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느낌은 그랬다. 천지개벽 수준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자동 항해다. 수동이 기본이었고, 자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대항해시대 오리진이었기에 정말 PC게임 그대로 가는구나 하는 느낌이 강했다.

그러나 이번 2차 CBT에서는 모든 것이 자동에 기반하여 정해진 루트를 따라 진행되는 느낌이다. 물론 항해의 방향을 틀어 다른 곳을 모험하는 것도, 또 퀘스트 목록에서 퀘스트를 누르면 자동으로 그 지역까지 이동한다. 이동하는 것이 대부분인 대항해시대 게임에서 자동 이동이라니 이 하나만으로 천지개벽이라 할 만 하다.

아름다운 대항 오리진 자동 이동
아름다운 대항 오리진 자동 이동


◇ 자동 이동에서 맛 보는 한 편의 명화 같은 '불멍'

자동이 주는 묘미는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한번 다녀온 항구는 자동 이동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동'을 걸어두고 TV를 봐도 되고, 이른 바 다른 짓을 할 수 있게 된다.

항해를 하다가 터치를 안 하게 되면 스크린세이버처럼 화면의 유저인터페이스(UI)가 사라지고 멋진 하나의 움직이는 명화가 탄생한다. '아,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찬양할 만한 놀라운 그래픽이 펼쳐진다. 이 조그마한 핸드폰 화면에서 이런 멋진 그림이 나올 수 있는 게임은 거의 없었던 듯하다. 불멍을 하듯 물멍이 가능한 게임이다. 그러다가 터치를 스크린세이버가 종료되듯 다시 게임으로 돌아온다.

자동이동이 가능하다 보니 항해 장면에서 자동을 멈추는 방법을 몰라 헤매기도 했다. 항해 키를 좌우 어느 쪽이든 한 방향만 눌러주면 항해가 시작되고, 또 이 동작으로 자동 이동을 멈출 수가 있다.

물멍이 가능한 자동 이동, 사진=게임와이 촬영
물멍이 가능한 자동 이동, 사진=게임와이 촬영

 

이것이 '물멍'이다


◇ '철권'을 보는 것 같은 신박한 개인 전투....함선 전투는 어려워

2차 CBT에서 또 하나의 천지개벽은 전투다. 전투가 함선끼리 맞붙는 전투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개인의 전투 장면이 구현됐다. 배와 배를 이은 판자 위에서 맞붙는 경우도 있고, 항구에서 맞붙는 경우도 있는데 좌우에 사람이 서 있고, 철권처럼 대전 격투게임 모드가 된다. 공격시에는 상/중/하 중에서 골라 공격하면 되고, 반대로 방어시에는 상/중/하중에서 골라야 한다. 하단을 뜻하는 (V)(V) 표시가 떴다면 공격 실패, 방어 성공이 된다. 아마도 오리지널에는 없던 기능일텐데 참으로 신박한 요소라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상/중/하 어느 쪽을 선택, 대항 오리진의 개별 전투, 사진=게임와이 촬영
상/중/하 어느 쪽을 선택, 대항 오리진의 개별 전투, 사진=게임와이 촬영


그런데 함선 전투는 상당히 어려웠다. 1차 때도 이렇게는 어렵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변했나 싶다. 그것이 스킬 버튼이 가려져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UI의 문제일 수도 있고, 초반 전투를 너무 어렵게 잡은 밸런스 문제라고도 여겨진다. 마름모 형태의 구간이 정해지는 턴제 전투에서 이동한다면 해당 부분에서 대기/공격/스킬/턴 종료와 같은 메뉴가 나타나야 하는데 함선이 가진 스킬 메뉴로 연결할 수 있는 UI가 마련돼야 한다. 실제 스킬을 사용해도 전투는 어려웠고, 적들은 강했다.

그런데 자동 전투를 돌리니 결국 이기고 만다. 그런데 자동전투가 불가능한 타이밍도 존재하는데 이런 건 너무 억지스럽다 여겨지는 부분이다. 튜토리얼을 통해 확실히 전투를 어떻게 하는지 알려줘야 하고 초반에는 어떻게든 상성이 좋지 않아도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전투의 재미를 느끼게 해야 한다. 대항 오리진에서 이 전투 요소는 좀 더 손을 봐야 할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전투 방식과 밸런스 보완이 필요해 보이는 전투, 사진=게임와이 촬영
전투 방식과 밸런스 보완이 필요해 보이는 전투, 사진=게임와이 촬영



◇ 항해의 재미는 그대로, 초반부터 제한을 두지는 말아야

향해의 재미는 1차 CBT 그대로다. 당시 이용자들은 조선 직전인 동남아시아까지 진출할 정도로 열의를 보인 바 있다. 필자도 다른 그 어떤 재미보다 항해의 재미가 컸다. 항해를 통해 안개를 걷으면서 지역을 넓히는 것이 가장 큰 재미였고, 항구를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사고 팔아서 이윤을 남기는 재미가 컸다.

돈만 있다면 항해사를 구하는 일도 재미있고,
돈만 있다면 항해사를 구하는 일도 재미있고,
이들에게 사주는 모자가 아깝지 않다
이들에게 사주는 모자가 아깝지 않다


귀소본능이라고 했던가. 이번에는 아프리카를 지나 조선으로 가기 위해 여정을 서둘렀으나 아프리카로 내려가는 길목에서부터 막혀 있었고, 다시 돌아와 수에즈 운하쪽으로 갔더니 역시 막혀 있다. 다시 흑해까지 뚫고 스칸디나비아 반도 쪽으로 향하는 도중이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 조선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 조선

 

이렇게 지역 제한을 둔 것은 이용자들이 너무 많은 콘텐츠를 소모하고 개발사의 방향과 달리 나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은 라인게임즈 스스로 '샌드박스' 게임이라 부르는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명분과 맞지 않는 일이다. 어떻게든 풀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한편 항해를 하는 동안 새로운 소식이 들리면서 폭락이나 폭등 등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이것은 꽤 흥미로운 내용이다. 게임 제대로 만들었다는 생각이다.

다만 육상 상륙에 대한 불만은 있다. 항구에 가도 할 것이 없다는 것인데, 상륙, 교역이 전부다. 다른 것도 해야할 명분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토리니를 갔으면 푸른색 바다와 흰색 건물이 조화를 이룬 그 풍경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든가 하는 뭔가 이벤트나 퀘스트가 존재해서 재미를 살려야 한다.

항구를 발견하는 재미가 크다
항구를 발견하는 재미가 크다
안개를 걷어내는 재미도 굳, 사진=게임와이 촬영
안개를 걷어내는 재미도 굳, 사진=게임와이 촬영


물론 비슷한 퀘스트가 있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대부분이 자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탐험'에 대한 재미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저것 탐험하면서 재미를 찾아가는 오리지널의 재미가 반영될 수 있도록 게임을 더욱 연마해서 나와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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