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심사업무 기간 단축시키고 투명성 견인했다"
제약 민원인들 입만 열면 '일부 심사관 행태' 비판
식약처 내부선 "상전보다 무서운 존재됐다" 자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09년부터 의약품 등 의료제품의 허가심사 전문성 확보를 위해 심사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식약처 안팎에서 '심사관'에 대한 긍정적 평가 못지 않게 불신도 적지 않다. 일부 심사관의 행태에 관한 논란이다.

히트뉴스는 심사관 제도 운영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모색해 보려 한다. 일부 심사관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 장점을 극대화해 의약품 허가심사의 효율성 제고를 찾아보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심사관 개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제도에 관한 이야기다. 편집자 주

1. 심사관 제도 10여년의 빛과 그림자
2. 심사관 제도, 튼튼한 뿌리내리기 위한 조건 

  # 1. 의약품 인허가 업무기간 단축되고 투명성 견인  

지난해 9월말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은 1927명이다. 식약처 정원에 포함되지 않은 비정규직인 심사관은 11월말 기준 286명에 이른다. 대략 식약처 직원 10명중 1명은 비정규직인 심사관이라는 것이다.

심사관은 의약품, 바이오의약품, 의료기기 등 의료제품 허가 심사와 관련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9년 도입됐다. 당시 채용된 심사관은 43명이었는데, 채용 분야는 의사를 비롯해 의약품평가, 생물통계, 생약평가, 의약품관리, 의약품허가심사, 생물의약품, GMP 등 경험자였다.

심사관 대우는 천차만별로 보수는 전문성에 따라 등급별로 차등화 된다. 임상의사의 경우 식약처장 보다 높은 보수를 받고 있지만, 마 급 심사관의 경우 채용 첫 해 연간 보수는 2250만원이다. 매년 보수가 인상되고, 3년 이상 근속자에게는 기본급이 인상되지만 정규직 공무원에 비해 임금 수준은 70~80% 수준이다.

공무원과 동일한 허가심사 업무를 담당하지만 임금 수준이 낮고, 근무지가 오송이라는 환경 때문에 심사관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식약처장 보다 높은 대우를 제시하며 임상의사를 채용하려 했지만, 의사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바람에 여러 번 공모 절차를 밟기도 했다.

낮은 보수와 열악한 근무환경에도 대다수 심사관들은 의약품 등 의료제품 허가심사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무원의 경우 전보 인사로 인해 특정업무에 매진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심사관들은 특정업무(GMP 실사, 허가, 임상통계 등)를 위해 채용됐기 때문에 전문성이 심화될 기회가 많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심사관은 지속적으로 확충되고 있다. 정원 확대가 어려운 공무원 조직의 특성을 감안해 식약처는 의약품 등 의료제품 허가수수료 인상을 통해 심사관 채용을 늘리고 있다.

식약처는 4년 주기로 의약품 허가심사 수수료를 평균 30% 인상하고 있으며 인상된 수수료는 심사관 처우 개선과 확충에 투입된다.

채용된 심사관 중 의약품 등 의료제품 심사업무에 종사하는 인력은 180여명인데 일본 540여명, 유럽 4000명, 미국 8400여명과 비교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일본은 심사인력 1명이 연간 인허가자료 5건을 처리하지만 우리나라는 1명이 30여건의 인허가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심사인력이 적은데도 더 많은 업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신약 인허가업무보다 제네릭 의약품 등의 인허가 업무가 대부분이다.

의약품 심사관 제도로 인해 의약품 인허가 업무기간이 대폭 단축되고, 인허가 과정의 부정 소지가 사라졌다는데 식약처와 제약업계 공감하는 분위기다. 또 내부 감시 및 고발자의 역할도 담당해 식약처 조직을 견제하는데 일조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의약품 인허가 기간은 눈에 띄게 단축됐다. 심사관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는 공무원들의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정해진 기일 내 인허가를 받는 일이 드물었다. 신속 인허가를 위해 비정상적 방법이 동원되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종종 회자되곤 했다.

식약처 전직 공무원 A씨는 "식약처가 불광동에 있을 당시만 해도 의약품 인허가 과정이 지금처럼 투명하지 않았다. 기존 행정업무에 인허가 업무까지 부가되니 업무가 과중했다. 신속 허가를 위해 제약사들이 공무원들에게 로비를 시도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인허가에 부정 불법이 개입될 소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속 허가와 공무원들과 유대 차원 차원에서 금품을 제공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심사관 제도가 도입되고 난후 의약품 등의 허가 심사업무 시스템이 투명화 돼 부정 불법 개입의 소지가 사라지고, 의약품 인허가 업무 기간도 대폭 단축됐다는 것에 식약처와 관련업계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전문성을 갖춘 심사인력 등이 대거 식약처 내부에 수혈되면서 부정 불법이 사라지는 계기가 됐고, 기존 식약처 심사 허가 수준이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리아백스 허가와 관련한 부실허가 논란은 임상의사 출신으로 채용된 A 심사관이 내부 고발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도 그래서 나온다.

