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연 강화여고 사서교사

 

 

강화도에는 책방이 참 많다. 뷰가 좋거나 인테리어가 좋거나 좋은 책이 많거나 드라이브 코스로 눈에 띄거나. 그런데 강화읍의 작은 마을길을 따라 걷다보면 방문 두짝 정도의 입구로 연결되는 작은 동네책방이 있다. 바로 '낙비의 책수다'란 이름이다. 물론 이곳은 작년까지만해도 '꿈 공작소 모모'란 이름이었다. 꿈을 디자인하며 모두 모이라는 의미였을까? 책을 통해 꿈을 찾아가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이름이라 첫 인상이 참 좋았던 것이 기억난다. 퇴근길에 길을 걷다 만난 이곳을 나는 한동안 가만히 마주 서서 보았다. 참 작은 책방이구나. 그런데 참 정겨운 이름이구나. 그래서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렇게 동네책방과의 인연의 문이 열렸다. 가족과 함께 방문하고 이젠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학생들과도 함께가곤 한다. 그리고 이제 책과 함께하는 행복한 책수다가 자주 이뤄지는 곳으로 발전하며 '낙비의 책수다'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모모의 의미도 마음에 새긴 채.

이곳은 다른 책방들처럼 뷰가 좋은 건 아니다. 그러나 책방 안으로 들어가면 주인장의 손길이 닿은 책장, 의자 그리고 소소한 책 포장까지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 친근함과 따스함이 뭍어나온다. 복도처럼 이어진 짧은 도서공간에서 신비롭고 의미있는 블라인드 북을 고를 수도 있고, 주인장이 선별해서 구비한 다양한 그림책과 일반 도서들을 만날 수 있다. 게다가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필사공간까지 마련해두었다. 좁고 작지만 알찬 공간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조금 더 넓은 공간이 나온다. 집에서도 가구를 이리 저리 배치해보며 공간 활용도를 높여보려고 애쓰곤 하는데, 이곳 책방에서도 주인장의 그런 마음이 엿보인다. 늘 방문객들을 위한 독서 공간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 주인장의 모습을 보면 절로 행복해진다. '나'를 위한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린 행복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방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미로같이 연결되는 안쪽 공간으로 가보면 소소한 사진 게시판과 함께 포토존이 있고, 낡은 뒷마당 느낌의 테라스를 갖추고 있다. 자세히 뜯어보면 무너지기 직전 같아 보이는 건축물이 아닐까 싶지만, 더 자세히 보면 운치있는 미니 정원이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책을 펼치고 앉아 있노라면 나무 틈새로 빼꼼 쳐다보는 고양이가 야옹~하고 인사한다. 화분 사이에 앉아 있는 피노키오 목재 인형이 노래를 불러주는 것 같다.

책방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도 신비로운 나만의 공간에 다녀온 기분은 해가 지는 저녁에 이어 다음날까지도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준다.

그런 행복감을 나만 느낄 수가 없어서 이제는 학생들도 데리고 간다. 마을 주민들과 생각을 나누기 위한 '인문실험프로젝트' 행사도 함께 진행해보고, 사람의 소중함을 생각하며 마음을 모으는 '점자 그림책 제작' 캠페인도 함께 진행해봤다. 이제는 동네책방 손님으로서의 공간만이 아니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 마음으로 맞이하는 협력체제까지 갖춘 공간이 되고 있다.

똑.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이 결국 그릇을 가득 채우는 법이라며 낙비의 책수다는 그렇게 내 마음에도, 다른 주민들의 마음에도 똑.똑.똑 다가오고, 책의 매력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게 하는 나의 동네책방이다.

※이 글은 사계절출판사에서 진행한 ‘나의 소중한 동네책방에세이대회’ 수상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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