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타과 교수는 잘 모르는, 총장은 더 모르는, 공무원, 정치인은 도저히 알 수 없는 의대 수업 현장, 의대 교수들은 정말 답답하다."
의과대학 교수들이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 대학의 타과 교수와 총장, 공무원과 정치인들을 향해 답답한 심경을 쏟아냈다. 25일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서다.
이들은 "(의대 정원을 증원하면) 복도에서, 가건물에서 수업할 것인가? 소규모 그룹 토론 수업은 아예 없앨 것인가? 실습 시험을 감독할 교수는 확보할 수 있나? 카데바는 확보 가능한가?"라며 한탄했다.
이들은 "교육이 불가능하다고 수없이 호소해도 소귀에 경읽기"라며, 의학 교육 자체가 불가능한데, 저질 교육이 될 게 눈에 보이는데, 저질 의사가 양산될 것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증원에 찬성할 수 있겠나?"라고 물었다.
의대 교수들은 "우리는 정치인이 아니고 선생님"이라며, "저자들이 동의하지 않은 3개의 보고서에 기반한 정부의 주장이 혹 허위가 아니라 하더라도, 실제 가르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가르치란 말인가?"라고 비토했다.
그러면서 "가건물, 천막, 인터넷 수업, 그룹수업 폐지, 실기 시험 폐지, 해부실습 동영상 대체, 모의환자 폐지, 병원실습 가상환자 대체, 병원에 실습생이 앉을 자리는 있는지 묻고 싶다"며, "입학할 예비 의대생, 그리고 휴학으로 진급이 안 될 예과 1학년 학생들이 안쓰럽다"고 측은지심을 표했다.
김정일 동아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26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기초의학 예비 교수는 씨가 말랐다. 신축건물은 부지도 확보되지 않았다. 2배의 카데바를 확보할 방법도 없다. 대체 어쩌란 말이냐"며 "의대교육을 일반학과처럼 50명, 100명씩 강의실에 모아놓고 가르치면 되는 줄 알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전의교협이 최근 10% 이상 증원 대상인 30개 의과대학 교수들을 대상으로 의대 증원 시 건물, 시설, 교수, 교육병원, 전체역량 등 5개 항목의 교육 여건을 물어본 결과, 응답자 1031명 중 95% 정도가 "그렇지 않다"와 매우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의대 교수들은 특히 교수요원 확보 항목에서 85.5%의 압도적 비율로 "매우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김정일 교수는 "정부는 총장들이 펜대를 굴려 작성한 수요조사에 나와 있는 모든 인프라들, 그 중에서도 채용예정 교수를 확인하기 바란다"며, "제발 정치적 이해를 뒤로 하고 제대로 된 환경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훗날 자신들에게 어떤 피해가 올지 모르고 의대 증원에 무조건 찬성하는 일반 국민들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 교수는 "일반 국민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의대 증원의 문제점을 아무리 설명을 해도 말이 통화지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아예 (설득하는 걸) 포기했다"며, "정부는 증원 계획을 철회하고 사법부는 부실 의사가 양산되지 않도록 현명한 판단을 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