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의 시간(외 5수)/ 조혜선


창문은 커튼 벗었다
태양 잃어버린 순간부터 밤 누비며 산다 
그림자는 애기보다 더 애기…
줄 선다는 눈치가 사람들 비집고
어둠 잠재워간다 

빛 찾아 헤매면서 빛살 무서워 
눈 찌푸리고 얼굴 막는 
돌멩이의 아픈 사연
안개어린 동공(瞳孔) 갈구로 닦아간다

웃음일까 노래일까
강아지도 쫏기듯 달아난다 

줄 끊긴 음색 행복으로 흐를 때
밥 한술에 별빛 내리고 
여인의 손 더듬는 숨결마다 
누이라 불리는 머리맡 이슬로 수놓아간다 

 

여인 스리랑


구름 낀 벼랑 끝에도  
웃음 피어나는 꽃이 있다
가시밭길 헤치며 내딛는 발자국은 
아리랑 숨 겨운 가락이다

거미등에 업혀 강 건너는
코끼리의 그림자…
올리막 엮어 
짜-안하게 언덕 보듬어간다 
 
슬픔 메어 나르는 어깨의 가녀림 
파도 사려 무는 소리…

인고(忍苦)의 일상
눈물 깊은 계곡이라면
익살의 고행, 가을 영그는 노래가 된다 

별밭 꾸며주는 미증유의 확신 
감싸 올린 고독마다
툭툭 털고 일어나는 
진주의 흐느낌이다 탑 쌓는 음악이다 

 

생각하는 갈대


빛의 호들갑에  
약은 수 총명이라 받드는  
에메랄드 골짜기, 가슴 스며드는 빗방을이 
바다 꿈꾸고 있음을 
믿어야 했을까 
어둠, 묵언의 찬빛 포개어 착각이라 적고 
새벽은 동창 열어 희망 수놓아간다 

변화의 불꽃은 
퇴화가 아닙을
볼우물이 점선에 찍어놓으면 
하늘은 하늘 ,땅은 땅이라던 섭리도 
하늘 꼬리 잡고 서서 
천지의 계선에 마침표 찍는다

아량 깊은 바다 
꿈서린 사랑 이웃에 나누면 
잉태의 진통, 어둠 덮고  있던 별들이
큰빛 펼치며
희망, 칠색의 무지개로 살갑다

 


화사한 꽃들이 
파도에 떠올라 물살 타는 시간
초점 잃은 육각의 별빛들 
구름 뒤에 숨어 손짓 발짓 전율하고 있다 

온도계에 불 지르는 
타락의 도시…
딸기빛 하늘에 무엇 감추고 있을까  

모자 속 여우꼬리가
댕기 아니라는 앵무새 노래가
먼 뻐꾹새 울음으로
늦은 봄 재촉하는데
 
이른 싹…
어둠에 머리 쳐든 꿈길이 
별 줏으며
볼우물에 무지개 길어올린다 

 

플러그의 공간


바이러스가 
특허 깨우는 새싹으로
리듬을 탄다
해탈의 욕망이 개선장군의 이마에 
인감(印鑑) 새기고
골목길에 거꾸로 선 
빛들의 이상함…
개살구 씹어 삼킨 닭울음소리가
산동네 아이들 놀이에 
지쳐버린다 
지게질 힘겨운 메아리가 
아기밀차에 실리어있다
늘어선 악대소리마다 
음색 깨져버리는
골동품 도시, 수림 꿰질러간다 
본토의 욕망이 
육각형 사색으로 갇히어있을 때
달밤은 경찰이 지킨다 

 

휴먼 갤러리


역서장에 
호랑이가 서있다
가방끈이 벽에 못을 박는다
소리는 아무 때나 
벽 두드리는 것이 아니다  
베아링 굴리는 이랑마다
그리움에 음색 받쳐 올리고 
고뿌엔 물이 절반 
대추는 서너개… 
그릇들이 공간 지배해간다
포장된 엽초말이가 
자줏빛 라이터에 등색 지펴 올린다 
퉁소의 작은 구멍 기다리는
소리의 두근거림…
시간은 우윳빛이다 
흰 돌이 커피잔에 그림자 던질 때
확대경 손잡이는 
블랙홀 주인 되어 
바지의 주름에 날 세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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