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중국과의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의 정찰풍선 사건으로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경색되는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중국과의 충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워싱턴포스트(WP), PBS방송, 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 공영방송 PBS와의 회견에서 정찰풍선 사건으로 중국과의 관계에 큰 타격을 입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아니다(No, no)"라고 부인했다.

그는 "우리는 중국과 완전히 경쟁할 것이지만, 충돌을 추구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지금까지 그리해왔다"고 강조했다. 

미 해군 폭발물처리반(EDO) 소속 장병들이 2023년 2월 5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앞바다에서 중국 정찰풍선 잔해를 수거하는 장면으로 미 해군이 7일 처음 공개했다[미 해군 제공]
미 해군 폭발물처리반(EDO) 소속 장병들이 2023년 2월 5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앞바다에서 중국 정찰풍선 잔해를 수거하는 장면으로 미 해군이 7일 처음 공개했다[미 해군 제공]

그러면서 과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이런 입장을 전했고 "우리 팀도 그들과 대화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 풍선 사태 이후로는 시 주석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은 미국이 중국의 정찰풍선을 격추하며 미중간 긴장감이 급격히 치솟았지만, 양국 관계에 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보인 것으로 연합뉴스는 풀이했다.

중국과의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갈등을 바라진 않는다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일관된 견해로, 전날 국정연설에서도 이런 입장을 강조했다. 

이는 정찰풍선 사태로 가팔라지고 있는 미중 양국의 갈등 관계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중국을 향해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자국 영토에 진입한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하고 있다.중국 외교부는 5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 민간 무인 비행선을 공격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시한다"고 밝혔다[미국 해군연구소 트위터 캡처]
미국이 스텔스 전투기 등을 동원해 자국 영토에 진입한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하고 있다.중국 외교부는 5일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미국이 무력을 사용해 민간 무인 비행선을 공격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과 항의를 표시한다"고 밝혔다[미국 해군연구소 트위터 캡처]

그러나 미 정부는 이날 외신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개최해 중국이 정찰풍선 프로그램을 수년간 운영해왔다면서 관련 정보를 동맹 및 협력국과 공유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중국을 겨냥한 국제 여론전을 이어갔다.

미 국방부는 정찰풍선 격추 직후 양국 국방 수장 간 통화 요청을 중국이 거절했다는 사실을 전날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국정연설에서 정찰풍선 사태를 염두에 두고 "중국이 우리의 주권을 위협하면, 우린 나라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미국의 이익을 증진하고 세계를 이롭게 할 수 있는 지점에서 중국과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고 했다.

AIM-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하는 전투기[위키미디어커먼스 캡처]
AIM-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하는 전투기[위키미디어커먼스 캡처]

CNN 방송은 중국이 수년간 최소 24건의 임무를 수행했으며 이 중 6건이 미국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도했다. 

미 정부 소식통은 CNN에 "미국은 중국이 보유한 정찰풍선 규모를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은 최근 수년간 5개 대륙에 걸쳐서 최소 24번의 (비행) 임무를 수행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소식통은 "이 가운데 약 6건의 비행이 미국 영공 내에서 이뤄졌으나 반드시 미국 영토 위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미 해군 폭발물처리반 소속 장병들이 2023년 2월 5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앞바다에서 중국 정찰풍선 잔해를 수거하는 장면으로 미 해군이 7일 처음 공개했다[미 해군 제공]
미 해군 폭발물처리반 소속 장병들이 2023년 2월 5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머틀비치 앞바다에서 중국 정찰풍선 잔해를 수거하는 장면으로 미 해군이 7일 처음 공개했다[미 해군 제공]

