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나이티드제약 본사[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서방형 제제, 미니 제형, 캡슐 속 알약 등 다양한 제형 개발로 국내 개량신약 명가로 올라선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이 이번에는 대표적인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인 PPI(프로톤 펌프 억제제) 계열 약물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제제 개선 연구에 도전한다. 높은 pH에서 방출되는 탓에 약효 발현이 느린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차세대 제제 기술 확보에 나선 것으로, 이중 방출 제제 기술을 담은 캡슐제 기술이 핵심이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에 따르면,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현재 '약제학적 제제(Pharmaceutical Formulation)'라는 명칭의 출원발명에 대한 특허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발명은 위에서 즉시 녹는 '속방부'와 소장에서 뒤따라 녹는 '장용부'를 하나의 캡슐 안에 담아낸 이른바 '이중 방출 하이브리드 제제'에 관한 것이다.
공개된 출원 명세서에 따르면, 덱스란소프라졸, 란소프라졸, 일라프라졸, 판토프라졸, 라베프라졸, 에스오메프라졸 등 PPI는 벤즈이미다졸계 물질로 프로드럭(pro-drug)에 해당한다. 이러한 PPI는 산성 환경에서 매우 불안정해 위를 통과할 때 위산에 의해 쉽게 분해된다.
이 때문에 위에서 녹지 않는 장용코팅정 형태로 제제 개발이 이뤄졌는데, 그만큼 약물이 방출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서 즉각적인 증상 개선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다케다제약이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pH에서 약물을 방출하는 두 가지 과립(pH 5.5 및 6.75에서 용해)을 포함하는 캡슐 기술을 개발해 자사의 덱스란소프라졸 성분 오리지널 PPI 제제인 '덱실란트디알캡슐'에 적용했지만, 이 또한 pH가 5.5 이상일 때 약물이 방출되도록 설계됐다. pH가 높은 소장까지 이동하는 1~2시간 동안은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한계를 보인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PPI와 제산제인 탄산수소나트륨의 복합제다. 염기성 물질인 탄산수소나트륨이 먼저 위산을 중화해 PPI가 분해되지 않고 장까지 이동하도록 돕고, 이후 PPI가 장에서 흡수돼 위산분비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그러나, 이때 필요한 탄산수소나트륨 용량은 최소 500mg, 보통 800mg 이상으로, 제형의 크기가 커서 복약 순응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약효도 장시간 지속하지 않아서 환자들의 야간 속 쓰림 증상을 해결하기가 어려웠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이러한 난제를 '캡슐 내 정제' 기술로 풀었다. 약물 방출이 소장에서 이뤄지는 장용코팅정(장용부)과 약물 방출은 빠르지만, 크기가 커서 복약 순응도가 낮은 'PPI+제산제' 복합제(속방부)를 한 캡슐 안에 담아낸 것이다. 이때 제산제로는 탄산수소나트륨 대신 수산화마그네슘을 사용했다.
회사가 PPI 성분 중 덱스란소프라졸을 이용해 실험을 진행한 결과, 속방부에 포함된 수산화마그네슘은 기존에 주로 쓰이던 탄산수소나트륨보다 적은 양(200~500mg)으로도 위 내 pH를 10.40까지 급격히 상승시켜 약물 분해를 막아냈다. 포함된 주성분의 용량이 작은 만큼, 캡슐 제제의 전체 중량도 750mg 이하로 억제됐다.
기존 PPI+탄산수소나트륨 복합제가 1000mg 안팎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약물의 중량이 200mg 이상 줄어든 셈이다. 그만큼 제형 크기도 줄어든다는 의미다. 환자들의 복약 순응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캡슐 제제는 방출 제어 능력도 뛰어났다. 산성 조건(위 환경)에서 속방부가 즉시 용출돼 초기 약효를 내고, 이후 완충액 조건(소장 환경)으로 바뀌면 약 30~45분 뒤 장용부가 2차로 용출되는 이상적인 프로파일을 보였다.
회사 측은 "속방부의 약효가 떨어질 때쯤 장용부가 바통을 이어받아 혈중 농도를 다시 끌어올리는 구조"라며 "야간에 위산이 급격히 분비되는 '야간 산 돌파' 현상까지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이번 행보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제제들을 견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HK이노엔 '케이캡', 대웅제약 '펙수클루', 제일약품 '자큐보' 등 P-CAB 제제들이 빠른 약효를 무기로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기존 PPI의 단점인 느린 발현을 극복한 개량신약으로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방출 제어형 제품인 '실로스탄CR정'과 '가스티인CR정'을 비롯해 알약 속에 알약을 온전한 형태로 넣는 '콤비젤' 기술을 적용한 '아트맥콤피젤' 및 '로수맥콤비젤', 심리스(Seamless) 연질캡슐 방식으로 만들어진 '오메틸큐티렛' 등 총 17개의 개량신약을 보유하고 있다"며 "PPI를 이용한 이중 방출 캡슐제로 다시 한번 개량신약 강자의 면모를 보여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개량신약 매출 비중은 지난해 58%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는 내년까지 이를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