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 여성 장교에게 속옷 사진 보여준 육군 대위
법원 “상급자로서 부적절한 발언 및 행위”

군대 내에서 벌어진 반복적 성차별 및 인격모독 행위에 대해 법원이 징계처벌을 내렸다.

지난 2019년 9월 육군 한 보병사단에서 근무한 A대위는 여성 부하 장교인 B씨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내보이면서 “이거 봐. 누가 나한테 선물했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호피 무늬 남성 속옷을 입고 있는 마네킹이 메인화면으로 된 쇼핑몰 사이트가 떠 있었다. 또한 A대위는 같은 달 열린 주간 회의 시간에도 카카오톡 선물하기 항목에 있는 여성의 상·하의 속옷 세트 사진을 B씨에게 보여주면서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이런 걸 선물하려면 사이즈를 알아야 하나”라고 물었다.

여성속옷 사진. 군대 내에서 벌어진 반복적 성차별 및 인격모독 행위에 대해 법원이 징계처벌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TV 
여성속옷 사진. 군대 내에서 벌어진 반복적 성차별 및 인격모독 행위에 대해 법원이 징계처벌을 내렸다. 사진=연합뉴스TV 

지난해 1∼2월 A대위는 “너 눈 되게 크다. 오늘 눈이 왜 이렇게 풀려있냐. 우리 000이 이렇게 예쁜데 왜 남자친구가 없지. 요새 ‘썸’타는 사람 없냐”는 등 B씨의 개인신상과 관련된 부적절한 언사로 불쾌감을 줬다.

A대위는 사단 인사처에서 근무하는 여성 행정장교와 통화한 뒤에는 “이래서 아줌마들이 문제”라며 남녀 차별적 발언을 내뱉었다.

또한 A씨는 잦은 근무 태만과 후배 장교들에 대한 인격 모독을 서슴치 않았다. 술을 마시면 늦게 출근하는 일이 잦았고, 부사관이 숙소에 찾아와서 깨우자 뒤늦게 출근해 소파나 참모실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근무시간에 스마트폰을 이용해 수시로 게임을 한 그는 후배 장교들에게 종종 욕설을 퍼붓거나 사무실 바닥에 침을 뱉고 면도 후 수염 가루를 버린 사실도 적발됐다.

이에 부대는 지난해 3월 A대위에게 군인사법을 적용해 ‘품위유지의무 위반 및 성실의무 위반’으로 감봉 1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징계 처분에 불복한 A대위는 모 군단 항고심사위원회에 항고를 제기했으나 기각되자 민간법원에 행정 소송을 냈다.

그는 재판에서 “성인 남녀 사이에서 속옷 선물에 관한 대화는 충분히 할 수 있고 쇼핑몰 사이트에 올라온 마네킹이 입던 남자 속옷 정도는 성인 여성에게 보여줄 수 있다”며 성희롱 의도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B씨가 피곤해 보여 “눈이 왜 이렇게 풀려있냐고 물었고 통화 후 ‘아줌마’라고 한건 혼잣말이었을 뿐 남녀차별적 발언이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21일 인천지법 행정1-1부는 A 대위가 모 사단장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와 피해자가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 점 말고는 남성이나 여성 속옷 사진을 함께 보면서 대화를 나눌 정도의 사이가 아니었다”며 “피해자가 원고보다 나이도 어리고 계급이 낮은 여성 장교인 점을 고려하면 원고의 행위로 피해자는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을 것이며 이들의 관계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관계에 불과하고 상급자로서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소비자경제신문 김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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