앞서 바이든 정부 관계자는 이번에 격추된 것 외에 트럼프 정부 때 최소 3번, 바이든 정부 출범 초기 때 1번의 중국 정찰풍선의 미국 침입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 정찰풍선은 정찰용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크기와 역량은 다양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외신센터에서 '중국 정찰풍선사태'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존 커비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외신센터에서 '중국 정찰풍선사태'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존 커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 역시 이날 워싱턴DC 외신센터에서 한 브리핑에서 "중국의 정찰 프로그램에 대해 더 알 필요가 있는 전 세계 동맹과 파트너를 접촉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 정찰)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은 유일한 국가가 아니다"라면서 "우리는 동맹과 파트너가 이 사실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정찰풍선 프로그램을 수년간 운영했으며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규모를 키워 더 많은 정보를 획득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이 정찰풍선을 보낸 사실을 해당 국가가 아예 모르는 경우도 있다면서 "우리는 동맹과 파트너가 우리가 파악한 중국 정찰풍선의 맥락(context)을 이해할 수 있도록 대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4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프사이드 비치 해안 영공에서 미 전투기가 중국 '정찰풍선'이 격추된 직후 비해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오후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 북부사령부 소속 전투기가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영공에서 중국이 보내고 소유한 고고도 정찰 풍선을 성공적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로이터=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서프사이드 비치 해안 영공에서 미 전투기가 중국 '정찰풍선'이 격추된 직후 비해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오후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 북부사령부 소속 전투기가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 영공에서 중국이 보내고 소유한 고고도 정찰 풍선을 성공적으로 격추했다"고 밝혔다[로이터=연합뉴스]

이에 대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 국정연설의 중국 관련 내용에 대한 입장을 질문받자 "우리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시한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공영의 3원칙에 따라 중·미 관계를 처리하면서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확고히 지킬 것"이라고 답했다.

마오 대변인은 "중국은 늘 중·미 관계는 '네가 져야 내가 이기고, 네가 흥하면 내가 쇠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고 생각해왔다"며 "중국은 경쟁을 회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지만, 우리는 경쟁으로 전체 중미 관계를 정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쟁의 기치를 든 채 일국을 모욕하고 먹칠하며 다른 나라의 정당한 발전 권리를 제한하고, 심지어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 손상을 불사하는 것은 책임 있는 대국이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주미 중국대사관은 홈페이지 게시물에서 "쉬쉐위안 주미대사 대리는 7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이 무력으로 중국 민수용 무인 비행선을 습격한 데 대해 미국 국무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 관계자에게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엄정 교섭 제기'는 외교 경로를 통한 공식 항의를 의미한다고 연합뉴스는 설명했다.

쉬 대사 대리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 결연한 반대와 강렬한 항의를 표한다고 재차 밝힌 뒤 "우리는 미국 측에 사태를 더욱 고조시키고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행동을 삼갈 것을 촉구한다"며 "중국은 추가로 필요한 대응을 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중국 외교부 제공]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중국 외교부 제공]

 

한편 이날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게 내 의향이지만, 아직 확고하게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초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기밀문서 사건이 불거지면서 출마 공식화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업무 수행에 방해를 줄 정도의 건강상의 문제가 있으면 미국인들에게 정직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미국이 경기침체가 빠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바이든 대통령은 "아니다. 내년도 아니다"라며 경제 상황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 위스컨신주에서 노동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 위스컨신주에서 노동자들을 상대로 연설하고 있다[로이터 캡처]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PBS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게 내 의향이지만, 아직 확고하게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초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기밀문서 사건이 불거지면서 출마 공식화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업무 수행에 방해를 줄 정도의 건강상의 문제가 있으면 미국인들에게 정직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미국이 경기침체가 빠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바이든 대통령은 "아니다. 내년도 아니다"라며 경제 상황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원문 참고: https://www.washingtonpost.com/politics/2023/02/08/biden-wisconsin-state-of-the-union/

https://www.pbs.org/newshour/politics/takeaways-from-president-bidens-interview-with-judy-woodruff

https://www.reuters.com/markets/biden-says-he-sees-no-recession-2023-or-2024-pbs-newshour-interview-2023-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