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LG화학이다.

이사회를 통해 기습적인 배터리 사업 물적 분할안을 통과시킨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일부 주주들은 물적분할 반대를 주장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을 정도다.

알짜 사업을 떼내자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샀는데 방탄소년단(BTS)이 탈퇴했다’는 비아냥도 나온다. 이제 운명은 30일 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주총 결과와 상관없이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 1위 기업인 LG화학을 둘러싼 이번 논란은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주주이익에 대한 기업들의 기본적 시각이 어떠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적어도 적극적 고려대상은 아니라는 게 매우 분명해 보인다.

인적분할은 배터리 자회사 지분을 기존 주주에게 배분하는 반면, 물적분할은 지주사인 LG화학이 모두 가져간다.

기업 입장에선 기업공개(IPO)나 투자유치 등 자금을 끌어들이는 모든 측면에서 물적 분할이 유리하다. 그러나 기존 주주들은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게 불가피하다. 주주가치는 훼손되는 대신 기업 이익은 극대화되는 모양새다.

LG화학은 주주 반발이 거세지자 달래기 차원에서 과거보다 강화된 배당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이미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어떻게 해석할지는 의문이다.

○…주식매수청구권은 주식회사의 합병·영업양도 등 주주의 이익과 중대한 관계가 있는 법정 사항에 관해 주주총회의 결의가 있는 경우, 이에 반해 주주가 자기 소유주식을 공정한 가격으로 매수할 것을 회사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다.

우리나라 상법은 회사가 인적·물적 분할하는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때문에 LG화학의 예를 보듯, 사업상 큰 변화를 가져오는 중대한 결정에 대해 투자자들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은 광범위하게 이를 인정한다. 기업과 주주의 윈-윈을 위해서다.

극단적인 예지만, 시가총액 40조원대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43.44%를 보유한 삼성물산인데,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약 20조원으로 절반 에 불과하다. 국내 지주사들의 주가는 보통 PBR(주가÷주당 순자산가치) 0.6배 전후다. 이를 감안하면 LG화학(28일 오전 현재 2.77배)은 현재 1/4 이상 높게 거래되는 셈이다.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을 걱정하는 게 무리는 아니다.

역설적으로 LG화학은 주총에서 물적 분할안이 쉽게 통과될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에 이를 밀어붙였을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LG화학의 최대주주는 지분 33.3%를 보유한 LG다. 그래서 여러 논란에도 불구, LG화학은 주총에서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가능성이 꽤 높다.

다만 기업의 궁극적 목적은 주주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는 오랜 전제에 특별한 오류가 없다면, 세계적 기업을 표방하는 LG화학의 이번 물적분할 과정은 주주가치를 훼손한 대표적 사례로 두고두고 회자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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