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필자를 괴롭히던 노란 꽃가루로 인한 차량 오염이 이제 끝났다. 필자는 생긴 것과 달리 조금 깔끔한 편이다. 1주일에 최소한 두 번 이상 차 문을 다 열고 에어건으로 먼지를 불어내고 매트를 털어낸다. 그런데 늦봄만 되면 에어건으로 불어서 내보내는 먼지보다 열린 문으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먼지가 더 많다. 청소를 할수록 차가 지저분해지는 것이다. 꽃가루는 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우리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예보도 나쁨인 날이 제법 많아지고 있다. 그럼 미세먼지 혹은 초미세먼지의 정의와 예보 기준을 먼저 알아보도록 하자. 미세먼지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지만 호흡기를 통해 인체 내부로 들어가 여러 가지 호흡기 질환과 면역 기능 저하 등을 유발하는 오염물질을 말하는데, 보통 10㎛ 미만을 미세먼지라 하고 2.5㎛ 미만은 초미세먼지라고 한다. 10㎛ 크기는 집에서 청소하다 보면 햇살에 비쳐서 뽀얗게 떠다니는 먼지 크기 정도다. 1/100mm로 100개를 한줄로 세워야 1mm가 되는 것이다.
예전에 고등어구이가 원인이라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기사도 있었는데, 사실상 화석연료의 연소가 주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미세먼지는 크기가 작다 보니 호흡기로 들어갈 경우 혈관을 거쳐 뇌나 몸속 여기저기로 이동해 다니면서 몸 밖으로 잘 빠져나가지 않는다.
기상청에서 경고하는 미세먼지의 농도는 1㎥의 대기에 포함된 미세먼지의 양(㎍)을 나타내는 것으로 단위는 ㎍/㎥이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농도를 '좋음, 보통, 나쁨, 매우 나쁨'의 4단계로 하루 네 번 예보하고 있다. 2018년 3월 27일 이후 미세먼지 예보 기준은 ~30μg/㎥까지가 '좋음', ~80μg/㎥까지는 '보통', ~150μg/㎥까지는 '나쁨', 그리고 150μg/㎥ 이상은 '매우나쁨'으로 분류되고 있다. 초미세먼지(PM2.5) 기준은 '좋음'이 ~15μg/㎥, '보통'이 ~35μg/㎥, '나쁨'이 ~75μg/㎥, '매우나쁨'은 76μg/㎥ 이상이다.
미세먼지 주의보는 PM10이 시간당 농도가 150μg/㎥ 이상 2시간 이상 지속 때 경보는 300μg/㎥ 이상 2시간 이상 지속 때 발령한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PM2.5이 시간당 농도가 75μg/㎥ 이상 2시간 이상 지속 때 경보는 150μg/㎥ 이상 2시간 이상 지속 때 발령한다. 실제 미세먼지가 최고로 많았던 날들을 보면 전국적으로 가장 깨끗한 지역도 최대치는 400㎍/㎥을 넘고 있다. 심한 곳은 700㎍/㎥ 이상인 지역도 상당하다.
그 지역들도 대도시가 아닌 지방이라는 것도 충격적이다. 결국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이 대도시 매연 등이 아니고 60% 이상이 대륙 쪽에서 날아온다는 증거인 셈이다.
결국은 교외로 나들이 가시는 분들 상쾌한 기분을 느끼고자 창문을 여는 것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자동차에는 에어필터가 있어서 창문을 닫은 후에 팬을 돌리면 필터를 거쳐 들어오는 공기를 마시게 된다.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는 훨씬 건강에 유리하다. 일반 보급형 필터의 경우 미세먼지를 80% 이상 잡아주고 프리미엄급 필터의 경우는 90% 이상을 거른다. 결국은 창문을 닫고 운전하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그런데 일부 운전자의 경우 내부 순환 모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외부로부터 배기가스 혹은 불쾌한 시골 냄새가 들어오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부 순환 모드로 너무 오랜 시간 운전하게 되면 CO2 즉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심해지면서 집중력 부족과 졸음 유발의 원인으로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20분 이상 연속해서 내부 순환 모드로 운전하게 되면 CO2 농도가 대부분 3000ppm을 넘어가게 된다. 따라서 15분 정도 지나면 반드시 1~2분은 외부 순환 모드로 전환하기 바란다.
자동차의 필터를 제때 교환하지 않을 경우에는 곰팡이나 각종 세균이 실내로 유입될 위험성까지 있다. 자동차 에어필터는 소모품이다. 보통은 6개월 혹은 1만km 마다 교체해 주라고 하지만, 요즘같이 미세먼지가 많은 계절에는 자주 교체해 줄수록 좋다. 특히 가끔 보면 카센터에서 에어필터를 꺼내서 에어건으로 먼지를 털어서 쓰는 분들을 간혹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에어건의 공기압이 강할 경우에는 필터의 여과지가 찢기면서 손상이 발생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필터가 제 역할을 못 할 수 있다. 손으로 가끔 툭툭 털어 쓰는 것이 오히려 좋다. 최근에는 순정품에도 항균필터가 많이 보급되고 있다. 온도와 습도의 조건만 맞으면 세균은 늘 번식하게 된다. 항균필터와 담배 연기 등을 걸러 주는 필터 사용도 고려해 볼만하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