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특정 기사와 무관함.[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도파민에 의존하지 않는 유일한 조현병 치료제 후보물질 '울로타론트'(ulotaront, 프로젝트명: SEP-363856)의 개발 성공 가능성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3상 임상시험이 여러 차례 중단됐다가 재개되고 있어서다.
일본 오츠카(Otsuka)는 지난 10일(현지 시간), 미국 임상시험 등록 사이트(ClinicalTrials.gov)에 '울로타론트'의 3상 임상시험을 등록했다. 해당 시험은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울로타론트'를 장기간(52주) 투약했을 때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오츠카는 이번 3상을 포함해 올해만 벌써 5건의 '울로타론트' 3상 임상시험을 새로 등록했으며, 이 중 세 건은 이미 완료됐다.
오츠카가 '울로타론트' 3상 임상시험을 잇달아 진행하는 이유는 적응증 확대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전 3상에서 실패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시험을 시작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기대감도 사라진 '울로타론트'
'울로타론트'의 대상 질환인은 조현병은 사고의 장애, 망상, 환각, 현실 괴리감, 기이한 행동 등의 증상을 보이는 정신질환이다. 과거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렸으나 환자에게 사회적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이유로 조현병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현재 조현병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과도한 활성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가설이 가장 유력하다. 따라서 조현병의 표준 치료법은 약물을 통해 뇌의 도파민 과다 활성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도파민은 신경 신호 전달뿐만 아니라, 인간의 의욕, 행복, 기억, 인지, 운동 조절 등 뇌에 다방면으로 관여하는 물질이므로, 인위적인 활성 저해는 부작용의 위험이 크다.
오츠카가 '울로타론트'의 임상시험에 동분서주했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약물은 도파민 자체를 직접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몸에 아주 소량 존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트레이스 아민과 관련된 수용체(TAAR1)를 조절하여 도파민의 과도한 활성을 간접적으로 낮추는 기전이다.
실제로 2상까지의 임상에서 '울로타론트'는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보이면서 사상 첫번째 도파민 비의존 계열 조현병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오츠카는 2023년 8월 '울로타론트'에 대한 2건의 글로벌 3상 임상시험(시험명: DIAMOND 1 및 DIAMOND 2)을 중단했다. 위약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한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츠카는 같은 해 일본에서 진행 중이던 장기 투약 평가 3상 역시 실패하면서 결국 3상 시험을 모두 중단하게 됐다.
따라서 올들어 새롭게 등록된 3상 임상 5건은 기존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최후의 도전으로 평가된다. 새로운 3상은 이전에 중단된 3상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이제 관심은 세 차례나 3상을 중단한 '울로타론트'가 과연 긴 방황의 시간을 끝내고 성공의 열쇠를 거머쥘 수 있느냐에 쏠린다. 2025년 새로 시작된 3상들은 2028년 경 종료 예정인데, 과거 중단 사례를 고려하면 또다시 중단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업계의 기대감은 이미 사라진 상태다. 현재 관련 시장 동향 보고서에서도 '울로타론트'는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는데, 간혹 원론적인 수준에서만 거론될 뿐이다. 이는 도파민 비의존 계열 조현병 치료제 출현에 대한 기대감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체 조현병 환자의 약 60%는 도파민 계열 치료제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한편, 시장조사 전문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에 따르면, 글로벌 조현병 치료제 시장은 오는 2030년 111억 달러(한화 약 16조 원)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