공무원 조직이라는 식약처 특성상 내부 고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정규 심사관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직내부의 문제점을 감시 고발하는 역할을 하게 된 셈이다.

식약처 한 직원은 “식약처 직원들의 경우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의약품 허가 심사 시 기계적 업무만 수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일부 심사관의 경우 식약처 직원보다 전문성이 높아 허가 심사과정에서 걸려내지 못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고 긍정적인 측면을 설명했다.

 

  # 2. 빛과 그림자, 심사관제도가 파생시킨 일부 심사관들의 부작용  

심사관 제도가 허가심사의 투명성을 높이고 신뢰도를 향상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반면 식약처 조직과 융화하고, 외부와 소통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도 갖고 있다는 지적도 따른다. 빛과 그림자인 셈이다.

"상전보다 무서운 존재" (식약처 현 공무원).

"다른 회사와 똑같은 허가자료를 냈는데 우리만 보완 지시를 받았다" (A제약사 RA직원).

심사관 제도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부 심사관의 행태에 대해서는 식약처 내부와 외부의 평가가 박하게 나온다.

계약직으로 채용되지만 채용 후 2년이 지나면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된다.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으며, 국가공무원법상 규정된 품위 훼손 등 부정 불법을 하지 않으면 계약은 무기한 지속된다.

식약처 공무원들 대다수는 "공무원과 신분이 다르다보니 조직 안에서 관리가 어렵다. 특히 일부 심사관의 경우 관리가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심사관들은 승진 등 업무 수행과 관련한 인센티브 요인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주어진 업무를 집중해 수행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독자적 업무수행을 중시하는 일부 심사관들은 공무원들이 자신들의 업무영역에 조금이라도 조언하려는 것에 대해 매우 불편해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식약처 현직 공무원인 A씨는 "모 제약사의 의약품 심사와 관련해 심사관에게 일정 등의 절차를 물어 봤는데도 이를 해당 제약사로부터 청탁을 받은 것처럼 오해 받은 일이 있다"며 "이런 상황이니 불필요한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일부 심사관들과 의견을 나누지 않는다"고 했다.

일부 심사관들은 내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감사 요청 등으로 공무원 비리와 부정행위 등을 신고하면서 심사관들과 아예 소통이 막히게 됐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식약처를 퇴직한 B씨는 "공무원들은 늘 승진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내외부 평가에 매우 민감한 것이 사실이다. 일부 심사관의 경우 공무원들의 이 같은 심정을 잘 이용하는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B씨에 따르면 일부 심사관은 공무원들의 근무 행태를 문제시 삼고, 이를 자신들의 계약 연장과 연계시키는 일도 있다. 공무원 근무행태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해 이를 감사실에 고발 또는 제보함으로써 승진 등의 불이익을 받게 하는 일도 더러 있다.

실제로 승진을 앞둔 공무원 가운데 ‘근무행태가 불성실하다’는 제보가 감사실에 접수돼 조사를 받고 승진에서 누락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음알음 퍼진 후 되레 공무원들이 심사관들의 눈치를 살피는 분위기가 만연해 졌다고 한다.

일부 심사관에 대해 민원인들도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모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식약처에 제네릭 의약품 품목허가 자료를 제출했는데 심사과정에서 자료보완 요청을 받았다. 다른 제약사 직원들에게 허가 과정의 노하우를 듣기 위해 의견을 나눴는데 그 회사는 우리 회사와 거의 동일한 자료로 허가를 받게 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이 관계자는 "자료보완 요청을 받은 이후 특별한 자료 보완 없이 다시 허가신청을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허가를 받았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자료 보완 요청을 한 사람이 심사관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러니 한 것은 심사관에 지원하는 사람들은 제약관련 업무 종사자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의약품의 경우 심사관은 제약회사 등에서 GMP, 인허가, 임상 등의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의 응시가 많은 편이다. 약사 등 전문자격증 소지자와 제약업체 제조품질관리 경력자는 가산점을 받는다.

전직 식약처 공무원이었던 C씨는 "전 직장이었던 제약회사의 경력을 발판으로 심사관으로 채용이 되지만, 대체적으로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도 했다.

식약처가 오송으로 이전한 후 생활 및 근무환경까지 열악해 지면서 우수 인력들의 지원 기피 현상도 전문성 부족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원인들 중에는 심사관 중 일부가 편향된 허가 심사를 하고, 어떤 심사관은 고압적이고 경직된 태도로 몰아부쳐 면담을 마치고 나오며 모멸감으로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도 회자된다.

일부 심사관들은 인연 있는 민원인에게 유리하도록 심사 과정에 개입하는 한편 이 민원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의약품 심사 과정에서 깐깐하게 잣대를 들이대는 일도 있는 것 같다는 불평불만들이 식약처와 제약업계 안팎에서 나돌고 있다.

심사관제도의 긍정적인 면을 강화하고, 일부 심사관들의 행태를 개선시켜 민원인들로부터 존중받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 볼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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