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비만 치료제가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 주요 기업들의 2025년 3분기 실적 보고가 이를 뒷받침한다.
각 기업들이 최근 발표한 2025년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pembrolizumab)'의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매출액은 230억 달러(한화 약 33조 원)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현재까지 개별 제품 매출 순위로는 1위다.
그러나 '키트루다'를 맹렬히 추격하는 약물이 있다. GLP-1 작용제 계열의 비만 치료제인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와 ▲미국 릴리(Eli Lilly and Company)의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이다.
[2025년 9월 현재 3개 블록버스터 약물 누적 매출액]
약물
매출
키트루다
230억 달러
세마글루티드
오젬픽
147억 달러
260억 달러
위고비
88억 달러
리벨서스
25억 달러
터제파타이드
마운자로
155억 달러
247억 달러
젭바운드
92억 달러
먼저 2025년 1월부터 9월까지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티드 품목 매출은 1720억 덴마크 크로네에 달했다. 미화 약 260억 달러, 한화 약 39조 원이다.
릴리의 터제파타이드 품목 역시 마찬가지다. 9개월간 247억 달러(한화 약 36조 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 두 성분의 매출액은 모두 '키트루다'의 2025년 9개월 합산액 매출인 23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수준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터제파타이드 품목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2024년 9개월간 세마글루티드 품목은 미화 217억 달러(한화 약 32조 원)의 매출을 기록해 동기간 '키트루다'의 216억 달러(한화 약 31조)를 근소하게 앞섰지만, 터제파타이드 품목은 110억 달러(한화 약 16조 원)에 그쳤으나, 올들어 '키트루다'를 추월하며 세마글루티드와 선두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치료제 '위고비®프리필드펜(세마글루티드)'물론 세마글루티드 매출은 비만·당뇨 치료제로 사용되는 '위고비'(Wegovy)와 '오젬픽'(Ozempic), 그리고 '리벨서스'(Rybelsus)를, 터제파타이드 매출은 '마운자로'(Mounjaro)와 '젭바운드'(Zepbound)를 합산한 것이다. 때문에 개별 제품 매출로만 따지면 여전히 '키트루다'가 1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세마글루티드와 터제파타이드는 제품을 가리지 않고 오프라벨(허가 외 적응증)로 비만 치료에 널리 처방되고 있어 제품별 매출을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마운자로 [사진=릴리 홈페이지]실제로 '오젬픽'과 '마운자로'는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되었지만, 오프라벨 비만 치료제로서 이례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는 GLP-1 작용제가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돼 허가를 받았지만, 이후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허가 외 적응증인 비만 치료 수요까지 흡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키트루다'는 오는 2028년 주요 특허가 만료되면서 복제약의 공습을 앞두고 있어, 매출 하락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이에 따라 2028년 이후 개별 제품 매출 순위도 '키트루다'는 '오젬픽'이나 '마운자로'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의 주도권이 '키트루다'에서 비만 치료제로 넘어갔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13일 헬스코리아뉴스에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는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티드와 릴리의 터제파타이드 중 누가 더 우위를 점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비만 치료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분출하는 상황에서 두 약물의 시장 지배력은 앞으로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