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반격) 공격은 있으나 반격은 아니다? - 우크라군의 진짜 속내는?
우크라 반격) 공격은 있으나 반격은 아니다? - 우크라군의 진짜 속내는?
  • 이진희 기자
  • jhman4u@buyrussia21.com
  • 승인 2023.06.06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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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미룰 수는 없다. 적진 정찰이든, 소규모 탈환작전이든, 대반격이든 뭔가 해야 하는 게 우크라이나의 지금 입장이다. 대외적인 홍보 효과를 노린다면 반격 작전의 개시를 공표하고, 군사작전의 리스크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조용히 행동하는 게 낫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24일 새벽 전격적으로 '특수 군사작전'의 개시를 발표하며 우크라이나군에게 총을 내려놓고 맞서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반격을 앞두고 '침묵 작전'을 선택한 듯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러 차례 반격 준비가 끝났다고 말했으나, 개시 여부에 대해 침묵중이고,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아예 '반격작전'을 비롯한 군사작전에 대해서는 누구도 일체 입을 열지 말라고 엄명을 내린 뒤 입술에 손가락을 대는 '쉿' 홍보영상을 제작 배포했다.

우크라 국방부가 제작 배포한 '쉿 작전' 영상

이같은 상황에서 러시아 국방부는 4일 밤(현지 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도네츠크 남부 여러 곳에서 총공세를 시작했고, 러시아군은 이를 격퇴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이 6개 기계화대대와 2개 기갑(전차)대대 규모로 도네츠크 지역 남부 전선 5곳에서 대규모 공세를 펼쳤으나, 러시아군이 이를 격퇴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측은 또 “우크라이나군 약 250명을 사살하고 전차 등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언론은 국방부로부터 군사장비 파괴 영상을 받아 인터넷에 올렸다. 영상에는 (피격된) 전차 또는 장갑차로 보이는 차량 여러 대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우크라군 군사장비 피격 장면/사진출처:현지 매체 영상 캡처

러시아 국방부의 이날 발표는 조용히 움직이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전략에 '폭로전'으로 맞서며 기선 제압에 나선 느낌을 안겨준다.

전세계 언론은 우크라이나군의 군사 활동을 '반격 작전'으로 볼 것이냐를 두고 설왕설래하는 중이다. 어떤 행위를 반격작전 개시로 볼 것이냐는 기준이 천차만별이니, 정답은 처음부터 없다. 자극적인 제목을 원하는 언론은 '반격'으로, 팩트를 중심으로 전달하는 매체는 '일부 지역 전투 재개'에 초점을 맞춰 '전선이 움직인다'는 정도로 보도할 수 밖에 없다. 

당연히 당사자인 우크라이나 언론 보도가 궁금해진다. 전시 체제에서 언론도 우크라이나군 당국의 발표나 정책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유력 언론을 챙겨보는 건 바로 '행간'(行間)을 읽고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군의 야간 공격/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우크라이나 매체 스트라나.ua는 5일 하루의 전황을 결산하는 기사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냐?'(Контрнаступление ВСУ началось?)고 묻고, 지난 이틀간 벌어진 주요 전투 행위들을 정리했다. 이 매체는 "러시아군이 이틀 연속으로 도네츠크 지역 남부 전선에서 벌어진 우크라이나군의 공격활동을 공개했으나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러시아군의 '가짜 정보 캠페인'으로 몰아갔다"고 전했다. 나아가 러시아군은 불타는 우크라이나 군사 장비와 포로들의 영상이 내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도네츠크 지역 남쪽 방향으로 우크라이나군의 군사 활동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게 스트라나.ua의 지적이다. 안나 말랴르 국방부 차관은 이날 "일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공격 작전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도네츠크 지역) 남쪽에서는 방어하는 적이 있고,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는 말로 '그 곳에서 특별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는 늬앙스를 풍겼다고 스트라나.ua는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의 강력한 반박은 대통령실에서 나왔다. 미하일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은 "러시아군은 존재하지 않는 공격을 '격퇴했다'고 한다"고 비꼬았다. 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도 "러시아는 영웅적인 승전 이야기를 내보기 위해 '없는 공격'을 만들어 냈다"고 가세했다. 

우크라이나군 탱크/사진출처:우크라군 합참 페북

그러나 스트라나.ua는 "러시아 용병 업체 '바그너 그룹'과의 갈등 등 러시아군 지휘를 둘러싼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러시아군 지휘부가 (우크라이나 반격과 같은) 허위 정보 캠페인을 벌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분명히 (도네츠크 지역) 남쪽 방향으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적인 행동이, 그것도 상당한 규모로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반격이 시작됐다고 인정하고 싶지 않는 것은 그 결과를 먼저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중요한 지역이나 점령지를 대거 해방하면 반격작전의 개시를 공식 선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요한 지역으로는 최근 러시아군에 함락된 '바흐무트'를 들 수 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말랴르 차관은 이날 도네츠크 남부 지역보다 바흐무트 전황에 훨씬 더 큰 관심을 표명했다. 그녀는 "거기서(바흐무트 외곽) 우리는 다소 넓은 전선으로 이동하면서 성공하고 있다"며 "적은 현재 수비 위치를 고수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흐무트 주변을 빨간색 원으로 표시한 지도를 제시했다. 바흐무트를 포위할 것이라는 암시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은 아예 "바흐무트 남부 일부 지역을 수복했다"고 주장했다.

말랴르 차관이 공개한 바흐무트 '포위 작전'(붉은 색 원) 지도/사진출처:스트라나.ua

'바흐무트에서 철수했다'는 '바그너 그룹'의 수장 프리고진도 바흐무트 전선 변화에 예민하다. 그는 전날(4일) 밤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 북서쪽에 있는 베르호프카에 진입했다"며 "일부 지역은 이미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트라나.ua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은 지난 2월 베르호프카를 점령하고 바흐무트에서 슬라뱐스크로 가는 도로를 차단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5월 바흐무트 측면에서 공세를 강화하면서 러시아군은 '방어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베르호프카 남쪽 '베르호프스키 저수지' 뒤로 작전상 후퇴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프리고진은 러시아군의 후퇴를 강력힌 비난한 바 있다. 러시아군이 떠난 베르호프카 일부 지역에 우크라이나군이 진입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한 일이다. 

흥미로운 것은 우크라이나군이 '포위 작전'까지 내비치면서까지 바흐무트 공격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 러시아군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곳은 크림반도로 나아가는 도네츠크 지역 남부 전선인데, 우크라이나군이 이를 애써 무시하는 듯한 태도는 정보 교란 작전일 수 있다고 스트라나.ua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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