자가 받는 단가는 일시적으로 인하해 이들을 싼값에 부리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어떤 사람은 한 건만 배달해도 20만 원을 벌어가고 프로모션 문자를 못 받은 사람들은 ‘똥 단가(낮은 단가)’로 일을 시키는 것”이라며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는 라이더들은 그래도 돈을 벌기 위해 폭염 속에서 무리하게 일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프로모션 문자를 받았다는 배달노동자 C씨는 “프로모션 때문에 같은 일을 하면서도 누구는 16만 원, 누구는 2만 원을 벌게 된다”며 “이는 기존 노동 윤리와는 정반대의 보상 체계를 일반화하는 일이다. 배달플랫폼 회사들이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라이더유니온은 편의점이나 주유소 등을 활용한 소규모 더위 쉼터 확충과 도심의 소형 그늘막 설치, 오토바이 주차공간 확보, 차별적인 건수 이벤트 자제와 기본료 인상 등 배달노동자들을 위한 폭염 대책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